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현빈(35)이 두 얼굴의 사기꾼으로 은밀한 판을 짠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꾼'(감독 장창원)에서 그는 사기꾼만 골라 속이는 사기꾼 황지성으로 분한다. '꾼'은 사기꾼들의 한 판을 그리는 케이퍼 무비로, 충무로에선 레드오션으로 불리고 있다. 그만큼 많은 배우들이 케이퍼 무비에 출연한 바 있다.

 

 

"케이퍼 무비에 대한 환상이나 로망 같은 건 없었다. '꾼' 시나리오 자체가 마음에 들어서 출연했다. 장르를 두고 '이걸 찍어야지' 이런 계획을 하진 않는다. 범죄오락영화다.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두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아무 생각 없이 잘 보고 간다' 이러면 좋을 것 같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허성태)이 돌연 사망했다는 뉴스가 발표되지만 황지성은 그가 살아 있다고 믿고 장두칠 담당 검사였던 박희수(유지태)에게 장두칠을 잡자고 제안한다. 현빈은 '꾼' 매력이 반전에 있다고 전했다.

"반전의 재미 때문에 선택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반전을 보고 내가 느낀 매력이 관객들에게 똑같이 전달될까 하는 기대와 궁금증이 있었다. 놀라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또, 저와 다른 사람들이 만났을 때의 케미와 시너지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황지성은 전체 판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팀의 브레인이자 두둑한 배짱을 가진 리더다. 현빈은 이번 작품에서 능수능란한 사기꾼을 연기하기 위해 노인으로 분장하는 등 색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는 특수 분장을 위해 하루 최소 2시간 반 이상을 분장팀과 함께 땀을 흘렸다. 또, 유지태에게 일방적으로 얻어 맞는 장면을 소화하기도 했다.

"맞는 게 더 편하다. 유지태 선배가 때릴 때 나를 너무 걱정하고 배려했다. 그러지 말라고 부탁했는데,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다. 유지태 선배는 감정이나 연기에 대해서 다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영화에 대한 사랑도 남다르시다. 시나리오도 직접 쓰고 계시고, 연기에 대한 열정도 많다. 자상한 분이 연기할 때는 눈빛이 바뀌어서 놀라기도 한다."

'꾼'에는 영화 신인이 두 명 있다. 한 명은 '즐거운 인생' 조감독에 이어 드디어 감독으로 데뷔한 장창원 감독이다. 현빈은 "신인 감독님에 대한 특별한 생각은 없었다. 이번 '꾼'은 시나리오도 직접 쓰셨다. 영화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거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장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다른 한 명은 스크린에 처음으로 출연하는 나나(본명 임진아)다. 나나는 '꾼'에서 유일하게 이름이 있는 여성 캐릭터 춘자를 연기한다.

"(나나는) 현장에서는 티를 안 내는데 되게 노력하는 것 같다. 뒤에서 철저하게 한다. 리허설할 때 감독님이나 주변 배우들의 말을 잘 듣고 소화해낸다. 거기에 큰 축을 담당한 게 유지태 선배였던 것 같다. 밝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친구여서 주변에 에너지가 전파됐다."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케이퍼 무비인 '꾼'은 배우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합이 중요했다. 현빈은 유지태뿐만 아니라 배성우, 나나, 안세하, 박성웅 등과 호흡을 맞췄다.

"다른 배우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시나리오를 보면 그 장면들을 만화책처럼 상상하게 됐다. 그렇게 추측을 하고 현장을 가면 전혀 다른 리액션이 나올 때가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그걸 얼마나 잘 받아주느냐의 싸움이었던 것 같다. 배성우씨가 특히 그렇다. 크게 다르게 하신다기보다, 더 좋게 소스가 뿌려져서 나오는 느낌이다."

2017년 상반기 충무로 히트작을 언급할 때 '공조'를 빼 놓을 수 없다. 7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공조' 이후 10개월 만에 극장가에 복귀한 현빈은 '공조'의 흥행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하면서도 "알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공조'에 이어 '꾼', 그리고 내년에는 '협상'과 '창궐'까지 지금 현빈은 그야말로 '열일' 모드다.

"연기하면서 해소되는 게 있다. 현장에서 다른 분들과 부딪혔을 때 에너지를 받는다. 지금도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아서 매일 일한다. 힘들다기보다 재밌다. (연기적으로) 하고 싶어지는 표현이 많아지는 것 같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현빈을 떠올리면 2005년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언급한다. '내 이름은 김삼순' 얘기가 나오자 그는 예전에 출연했던 작품을 종종 다시 본다고 말했다.

"시간이 좀 지나서 다시 보면 사소한 습관이나, 잊고 살던 걸 찾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 말아야겠다, 고쳐야겠다 하는 게 보인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진 못한다. 낯 뜨겁다. 왜 저렇게 했을까 싶은 게 너무 많다."

작품으로는 대중과 꾸준히 만나지만 그의 사생활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2003년 KBS 드라마 '보디가드'로 배우 인생을 시작한 이래 십여 년이 흘렀지만 현빈 여전히 신비한 배우다.

"의식적으로 감추는 것도 맞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게 일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도 안 든다."

 

사진 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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