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용의자X' '집으로 가는 길'에 이은 방은진 감독의 신작 '메소드'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받아 화제를 뿌렸다.

 

 

무대를 위해 자신을 버리는 메소드 연극배우 재하(박성웅)와 연기를 위해 자신을 던지는 아이돌 스타 영우(오승훈)가 공연을 하며 서로에게 빠져드는 이야기다.

'메소드'는 재하가 화제의 연극 '언체인'의 파트너로 만난 영우에게 느끼는 묘한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콧대 높은 영우가 재하와의 만남을 거듭하면서 점점 무대를 향한 진심과 열정을 내비치고, 재하 역시 영우를 상대 배우로 받아들이면서 영화는 정점을 치닫는다. 두 남자는 연극 연습을 하는 동안 서로 감정 연기를 주고받으며 야릇한 느낌에 휩싸인다. 각자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충실한 것인지, 아니면 캐릭터가 아닌 상대에게 감정이 피어오르고 있는지 헷갈리게 된다.

이렇듯 '메소드'는 극중극과 퀴어코드를 재료삼아 무대와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질 정도로 배역에 몰입하는 두 인물을 통해 배역과 배우가 완전한 일체를 이루는 메소드 연기의 단면을 극적으로 그려낸다.

 

 

그러나 1시간22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두 인물의 복잡한 감정선을 묘사하기에는 다소 힘에 부치는 인상이다. 초반 전개가 다소 급하다보니 서로에게 끌리는 두 남성의 알듯 모를듯 미묘한 심리 변화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질 않는다. 또한 두 인물의 감정 기복과 마지막 선택을 매끄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존재한다.

반면 '언체인'이라는 연극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보니, 배우들의 과한 듯한 연기는 작품에 잘 어우러지고 치열한 로맨스를 묘사하는 데 있어 아이러니하게도 자연스럽다. 후반부로 갈 수록 화력이 붙는 열연은 몰입감을 높인다.

주로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를 맡아 신스틸러로 주목받아온 박성웅은 이 작품을 통해 투톱 주연배우로 입지를 굳힌 모양새다. 캐릭터에 빠져들며 상대 배우를 향한 강력한 관성과 내면의 갈등을 느끼는 캐릭터를 중후하게 소화해낸다.

 

 

스크린에 데뷔한 꽃미남 신예 오승훈은 단연 눈길을 붙든다. 연극 '렛미인' '나쁜 자석' '엠.버터플라이'로 실력을 다져온 그는 극중 연극장면에서 탄탄한 발성과 연기력을 발휘한다. 무대 밖에서 재하에게 사랑을 느끼고 유혹하는 장면에선 동성 친구에 대한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흔들리는 소년, 여장남자 캐릭터 연기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 넘치게 밀어 부친다.

퀴어 코드 영화에서 익숙한 전개와 연출로 인해 긴장이 떨어지는 건 아쉬운 대목이나 배우 출신 감독 방은진이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배우의 내면세계를 밀도 있게 연출해낸 점은 관람포인트로 삼을 만하다. 러닝타임 82분, 15세 이상 관람가, 11월2일 개봉.

 

사진 = 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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