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018년을 지배할 소비 트렌드는 뭘까.

 

 

매년 한 해의 흐름을 전망하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트렌드 코리아 2018'을 최근 발간했다. 이들이 뽑은 2018 키워드는 'WAG THE DOGS(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로, 기존엔 몸통이 우선이었으나 현재는 평범하고 소소한 부분 '꼬리'에 주목한다는 의미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작은 사치' 등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2018년 소비를 주도할 10개 트렌드를 소개한다. 

 

 

#소확행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필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소확행(小確幸·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서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같은 것들이다. 본래는 1970~1980년대 버블경제 붕괴로 힘든 사회에서 소소한 행복을 추구했던 심리인데, 현 한국사회에 적용된다는 점이 씁쓸함을 남긴다. 

#플라시보 소비

가짜 약을 먹고도 나을거란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약효가 있을 수 있다는 '플라시보 효과'가 소비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가격과 기능을 비교해보는 가성비에 마음을 더한 ‘가심비’는 소비자에게 심리적 안정을 줌으로써 불안을 잠재우고 스트레스를 덜어준다는 분석이다. 

 

 

#'워라밸' 세대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Work-and-life balance)’의 준말로, 직장을 구할 때 중요한 조건으로 여기는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이른다. 등장한지는 꽤 된 표현이지만 최근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타인과의 관계보단 개인의 삶을 더 소중히 여기며, 회사생활에 모든 것을 쏟았던 기성세대와 달리 자신의 취미생활이나 일상을 더 중요시한다. 조직 역시 워라밸 세대에 대해 배척하기보단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언택트 기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contact) 대신, 모니터만으로 가능한 무인 기술을 뜻한다. 사람과의 접촉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겐 환영받으나, 대면 접촉을 원하는 이들에겐 반갑진 않다. 

#케렌시아

스페인어인 ‘케렌시아(Querencia)’는 나만이 알고 있는 아늑한 휴식 공간을 뜻한다. 그런데 본래 케렌시아는 그냥 편하게 쉬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투우장의 소가 투우사와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잠시 숨을 고르는 곳을 의미한다. 즉, 뭔가 중대한 일을 앞두고 최대한 에너지를 모으는 곳이란 뜻으로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공간이다. 

#만물의 서비스화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기술의 발전은 만물의 서비스화를 더욱 앞당기는 배경으로, 서비스는 제품의 선택을 좌우하는 결정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젠 아파트를 고를 때 시공사와 인테리어보다 발렛파킹, 하우스키핑, 호텔급 조식 등 제공 서비스를 살펴보고, 자동차를 살 때도 제조업체가 아니라 내부 서비스를 더 고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매력자본 

매력의 ‘매(魅)’는 ‘도깨비 매’자다.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 ‘선택장애’를 앓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선 이 매력이 필수적이다. 예로 라인, 카카오 캐릭터 상품들을 떠올려볼 수 있다. 

#미닝아웃

SNS의 해시태그는 누구나 자기만의 생각을 세상에 소리칠 수 있게 만들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쉽게 모아준다. 무엇을 걸치고 어떤 가방을 들고 무엇을 먹느냐가 ‘나’라는 사람을 정의한다. 소비를 통해 부를 과시하던 시대 대신, 이제 소비는 신념의 표를 던지는 행위가 돼 가고 있다. 즉 '미닝 아웃'(Meaning Out)의 시대다. 

#대안관계 

다양한 관계의 압박 속에서 사람들은 소수와 오랫동안 깊게 관계를 맺기보다 다수와 짧게 얕은 관계를 맺는 것을 더 선호한다. 또 이혼은 물론이고 해혼, 졸혼이 유행하고 2040년쯤이면 결혼제도 자체가 소멸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관계 이후의 관계를 고민해야 할 때다.

 

#소비를 통한 낮은 자존감 회복

지금처럼 자존감이 낮은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흙수저를 자처하고, 끊어진 계급 사다리 앞에서 절망한다. 무너진 자존감을 세워주는 자기계발서들이 서점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몽땅 차지하고 있다. 무너진 자존감을 세워줄 소비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연합뉴스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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