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직장인의 지난 5년간 휴가 사용일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2021년 연례 유급휴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10년 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직장인의 휴가 사용일은 메르스 종식 이후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2015년 이래 꾸준히 늘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처음으로 실시된 2018년부터는 워라밸 개념이 보편화되면서 휴가 사용 문화도 한층 개선되기 시작했다.

지난해는 휴가에 대한 인식 변화에 있어서 새로운 분기점이라 불릴만했다. 지난해 한국인 여행객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휴가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국내에 국한된 이동 제약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을 대신해 국내 곳곳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해 갔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함께 하는 것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면서 전보다 휴가를 더욱 가치 있게 활용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한국인의 절반 이상(54%)은 주어진 유급휴가를 모두 사용했다. 평균 유급휴가 사용일(12일)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택근무와 무급휴직 상황이 발생하면서 전년도인 2019년(15일)보다 약 3일 가량 줄었으나, 지난 5년간 유급휴가 사용 추세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2015년 6일, 2016년 8일, 2017년 10일, 2018년 14일, 2019년 15일로 5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휴가 사용이 한층 편해진 양상과는 별개로 한국인 응답자 대다수(70%)는 여전히 휴가일 수를 부족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올해뿐만 아니라 최근 3년 연속, 휴가 부족에 대한 불만을 가장 크게 느끼는 국가 2위로 랭크 돼 왔으며, 주어지는 연간 유급휴가일수(15일)가 전 세계 평균(20일) 수준보다 적다. 그러나 2017년부터는 휴가를 부족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인은 휴가를 집(47%)이나 집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호텔(16%)에서 보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는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70%)가 많았고 온라인 수업으로 집에 있는 아이를 돌보는 등 가족을 보살피기 위해 휴가를 사용하는 이들도 많았다(27%).

한국인은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휴가의 소중함을 크게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9명(92%)이 전보다 휴가를 가치 있게 여기게 됐다고 답했다.

많은 이들은 코로나 블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휴가를 활용해 떠나는 여행을 꼽았다. 여행에 대한 시각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전에는 휴가를 쓰고 여행을 떠나는 일을 단순히 일에서 멀어지는 경험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60%),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시야를 넓히는 계기(39%)로 인식하게 됐다.

인식의 변화는 여행의 패턴도 변화시켰다. 한국인은 작년 한 해 동안 가까운 동네를 여행자의 시각으로 다녀보거나, 잘 알려지지 않아 인파가 적은 소도시를 찾아 휴가를 즐기면서 여행이 꼭 먼 곳으로 떠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체감했다. 또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집이 아닌 낯선 곳에 머물며 '워케이션'이나 '재텔근무'를 경험하는 등 일과 여가를 병행하는 새로운 패턴도 생겨났다.

올해에도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있는 조용한 여행지(25%) 선호, 언제든 여행 계획을 변경할 수 있는 환불 보장 상품(23%)의 확대,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으로 이동(23%)하는 추세 등 지난해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새롭게 생겨난 여행 트렌드들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작년 한 해 동안 한국인들은 여행을 계획하거나(27%) 지난 여행을 돌아보면서(25%) 간접적으로나마 여행 기분을 내보기도 했다. 여행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며 코로나 이후의 여행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활동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였다. 한국인 응답자 과반수(57%)는 코로나 상황을 겪고 나서 여행을 통해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더욱 다양해졌다고 답했다. 버킷리스트 달성을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59%)며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집 안에서의 생활이 길었던 만큼 더욱 소중해진 가족 관계를 증명하듯 앞으로의 휴가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 쓰겠다는 사람도 많았다. 한국인은 휴가의 좋은 영향으로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하고(88%), 귀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92%)는 점을 강조했다. 휴가 사용의 목적을 가족 구성원을 돌보고 그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58%)에 두거나, 휴가 중에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45%)도 많았다.

한편 이번 조사는 익스피디아와 글로벌 리서치 업체 노스스타 리서치 파트너스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2021년 보고서는 2020년 11월 18일부터 12월 9일까지 북미, 중미, 유럽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걸쳐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를 분석했다.

사진=익스피디아 제공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