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36, 매거진 <싱글즈> 피처 에디터)

 

1. 야구

아침에 일어나면 TV 채널을 52번에 맞춘다(혹은 201번). 미국 프로야구 경기가 나온다. 야근할 때는 인터넷 중계를 켠다. 집에 가서는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본다. 삶이 가장 무료할 때는 11월부터 3월까지, 야구를 하지 않는 기간이다.

 

2. TV

혼자 사는 집에 TV가 두 개다. 침대 앞에 하나, 소파 앞에 하나. 요즘은 퇴근 후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 보는 재미에 잠을 설친다. 아, 나도 아침마다 출근하는 직장인인데…

3. 술

거의 매일 술을 마신다. 맥주 한 캔이라도 빠뜨리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술을 마시기 위해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 왔다. 삼일 밤 동안 혼자 술값으로만 100만원 넘게 썼다.

(싱가포르 리젠트 호텔에 있는 바 ‘맨하탄’. 세드릭은 술도 잘 말고, 서비스도 시원시원하게 준다.)

4. 레코드

언제부턴가 엘피 판으로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진공관의 따뜻한 음색과 지직거리는 잡음이 전하는 아날로그의 향기, 는 무슨 개뿔. 레코드의 한 면이 보통 20~30분 정도인데, 이거 뒤집는 게 정말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앨범 한 장을 통째로 들을 수 있으니 참는다.

(요즘은 고향 집에서 훔쳐온 빈티지 스피커와 앰프로 노래를 듣는다. 종종 아빠 생각이 난다.)

 

5. 담배

21년째 흡연 중. 하지만 좋아하는 여자가 싫어하면 안 피울 수 있다. 끊겠다는 게 아니고 그녀 앞에서만. 이 좋은 걸 어떻게 끊어.

 

6. 백팩

백팩 매고 다닌지 1년 정도 됐다. 필요한 물건을 마구 넣을 수 있어 편하지만, 한쪽 어깨로만 매서 그런지 2주에 한 번 꼴로 어깨가 심하게 아프다.

7. LVC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주구장창 사서 입는 편인데, 요즘은 오래된 리바이스 바지의 패턴과 부자재를 그대로 본떠 만드는 LVC(Levi’s Vintage Clothing)에 푹 빠졌다. 옛날 바지라서 그런지 지방으로 가득한 튼실한 허벅지가 여유롭다.

(가끔은 직구로 구입한다. 무척 싸다. 가끔은 우리나라에서 세일하는 가격보다 더.)

 

8. 홈마스터

청소를 싫어한다. 설거지는 더 싫다. 1주일 동안 쌓인 컵으로 싱크대가 가득 차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2주에 한 번씩 홈마스터를 불러 청소를 한다. 청소를 안 할 수만 있다면, 4만원이 아깝지 않다!

 

9. 한남대교

8년째 하루에 두 번씩은 꼭 건너는 다리. 가끔은 걸어서 이 다리를 건너 집에 가는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애창곡은 ‘양화대교’.

10. 김금자

“나는 혼자지만, 네가 있어 외롭지 않아.” 친구네 커플의 반려동물. 금자만 있으면 커플 모임도 쓸쓸하지 않다.

(김금자. 말이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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