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장가에 일본영화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러브레터’ ‘철도원’ ‘주온’ 등이 90년대 큰 인기를 끈 이후 오래 시들했던 일본영화가 다시 한 번 한국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등등 기상천외한 제목으로 시네필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영화들을 차근히 살펴봤다.
 

‣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스무 살의 타카토시(후쿠시 소우타)는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에미(고마츠 나나)를 보고 순시간에 마음을 빼앗긴다. 운명 같은 끌림을 느낀 타카토시의 고백으로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하지만 에미에게는 믿을 수 없는 비밀이 있었다. 바로 그녀가 남들의 시간과 반대로 흐르고 있다는 것. 교차되는 시간 속에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오직 30일 뿐이다. 과연 30일 후에도 이 사랑은 계속될 수 있을까.

지난 12일 개봉한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감독 미키 타카히로)는 아이러니한 제목이 궁금증을 자극하지만, 역방향 시간 로맨스라는 소재를 알게 되면 그 의문은 해소된다. 각자 미래와 과거에서 온 그들이 한정된 시간동안 나누는 ‘연인에서 연인이 아니게 되는’ 스토리는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관객들의 애틋함을 자극한다. 일본의 대표 청춘스타 후쿠시 소우타와 고마츠 나나의 케미스트리도 현실감을 키운다. 러닝타임 1시간50분. 12세 관람가.

 

‣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계속된 야근으로 지칠 대로 지쳐버린 회사원 다카시(쿠도 아스카)가 지하철에서 쓰러진다. 아찔한 순간, 그를 구해준 이는 다름 아닌 초등학교 동창 야마모토(후쿠시 소우타).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지고 지질했던 다카시의 일상도 즐거운 변화가 찾아온다. 하지만 어느 날, 다카시는 야마모토가 이미 3년 전 죽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는데... 도대체 넌 누구니?

일본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감독 나루시마 이즈루)는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무기력에 빠진 우리네 일상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겼다. 제목만으로도 힘든 일상을 살고 있는 회사원들의 눈길을 끈다. 영화 제목이자 극 중 다카시가 외치는 대사인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힘든 삶을 위로 받고 싶은 관객들의 짙은 공감을 환기한다. 러닝타임 1시간54분. 12세 관람가.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모교에서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는 ‘나’(오구리 슌)는 폐관이 결정된 도서관에서 도서분류를 하게 된다. 학창시절 도서위원이었던 그는 도서관을 정리하면서 과거의 기억으로 빠져든다. 12년 전, 스스로 외톨이로 만드는 ‘나’(키타무라 타쿠미)는 어느 날 우연히 학교 최고의 인기인 사쿠라(하마베 미나미)의 ‘공병문고’를 줍게 되고, 그녀와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너 정말 죽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감독 츠키카와 쇼)는 고어물 같은 제목으로 일찌감치 한국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제목과 상반되는 첫사랑의 풋풋함이 넘친다. 다소 으스스한 제목은 췌장에 병을 가진 사쿠라가 '나'와 서로의 영혼을 간직하고 싶은 바람을 뜻하는 표현으로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엔 이 제목에 설렘을 느낄지도 모른다. 러닝타임 1시간55분. 12세 관람가. 25일 개봉.

 

‣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어느 바닷가 마을. 불꽃놀이 축제를 앞두고 아이들 사이에서 ‘쏘아올린 불꽃은 옆에서 보면 둥글까? 납작할까?’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한편, 방학 중에 전학을 가게 된 나즈나는 소년 노리미치에게 “사랑의 도피”를 제안한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은 발각되고, 노리미치는 나즈나가 끌려 돌아가는 모습을 보기만 할 수밖에 없는데...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감독 신보 아키유키)는 ‘러브레터’ 이와이 슌지 감독이 1993년 만들었던 영화를 애니메이션화 한 작품이다. 특이한 제목은 불꽃놀이에 대한 아이들의 상상력을 상징한다. 사랑에 대한 소년의 궁금증, ‘그때 만약 이랬었더라면...’하는 상상을 문장화한 제목이다. 소년의 상상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원작의 감성을 애니메이션이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러닝타임 1시간30분. 15세 관람가. 12월 개봉.

 

 

사진=각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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