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김정화, 임홍순 부부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25일부터 29일 아침 7시50분 KBS 1TV ‘인간극장’을 통해 충남 당진에서 고소한 꽈배기 냄새를 풍기는 김정화, 임흥순 부부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올해로 육십을 맞은 부부. 꽈배기 기름내 맡은 지 이제 겨우 넉 달, 한여름에 시작해 뜨거운 기름 앞에서 땀을 뚝뚝 흘렸다. 이젠 한겨울 동장군이 부부를 괴롭힌다. 트럭에 둔 식용유는 간밤 추위에 모조리 얼음이 됐고 트럭 위에서 반죽하는 손도 얼어붙었다.

꽈배기 트럭에 단속반이 와서 차 빼라는 요구에 기름 솥 식을 때까지만 기다려달라 읍소하기는 예삿일. 주차장 자리 차지하지 말라는 주민들 민원도 부지기수. 나이 육십에 거리에서 코로나 칼바람을 견디는 부부, 눈물이 절로 솟는다. 꽈배기 장수로는 초보라지만 이 부부, 원래는 알아주는 가수였다.

정화 씨는 국악으로, 흥순 씨는 트로트로 30년 넘게 먹고살았는데 코로나에 무대를 모두 잃었다.  무대에서 노래하다 만났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두 번째 인연이다. 흥순 씨에겐 사별의 아픔이 있고 정화 씨는 결혼해 딸 아들 낳았지만 이혼하고 혼자 된 지 오래였다. 늘 마음에 걸렸던 아이들, 딸은 중학교 때 엄마 품으로 찾아들었다. 흥순 씨도 친딸처럼 아끼며 살던 어느 날, 딸이 서른을 코앞에 두고 림프종을 선고받았다. 억장이 무너진 정화 씨, 공기 좋은 당진 산골로 급히 들어왔다.

텃밭 딸린 집을 구해 신선한 채소 길러 먹여 딸은 건강해졌는데, 집을 급히 구하느라 무리해 받은 대출이 아직도 남았단다. 코로나에 무대 잃고 통장 잔고마저 바닥을 보이니, 손 놓고 있을 순 없었던 부부. 나이 육십이나 되어 자식들에겐 손 벌릴 수도 없는 노릇, 공장엘 가볼까 운전을 해볼까 이리저리 기웃거렸지만 나이 육십에 오라고 하는 곳이 없었다. 호떡 장사라도 하려던 차에 지인의 추천으로 배우게 된 꽈배기 기술, 그렇게 부부는 마이크 대신 꽈배기를 들었다.

꽈배기 잘 팔리는 날엔 고마워서, 안 팔리는 날엔 남은 김에 덤을 팍팍 주는 인심 좋은 부부. 그 마음이 고마워 다시 찾아왔다는 할아버지 손님에, 추위에 고생한다며 쌍화탕 쥐여 주는 단골도 있다. 그동안 잘 살아온 덕일까, 친한 이웃들도 이리저리 부부를 도울 방도를 찾는다.

장사할만한 자리가 있는지 내 일처럼 찾아주고, 부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찾아와 꽈배기를 사 간다. 부부는 그 마음들이 고마워 매일 항아리에 번 돈을 조금씩 모았다. 새해 첫날, 면사무소에 들러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달라며 봉투를 건넨다. 코로나 칼바람을 맞으며, 무대가 아닌 거리로 나온 부부.  긴 인생에 넘어져 보지 않은 이가 어디 있으랴.

그럼에도 부부는 말한다. “나이 육십에도 못 할 게 뭐가 있나,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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