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과 유지태가 끝없는 속임수로 서로의 뒤통수를 치지만, 관객들까지 속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허성태)이 돌연 사망했다는 뉴스가 발표된다. 그러나 그가 아직 살아있다는 소문과 함께 그를 비호했던 권력자들이 의도적으로 풀어 준 거라는 추측이 나돌기 시작한다.

사기꾼만 골라 속이는 사기꾼 황지성(현빈)은 장두칠이 아직 살아있다며 장두칠 담당 검사였던 박희수(유지태)에게 그를 확실하게 잡자는 제안을 한다. 황지성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박희수는 권력을 위해 서로의 손을 잡게 되고 여기에 박 검사의 비공식 수사 루트인 사기꾼 3인방 고석동(배성우), 춘자(나나), 김 과정(안세하)까지 합류한다. 이들은 잠적한 장두칠의 심복 곽승건(박성웅)에게 접근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짠다. 하지만 박 검사와 황지성은 각각 장두칠 검거가 아닌 또 다른 목적을 위해 은밀히 작전을 세운다.

'꾼'이 단군 이래 최대의 금융 사기 사건으로 불리는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는 점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소재만 따왔을 뿐, 이를 통해 어떤 교훈이나 메시지를 주고자 하는 영화는 아니다. 여기에 케이퍼 무비의 매력인 두뇌 싸움과 각 캐릭터들의 개성으로 살을 더했다. '도둑들'을 재밌게 본 관객들의 취향을 자극하는 부분이다.

이 영화의 장점은, 만들어 놓은 설정들을 빼먹지 않고 잘 써먹고 있다는 데 있다. 인물의 사기 수법이나 말 한 마디 등이 결말에 이르러서 키 포인트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밀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은 속임수가 허점이 많고, 또 예상하기 쉬운 형태로 짜였기 때문이다. 몇몇 장면에서는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설정된 대상이 과연 저렇게 쉽게 속을까 하는 의심까지 든다.

사기꾼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으레 그렇듯 '꾼' 역시 서로를 계속 의심하며 속고 속인다. 이 영화는 황지성이 뒤통수를 치려 하고, 박검사가 이를 간파하지만 그 뒤에 황지성의 숨은 한 수가 더 있었다는 식의 패턴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릴레이 반전은 특색이지만 수법이나 패턴이 비슷해 그 효과는 미미하다.

황지성은 등장할 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팍팍 풍기고 있어 관객 중 누구도 그가 계산과 두뇌 싸움으로 질 거라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긴장감이 급속히 떨어진다. 박검사는 권력욕과 야망이 빛나는 사회 고위층 인사다. 냉철하고 엄격해 빈틈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극 초반 카 체이싱 장면을 제외하면 그가 이 싸움에서 권력을 잡는 부분을 찾기 힘들다.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해야 할 두 인물의 힘이 균형을 잃으니 서스펜스가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아쉬운 부분이 많은 작품이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와 꾼들의 각개전투는 나름의 호쾌함을 선사한다. 현빈, 유지태, 배성우, 박성웅, 나나, 안세하 등 모든 배우가 각자의 매력으로 한 화면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는 장면을 관람하는 즐거움도 분명 존재한다. 러닝타임 116분, 15세 이상 관람가, 22일 개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