'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극비수사' 후 2년 4개월만에 돌아왔다. '희생부활자'는 죽은 이가 복수를 위해 살아돌아온다는 박하익의 소설 '종료되었습니다'에, 곽경택 감독만의 감성을 더해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7년 전 사망한 명숙(김해숙)이 돌아와 아들 진홍(김래원)을 공격하는 장면으로 강렬하게 시작했다가, 모자의 뜨거운 정으로 막을 내린다. 2015년 12월 크랭크업했으나 후반작업에 공을 들여 개봉까지는 2년여가 걸렸다. 

 

- 2년만의 개봉이다. 소감은 어떤가. 

결과를 떠나, 어깨를 누르던 큰 짐덩어리를 내려놓은 기분이다. '이 작품이 날 굉장히 짓누르고 있었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해방감을 맛봤다. 이토록 오랫동안 후반작업을 하고, 영화를 만진 적이 처음이다. 누구 말마따나 노처녀를 시집보낸 기분이랄까. 

- '희생부활자' 영화화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극비수사' 편집 중, 원작소설을 받아봤다. 초반에 흡인력이 없으면 집중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몰입감이 굉장했다. 받자마자 절반까지 정신없이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세계관은 좋았지만 뒷부분은 좀 아쉬웠다. 절반까지 읽다 책을 덮었다. 내게도 신파로 풀었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웃음) 특히 어머니와 아들 간 관계에 꽂혔다. 

- 스크린에 구현하기까지, 어디에 초점을 맞췄나. 

RV를 어떻게 구체화할지 굉장히 고민했다. 나는 좀비물이 아닌, 원한에 초점을 맞춘 '전설의 고향' 세대다. 서양식 좀비로 가야 할까, 동양식 귀신이 맞을까 고민했는데 한을 풀러 온 것이니 후자가 맞겠다 싶었다. 소녀(명은지)의 경우 명숙보다도 귀신의 느낌이 난다. 

 

 

- 캐스팅 과정은 어땠나.  

연세가 있는 연기자 분들은 이미지의 극단적인 변화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그중 자유로운 분을 찾았다. 명숙은 자식밖에 모르는 어머니이지만 복수의 처단자이고, 나중엔 용서를 구하기 위해 한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인물이라 다양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배우여야 했다. 역시 캐스팅을 잘 했구나 싶다. 김해숙 선생님은 김래원과 세 번째로 모자 연기를 했는데 "좋죠. 그냥 엄마가 아니라 이상한 엄마잖아요"라고 흔쾌히 승낙하셨다. 

김래원의 경우, 그의 출연으로 인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어서 고맙고 미안하다. 래원이는 시나리오에 100%까진 이해가 안 된 상황에서도 "감독님이니까 믿는다. 인연을 맺어보자" 하더라. 진홍은 당황, 당혹, 놀람처럼 비슷한 감정들을 연이어 표현하는 캐릭터라 힘들었을 거다. 래원이에게 큰 신세를 졌다.

- CG 등 후반작업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했다. 

황당한 이야기라 관객이 잠깐이라도 '에이' 하는 순간 끝이다.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볼 수 있게 여러 장치를 해 놔야 한다. 연기자의 연기, 비 오는 날이면 희생부활자가 나타난다는 설정, 체내발화 등 비주얼적 요소로 묵직하게 유지하면서, 미스터리를 풀어내다 또다시 궁금하게 해 주는 데 신경을 썼다. 

체내 발화가 시작되는 지점도 중요했다. 어디에서 발화가 시작되느냐에 따라서 인물이 무섭게도, 불쌍하게도 보인다. 체내발화에 어울리는 음향도 넣어야 해서, CG팀 및 사운드 디자이너와 오랫동안 작업했다. 

 

 

- 명숙이 후반부 머리를 바닥에 찧는 신이 인상적이다. 이토록 잔혹한 장면을 넣은 이유가 있나.

대한민국 엄마들은 자식에 대한 약간 과도한 사랑을 품고 산다. 이건 좀 다른 얘긴데, 매제 정지우 감독의 '4등'을 너무 재밌게 봤는데 해외 반응은 다르다고 하더라. 자식을 위해서 불에도 뛰어들 수 있는 게 한국 엄마인데, 해외에선 이해가 안 되니 과장된 설정으로 봤던 거다. 명숙 역시도 자식을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나 역시, 어린 시절 괜히 심통이 나서 "엄마, 내가 죽으면 어떡할거야?"라고 물으면 어머니께선 고민거리도 아니라는 듯이 "나도 따라죽지" 하셨던 게 기억이 난다. 

- 진홍의 대사엔 많은 관객이 공감했을 것 같다. 진홍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그동안 "귀찮아서" 어머니를 외면했다고 말한다. 

자식이 어머니에 대해 회고할 때, 털어놓을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심경이 뭘까 생각하다 그 대사를 썼다. 좀 튀는 대사라 반대하는 스태프도 많았다. 그런데 나도 그렇고, 우리 아이들도 공감할 대사일 거다. 

- 반면 신선한 소재를 진부한 모성애로 풀었다는 비판도 있다.

내겐 그것 외에 방법은 없었다. 그 점에 끌렸기 때문에 지금처럼 마무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성동일 배우가 뒤풀이에서 반 농담식으로 "RV를 사회현상이 아닌 모성으로 풀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야"라고 했다. 정말 우리나라라서 그런 것 같다. 

- 영화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우울하다. 어떤 의도를 담았나. 

경쟁하고 이기는 게 먼저지, 나눔은 중요한 게 아닌 세상이 돼 버렸다. 물질적 풍요는 있는데, 정신적으론 갖춰지지 않은 거다. 집단자살이나 존속살해 같은, 예전엔 있을 수도 없던 사건이 쏟아진다. '희생부활자'엔 행복한 사람을 하나도 넣고 싶지 않았다. 진홍이 웃는 장면도 고시 합격 후 친구들과 함께할 때 단 한번뿐이다. 법, 죄, 용서에 대한 가치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 같다. '희생부활자'에도 이런 사회적인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모니터해보니 설명 위주라 흥미가 떨어질 것 같아 편집했다.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아쉽다. 

 

 

- 살해당한 사람이 응징한다는 점에서 속시원하게 봤을 관객도 있을 법하다. 곽경택 감독은 희생부활자가 있어야 한다고 보나. 

있어선 안 된다. 물론 나도 안타까운 사건들을 접하면 나라도 물리적으로 어떻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데 결과는 뻔하잖나. 혼란만 야기될 뿐이다. 집단의 질서를 위해 동의해 법을 만들었으면 그 약속 안에서 살아야 한다. 

사진=라운드테이블(권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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