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VR(가상현실) 기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가상현실이 사람들의 일상에 한발 더 가까워진 가운데, 가상현실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미디어아트전이 열린다.

 

 

한남동 복합문화공간 블루스퀘어 3층 한남아트갤러리에서 오는 10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가상현실전’은 과학의 발달로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인간들이 겪게 될 혼돈을 작품에 투영한다.

박정윤, 박정향, 손유나, 우유리, 이지현, 이보름, 허별 등 7명의 작가들이 만든 디지털 미디어아트, 조각, 출판물 등 다양한 소재의 설치미술 30여 점이 갤러리를 채운다.

손유나 작가의 ‘왁자지껄 식사시간 게임’은 컴퓨터 게임 형식의 디지털 미디어아트 작품이다. 게임은 매우 단순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관객은 키보드를 조작해 캐릭터를 움직여 화면에 뜨는 밥과 반찬, 간식을 먹으면 된다. 하나의 밥을 먹으면 다른 곳에 또 음식이 생기는 과정이 반복되는데 난이도별 단계도 나눠져 있지도 않고 엔딩도 없다. 심지어 캐릭터가 죽는 상황도 발생하지 않는 이 게임 속 가상현실은 영원히 이어진다.

 

 

작가는 게임 속 캐릭터가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현대인들과 닮았다”면서 “관객들이 게임 속에서 무언가를 계속 먹으면서 정신적 충족과 허탈함을 동시에 느끼게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보름 작가의 출판물 ‘인어가 사는 세계’는 32쪽 분량의 그림과 텍스트로 인어가 식용으로 쓰이게 된 세계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인어를 요리하는 법부터, 손질 후 부산물을 처리하는 법까지 인어를 횟감으로 사용하는 가상 세계의 구체적인 상황들을 그로테스크한 필치로 담았다. 작가는 2차원의 종이에 머무르지 않고 좀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가상의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설치 미술작품 ‘인어 시식회’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어의 상반신과 이미 손질돼 초밥이 된 하반신을 나란히 배치해 몰입감을 높인다. 전시된 초밥은 실제 연어 초밥으로 관객들이 직접 맛볼 수 있는데, 이 과정을 통해 가상과 현실의 불분명한 경계를 체험하게 된다.

사진= 한남아트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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