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부른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지만 정치권의 가을은 '독설의 계절'이다.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은 몸집 불리기에 적극 나선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은 바른정당 내 복당파를 견인하기 위해 그간 주머니 속에서 주물럭거리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투톱 좌장인 서청원·최경환 의원 출당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해 비밀 여론조사 결과까지 흘리며 열심히 간을 보는 중이다.

한국당 내부에선 홍준표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과 위기에 몰린 친박 사이에 난타전이 치열하다. 국민의당에선 DJ의 호남ㆍ햇볕정책을 계승하는 박지원·천정배·정동영 군단과 안철수계가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1일 최경환 의원이 "정치적 신의를 짓밟고 권력욕에 사로잡혀 당을 사당화해가는 홍준표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한다"고 반발하자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면서 국회의원을 주머니 속 공깃돌같이 다루고 공천 전횡으로 박근혜 정권 몰락의 단초를 만든 장본인이 이제 와서 출당에 저항하는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라고 맞받았다.

이어 "혼자 살기 위해 숨어 있다가 이제 와서 몸부림치는 모습은 측은하기 이를 데 없다. 곧 더 큰 시련이 다가올 터이니 조용히 그 대처에 만전을 기하십시오“라며 조만간 정부여당의 사정이 있을 것임을 경고했다.

자신에 대해 "촛불세력에 영합하고 있다"고 비난한 김문수 전 지사를 향해서도 "친이계 출신으로 경기지사를 두번이나 하시고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자 느닷없이 친박으로 변신,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대구로 내려가실 때 많은 사람들이 '이건 아니다'라고 했다"며 김 전 지사의 카멜레온식 변신을 비꼬았다. 이어 "친박은 알아주지도 않는데 홀로 무너진 담벼락을 짝사랑하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며 비아냥댔다.

국민의당 내부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안철수 대표 측이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상돈 의원은 “카리스마 있는 리더는 열심히 하지 않아도 지지율이 올라간다. 그런 측면에서 능력이 있다고 여겨지지 않는다”라며 안 대표를 깔아뭉갰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도 "햇볕정책과 호남은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다. 이를 요구한 유승민 전 후보는 대구를 버리냐", 정대철 상임고문은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데 이는 사당이나 독재적 발상이다”고 일갈했다.

당 대 당 통합이나 의원 영입의 전제는 이념의 좌표, 정책에 대한 공유다. 이런 대의명분 없이 당장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국민과 당원의 이해를 구하지 않은 채 이합집산을 하는 것은 자멸의 지름길이다. 역사가 이를 웅변한다. 가을 철새는 혹한이 오면 또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버린다.

사진= JTBC뉴스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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