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2'부터 '싱어게인'까지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불거진 출연진의 '학폭 논란'으로 곤역을 치렀다.

지난달 31 TV조선 '미스트롯2'에 출연 중이던 가수 진달래가 학교폭력 가해 논란에 휩싸였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교폭력 가해자가 '미스트롯2'에 나온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20년 전 저에게 학교폭력을 가했던 가해자 중 한명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미스트롯2'에 나온다"며 "수시로 불러서 때려서 다 기억은 못하지만 대략 한달에 한 번은 주기적으로 맞았고 금전적인 괴롭힘도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폭로 당시 '미스트롯2'는 본선 3차전 1라운드까지 방송을 마친 상황이었다. 당시 진달래는 김다현·김의영·류원정·홍지윤과 함께 '녹용 씨스터즈' 팀을 꾸려 1라운드 관객점수 1위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그리고 있었던 바.

하지만 '미스트롯2' 경연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는 시점에서 불거진 학폭 논란에 진달래는 '자진하차'를 택했다. 소속사 티스타엔터테인먼트는 공식입장을 내고 "당사는 본인에게 이번 학교 폭력 논란에 대한 일부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현재 진달래는 본인의 잘못을 인정했으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과거 자신의 잘못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현재 출연 중인 TV조선 '미스트롯2'에서 하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달래 역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린 시절 철없는 행동이 아직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으셨다는 말에 가슴이 찢어지게 후회스럽고 저 스스로가 원망스럽다"며 "가수 진달래이기 전에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기에 저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 뼈져리게 후회하고 있고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반성하며 살겠다"고 사과했다.

출연진의 갑작스러운 논란과 하차의 후폭풍은 자연스레 '미스트롯2' 방송까지 이어졌다. 이미 진행된 녹화분에서 진달래가 속한 '녹용 씨스터즈'는 본선 3차에서 최종 1위를 차지하며 팀원 전원이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던 것. 진달래의 하차 역시 준결승 무대를 단 하루 남기고 일어난 일이었다.

특히 준결승전의 미션은 듀엣. 당초 진달래는 강혜연과 팀을 이뤄 안무연습까지 모두 마친 상황이었지만, 갑작스럽게 하차를 결정지으면서 그의 파트너였던 강혜연 까지 준결승 무대에 지장을 받게 됐다. 이에 '미스트롯2' 측은 본선3차 탈락자 중 양지은을 추가합격 시켰고, 양지은은 준결승을 20시간 앞두고 긴급 투입돼 진달래의 빈자리를 메꾸게 됐다. 또한 진달래의 '눈물의 하차' 장면이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송출되면서, 일각에서는 '학폭 가해자 미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JTBC '싱어게인' 역시 출연자의 학폭 논란으로 비상이 걸렸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파이널 라운드 당일인 8일 TOP6 멤버 중 한명인 요아리가 중학생 시절 학교폭력을 일삼다가 자퇴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것.

파이널 생방송을 반나절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논란이 불거진 만큼 제작진 역시 명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할 시간조차 촉박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결국 '싱어게인' 측은 "본인에게 확인한 바로는 (학교폭력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정확한 사실 관계는 제작진도 파악 중"이라는 입장을 끝으로 출연진 변동 없이 파이널 생방송을 강행했다.

독특한 음색과 출중한 실력으로 심사위원의 극찬과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던 요아리였지만 학폭 논란이라는 불명예로 그는 TOP6 중 최종 6위에 그치며 경연을 마무리지었다. 실시간 문자투표를 제외한 온라인 사전투표와 심사위원 투표 합산 점수가 4위였던 것에 비하면 아쉬운 결과였다.

눈물의 하차를 택한 진달래와, 논란 속에도 파이널 라운드에 출연한 요아리

요아리는 경연이 모두 끝난 후에야 직접 해명글을 게재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선 저의 신상에 대해 쓴 글은 사실이 아니다. 어떻게 누군지 짐작도 안되는 사람의 글이 이렇게까지 커지고 저와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지 답답하다. 나는 하지 않은 일을 어떻게 설명하고 증명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곧바로 논란을 인정하고 하차한 진달래와는 달리 요아리의 학폭 논란은 아직 사실 여부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최초 폭로자는 추가로 게시글을 게재하며 "(요아리가) 잘 되는 게 싫은 게 아니고 그 사람은 학폭을 한 사람이 맞다. 학교 선생님들도, 선후배도 다 아는 사실"이라며 "전 정말 거짓말한 게 없다. 가짜로 대중들 앞에서 본인 사연 지어낸 그 사람이 거짓말쟁이"라고 재차 학폭 의혹이 사실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두 가수의 결말은 달랐지만 '싱어게인'과 '미스트롯2'는 단순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닌, 그간 그늘 아래 가려져 있던 무명 가수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자 하는 취지가 담긴 프로그램이다.

무명의 설움에 함께 마음 아파했던 시청자들에게 있어 이같은 논란은 이들의 하차 여부와 관련없이 더욱 큰 배신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더불어 누구보다 출연진이 빛나야 할 뜻깊은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출연진 학폭 논란'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로 뒤덮은 것은 안타깝다. 

경연 프로그램 출연진의 과거 논란은 지금까지 숱하게 있어왔던 일이다. 하지만 수많은 전례에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사전에 과거 논란을 차단하는 것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제작진의 꼼꼼한 사전 필터링과 더불어 무엇보다 출연자 스스로 SNS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스스로 철저한 자기 검열을 하는 것이 절실하다. 진심으로 응원했던 혹은 응원할 시청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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