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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채비' 고두심 어록, 국민엄마의 품격이란 이런 것

드라마에서 봤던 인자하고 정 많은 모습 그대로였다. 다작을 자랑하는 보기드문 중년 스타임에도, 인터뷰 자리는 좀처럼 없었던 고두심(66)이 영화 '채비' 개봉과 함께 취재진을 만났다. 

 

 

'채비'는 시한부 어머니 애순(고두심)이 지적장애가 있는 아들 인규(김성균)를 두고 이별할 준비를 하는 내용이다. 고두심은 인터뷰에 극중 아들로 출연한 김성균과 함께 나왔는데, 촬영 사진에서 느껴지듯 실제 모자같은 다정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현장을 퍽 훈훈하게 했다. 

연기대상만 6번 받은, 방송사 3사 대상을 모두 석권한 최초이자 유일한 배우인 고두심의 연기력이야 논할 필요가 없을테지만 그의 깊이는 인터뷰에서도 남달랐다. 답변 하나하나에서 연륜과 따스함이 묻어났다. 취재진에겐 상냥했고, 김성균에겐 실제 어머니처럼 그를 귀여워하기도 했다. 고두심의 격이 다른 멘트들을 모아봤다. 

- '영화가 좀 올드한 것 같다'는 말이 나오자, 

"올드하다, 그 말씀이 맞습니다. 시대가 너무 빨리 움직이는 것 같아요. 지금 기자 여러분들이 타다닥, (타이핑하는) 손놀림도 빠르니…. 이 기계 때문에 흥하는 것도 많지만 잃어버리는 것도 많은 것 같아요. 우리 6학년들(60대) 넘은 사람들은 그런 걸 쫓아가지 못해서 안타까운 마음에 짜증 아닌 짜증을 내 보기도 하고 핑계도 댑니다. 그런데 너무 빠르게만 흘러가면 잃어버리는 것도 생겨서, 쉼표를 찍어 되돌아보는 올드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참 다들 감각적이고, 있는 것 위에 또 뭔가가 더 있어야 하고, 그런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지요. 우리 영화는 가미되진 않았지만 아주 진솔하고 성심성의껏 찍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 '국민엄마'라는 수식어에 대해 

"너무 과분하고 무겁기만 해요. 웬만하면 그렇게 안 불러주셨으면 싶어요. '전원일기'에선 '국민 맏며느리'란 말로 제 어깨를 무겁게 하더니, 이젠 국민엄마라고… 제가 그정도의 사람이 되는것도 아닌데 꼭 '꼼짝마, 이놈아' 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겸손해서가 아니라 정말 안 붙여주셨으면 좋겠어요. '국민' 자는 가수로 치자면 세계적으로 내놔도 손색없는 이미자, 조용필 씨 같은 분들에게 붙여야 하지 않을까요."

 

 

- '채비' '디어 마이 프렌즈' '전원일기' 등 진한 울림을 주는 휴머니티 작품에 대해 

"실제 이런 모습이 세상에 있든 없든, 이런 드라마를 자꾸 보여주면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요? '디어 마이 프렌즈'는 삶에 대한 지표를 주는 정말 좋은 작품이었죠. 자기 일이 바쁜 시대에 서로에게 신경을 써 주는, 피를 나눈 자매같잖아요. '전원일기'는 농촌 고발드라마란 소리도 들었지만, 뭉클한 감동과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있었죠. 고향을 떠난 이들에게 향수를 느끼게 하고, 너무 빨리 변해버린 시대를 되돌아보게 하기도 했고요. '채비' 역시도 강렬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것보다도 일상에 대한 의미를 찾으려 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시한부 어머니와의 이별만이 채비가 아니라, 안방에서 화장실까지 가는 것, 양치질을 하는 것, 그런 일상의 순간들이 모두 다음을 위한 하나의 준비지요."

- 로맨스 작품이 언급되자 

"젊은 사람들에게 6학년 넘은 사람들의 사랑은 유치할 수 있죠. 감정은 있는데 몸은 굼뜨니까. 반면에 내가 보는 어린 사람들의 사랑은 어설플 수 있지요."

- 동석한 김성균이 "이렇게까지 친절한 선배는 처음 봤다. 촬영중에 만난 시민들에게 일일이 웃으며 응대해주신다"고 하자, 

"그렇게 안 하고는 못 살아. 미움 받는다니까. 안방극장에서 보시는 분들은 저를 동네에 흔히 볼 수 있는 이웃 아주머니처럼 느끼실 거예요. 서민 역을 많이 했는데, 몸에 배어서 빨아도 빨아도 빨아지지 않고 붙어있지요.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성균씨도 본질이 아주 좋아요. 인품이 좋고 변하지 않을 사람 같아서, 배우 수명이 굉장히 길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김성균이 '채비'에 특별출연한 신세경과 함께 식사자리라도 마련할 수 있었는데, "가서 쉬셔야겠다"고 나름대로 배려하다 눈치없이(?) 행동한 것에 대해,

"성균씨도 멜로는 잘 안 들어오겠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니까."

 

 

- '국민엄마'란 수식어를 얻게 한, 어머니 연기를 탁월히 해내는 비결을 묻자,

"제주도에서 4대가 모여 사는 집에서 자랐어요. 처녀 때부터 '고모할머니'란 소리를 들었으니 연기할 때 '엄마' '할머니' 소릴 들어도 아무렇지 않았어요. 내 얼굴이 엄마처럼 생겼는지, 아니면 목소리가 좀 저음이라 그런지, 초창기부터도 싱글 역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엄마 역을 많이 했지요. 

실제 모습에 가깝게 잘 따라갔다면 다행이네요. 우리 부모님이 정말 좋은 분들이셨어요. 그 DNA를 닮고 싶다고, 발뒤꿈치만이라도 따라가면 성공한 삶이란 생각을 항상 하며 사는데, 그 영향이 굉장히 크지 않을까요. 그 위의 외할머니와의 기억도 많아요. 장죽을 물고 피우시던 모습, 인두 옆에서 저고리나 치마를 만들어주시며 장화홍련전 같은 구전소설을 두런두런 얘기해주셨던 것이 영화 장면처럼 머릿속에 남아있어요. 그러니 '난 어머니 역할만큼은 잘 할 수 있어'란 힘이 어린날의 추억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가족의 힘이란 건 무한한 것 같아요. 안 되는 게 없고, 뭐든 이룰 수 있죠."

 


사진=라운드테이블(이완기)

에디터 오소영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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