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드’ ‘은교’로 시네필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는 정지우 감독이 11월 ‘침묵’으로 돌아온다. 최민식 박신혜 류준열 등 신구 명품배우들의 조화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언론시사에서 입을 열었다.
 

‘침묵’은 재력과 사랑, 세상을 다가진 남자 임태산(최민식)의 사연을 담는다. 모든 것이 행복하다고 믿었던 그 날, 그의 약혼녀 유나(이하늬)가 살해당하고 용의자로 딸 미라(이수경)가 지목된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 임태산은 그날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를 시작한다.

 

‣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진실

‘침묵’의 서사가 펼쳐지는 주 배경은 법정이다. 살인사건에 대한 모든 정황이 채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재판이 진행되기에 검사 동성식(박해준)과 변호사 최희정(박신혜)의 공방에 관객들의 초점이 맞춰진다. 여기에 그날 자신의 행동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미라의 행동이 얹혀 관객들의 궁금증은 고조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의 중심에 자리하는 인물은 재판 당사자가 아닌 피고인 미라의 아버지인 임태산이다. 대기업 회장인 그는 “돈이 곧 진심”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으면서 극적인 긴장감은 팽팽해진다. 하나둘씩 드러나는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그의 비밀은 관객들로 하여금 결말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게끔 만든다.

 

‣ 법정물에 얽힌 감성드라마

‘침묵’은 오프닝에서부터 임태산의 감성적 면모를 밝힌다. 목적을 위해 정치계에 검은 손을 뻗치는 냉철한 인물임을 드러내면서도 약혼녀에 대해서는 사뭇 다른 부드러운 모습을 내비친다. 두 가지 성격을 오가는 그는 러닝타임 내내 이어지는 작품의 서스펜스를 탄탄히 책임진다.

영화가 재판에 접어들면서 본 궤도에 올랐을 때도 그의 감성적 면모는 강조된다. 미스터리한 사건에 죽은 약혼녀에 대한 사랑과 슬픔, 그동안 소홀했던 딸에 대한 부성애와 회한을 오가는 섬세한 감정선을 엮는다. 단순히 표면적으로 봤을 때 이는 감동 드라마로 보일 법 하지만, 영화 전반에 자리한 법정물의 분위기는 관객들에게 ‘그의 숨겨진 의도는 무엇일까?’하는 의문을 낳아 장르적 재미를 배가한다.

 

‣ 몰입도 이끄는 명품연기

‘침묵’의 매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건 무엇보다도 배우의 능력이다. 가장 인상적인 건 감성과 냉철함을 오가는 최민식의 명연기다. 재력가의 자신감을 연기할 땐 특유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하다가도, 사건 실체와 마주했을 땐 미묘한 떨림으로 디테일을 생생히 표현한다.

그 뿐 아니라 박신혜 류준열 이하늬 박해준 조한철 이수경 등등 출연진 대부분이 자신의 능력치를 모두 드러냈다. 배우의 열연에 단 하나의 캐릭터도 허투루 활용하지 않는 정지우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더해져 빛을 발한다.

러닝타임 2시간5분. 15세 관람가. 11월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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