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사이에서 대세라는 오피스텔. 서울로 상경하며 원룸, 하숙방, 기숙사 등 많이도 전전해봤으나 이제 오피스텔로 거취를 옮기며 보다 편안한 생활을 영위 중이다. 물론, 오피스텔에서 또 다른 오피스텔로 이사도 해봤다. 그 아무리 좋다는 오피스텔도 저마다의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오피스텔에 살면서 몸소 실감했던 필수 체크리스트, 다섯가지를 공유해본다.

 

1. 에어컨 가동이 자유로운 곳을 찾자

내게 인생 최대의 고통을 안겼던 A 오피스텔을 기억해본다. 바야흐로 2016년, 딱 1년간 살았던 A 오피스텔은 정해진 시간에만 에어컨이 가동되는 해괴한 곳이었다. 6월에 에어컨이 처음으로 가동을 시작했고, 그 시기에는 아침과 저녁 각 2~3시간 정도만 에어컨을 틀어줬다. 에어컨 가동 시간이 오기 전까지는 리모컨을 신경질적으로 눌러봤자 뜨뜻미지근한 바람만이 얼굴을 간질이며 약올릴 뿐이었다. 

그러나 나는 인내했다. 7~8월 경에는 그래도 에어컨을 원 없이 틀어주겠지…? 아무리 중앙제어시스템이라 한들 여름철에도 불가마에 살게 하진 않을 것 아닌가, 그런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이는 내 착각에 지나지 않았다. 7~8월 무더위에 접어들었으나 오피스텔 측은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 시간, 하루에 세 차례에 걸쳐 에어컨 냉풍을 공급하는 걸로 퉁쳤다. 말 그대로 퉁친 것이었다. 너네 주민들이 이 시간 쯤에 출근을 하고 이 시간쯤엔 집에 돌아오겠지? 또 이 시간쯤엔 잠이 들테니까 그때 동안에만 틀어줄게. 하지만 새벽에는 안돼^^ 이런 느낌이랄까.

나를 비롯한 거주민들은 무참한 무더위에 녹아서 소멸해버릴 지경이었다. 아무리 커뮤니티에 가입해 난리를 쳐보고, 관리실에 전화로 폭격을 가해도 새벽 한시가 넘어가면 냉풍은 완벽히 차단됐다. 덧붙여 말해보자면, 그 해는 서울의 8월 기온이 108년만에 가장 뜨거운 해였다. A오피스텔 거주민들은 새벽만 되면 찾아오는 그 무시무시한 더위에 대항하지도 못하고, 옷을 모두 벗은 채 방바닥에 누워 잠을 청했으리라. 결국 나는 이사를 하는 것으로 A 오피스텔에 백기를 들었다. 다른 집을 알아볼 때에는 에어컨을 마음껏 자유자재로 가동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했던 것 같다.

2. 최고는 남향, 북향·서향은 장단점이 있다

온도에 민감하다면, 오피스텔의 방향이 어디인지는 꼭 따져봐야할 요소 중 하나다. 나는 남향도 살아봤고, 서향도 살아봤고, 북향도 살아봤다. 남향은 여름에나 겨울에나 햇빛이 많이 쏟아지지만, 뜨거운 여름에도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서향은 남향 못지 않게 뜨거웠으나 바람이 통하지 않는다. 북향은 바람은 불지 않으나 언제나 서늘했고, 빨래 말리기가 여간 불편하게 아니다. 가장 좋은 건 남향이었다. 하지만 오피스텔 분양 시작 전부터 대기를 타지 않는 이상 좋은 층의 남향 방을 구하는 건 꽤 어렵다.

 

3. 관리비가 걱정된다면 세대수가 많은 곳으로

A 오피스텔이 에어컨 문제 못지 않게 스트레스를 많이 준 게 있다면 바로 '관리비 폭탄'이었다. 사용하는 가전 제품도 몇 개 없고, 에어컨도 제대로 못 틀게 하면서 매달 10만원이 훌쩍 넘는 관리비로 허탈함을 안기는 게 아닌가. "아니, 관리비가 8만원 선이라더니 이 금액은 뭐예요?" 관리실에 따져 물었다. 그러자 관리실 측은 그건 기본 관리비고, 니가 쓴 거 다 합치면 10만원이 넘을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집에 돌아가 조사를 해본 나는 다시 따져 물었다. "비슷한 조건의 다른 오피스텔은 기본 관리비가 5만원이라는데 님들은 왜 그러십니까? 왜 기본 관리비부터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겁니까?!" 그러자 A오피스텔은 300세대도 안돼서 거주민들이 총 관리비를 엔빵 하다보면 어쩔 수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나는 이사하는 날까지, 무조건 세대수 많은 곳으로 가겠노라 다짐하며 이를 아득바득 갈았다. 현재는 거의 900세대에 육박하는 B 오피스텔로 이사를 왔다. 확실히 낮아진 관리비가 만족스럽다.

 

4. 편의 시설이 다양한지 확인한다

그러나 A 오피스텔은 B 오피스텔에 비해 주변 편의 시설이 많았기에, 이사를 하고나서는 그사실이 좀 아쉽게 느껴진다. 1인 가구에게 편의 시설이란 매우 중요한 법. 비단 편의점 뿐만 아니라 세탁소, 마트, 여러 카페 프랜차이즈, 외국식 음식점, 도시락 브랜드, 패스트푸드점 외에도 PC방, 노래방, 당구장 등의 오락 시설도 즐비했던 A 오피스텔 주변 상가들은 혼자 살아도 불편함 없는 생활이 가능하도록 도와줬다. 

모든 오피스텔이 그러하듯, 현재 B 오피스텔 역시 여러 음식점과 유명 카페 프랜차이즈, 편의점 브랜드들이 들어섰다. 하지만 외식을 하려고 할 때마다 선택지가 다양하지 못하다 보니 일부러 옆 동네까지 걸어가는 날이 많아 아쉬울 따름이다.

5. 지하철역, 버스정거장까지 횡단보도 유무 체크

A 오피스텔이 B 오피스텔보다 나았던 또 다른 장점은 버스정거장이나 지하철역까지 가는 길에 횡단보도가 단 한 개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다. 이번 항목은 애초에 부지런한 사람들에겐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지만, 1분 1초마저도 느리적거리고 마는 나 같은 사람에겐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A 오피스텔의 길목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B 오피스텔로 이사를 간 후,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느라 버스나 지하철을 놓쳐버리는 일이 다분하게 일어났다. 그냥 평소에 일찍일찍 준비하면 되잖아! 라고 지적해도 별 수 없다. 본성은 쉽게 바뀔 수 없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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