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김대건이라는 배우를 눈여겨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작품마다 완벽한 변신을 거듭하기 때문도 있다. 과거에서 기인한 상처를 안고 사는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기시감 없이 전혀 다른 캐릭터로 창조한다. 대본을 잘 이해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가능한 지점이기도 했다. 김대건에게 부일영화상 신인남자연기상을 선물한 영화 ‘호흡’의 민구 역시 그랬다. 체형부터 헤어스타일, 그리고 날선 눈빛이 ‘나의 가해자에게’ 속 송진우를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때는 자동적으로 살이 빠지더라고요. 민구가 화장실에서 자잖아요. 극중 상황 자체가 극적이라 연기를 하면서도 살이 계속 빠졌어요. ‘호흡’ 때는 부담과 동시에 욕심이 많이 났던 거 같아요. 대학교 다닐때 ‘파수꾼’을 보고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장편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맞닥뜨리니까 설레더라고요. 부담보다는 잘해야겠다는 설렘이 컸던 거 같아요”

작품마다 얼굴이 달리 보인다는 말에 김대건은 “이런 역할만 맡는다, 정형화된 게 없어요”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예전에는 이게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좀 밋밋하게 생겼어요. 그래서 오디션 보러 가거나 하면 매력이 없다, 무슨 색깔인지 모르겠다, 그걸 찾아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거 같아요. 한 작품씩 하다보니까 그게 좋은 거 같더라고요. 이제는 그게 단점이 아니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김대건에게 ‘나의 가해자’가 첫 드라마는 아니다. OCN ‘왓쳐’를 통해 얼굴을 알렸고,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MBC ‘미쓰리는 알고 있다’에 출연했다.

“그나마 ‘미쓰리’에서는 어리버리 남자 형사로 나왔는데 보통 다 진지한 역할이었어요. 너무 극적으로 왔다갔다 했어요. 밝은 역할을 해보면 재미있을 거 같아요. 근데 제 성격도 진지한 걸 좋아해요. 지금 촬영하고 있는 영화도 무거운 내용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밝은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당연한 말이겠지만, 김대건도 처음부터 작품이 주어진 건 아니였다. 오히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 졸업반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

“대학에 갔을 때 선배님들의 기운이 너무 좋은 거에요. 저한테 너무 없는 부분이였어요. ‘이 학교 들어오면 뭔가 나의 내면을 갈갈이 풀어 헤쳐 버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학교를 다닐 때는 학업에만 충실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졸업을 앞두고 KAFA 단편영화로 ‘캐치볼’을 만나게 됐어요. 처음으로 학교가 아닌 외부 작품을 한 거였어요. 이후에는 정말 많은 오디션을 보고, 정말 많이 떨어졌어요. 이제 그 중에 하나씩 하고 있는 거에요. 운이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매번 저는 똑같은데, 어떤 작품은 되고, 어떤 작품은 안 되니까요”

끝으로 김대건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아직 걸어온 길보다 갈 길이 더 많은 배우기에 다양한 그의 도전과 변신에 기대가 모아졌다.

“소소한 일상생활이 계속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이걸 잊지 않고 간직할 수 있는 사람이요”

사진=싱글리스트(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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