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세계가 내놓은 화제의 광고 ‘쓱’을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다. 뉴욕 출생으로 파리와 유럽을 돌아 뉴욕에서 활동한 이 예민한 화가의 작품에는 모든 것이 고립돼있다. 현대인, 고독, 도시, 슬픔 등이 범벅된 작품들에는 중산층으로 보이는 남녀가 등장한다. 무표정한 얼굴에는 고독과 신경과민의 포스가 뚝뚝 떨어진다. 말 붙이기 미안한 냉랭한 공기에 절로 마음이 스산해졌던 순간들.

 

 

그리고, 작품 속에서 빠져나온 듯 세련된 도시남녀가 브라운관에 나타난다. 감정을 최대한 걷어낸 목소리와 군더더기 없는 제스처. 화사한 분위기 속에서 몇 마디 말과 미세한 입가로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SSG 광고다.

 

“SSG, 읽어봐요.”

“쓱.”

“잘 하네.”

 

원작의 ‘Room in NewYork’이 ‘공가 남매의 위트질’로 탈바꿈한다.

극한의 고독에서 고급스런 허세로 쓱 넘어가는 순간이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었지만 캔버스 앞에 앉아 평생을 마감한 그의 반려자는 화가 조세핀 나이비슨이었다. 한때 사랑했으나 폭력을 휘두를 만큼 애증의 내리막을 걸었던 두 사람은 그러나 죽을 때까지 서로를 떠나지 않았다. 힘겹게 유지된 결혼생활 속에서 고독의 옹이는 더욱 단단하게 파고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은 여러 곳에서 오마주, 패러디, 트리뷰트됐다. 펜디는 아예 원작의 컬러감과 분위기를 광고에 담았고 여러 문화현상을 풍자해온 애니메이션 ‘심슨’도 작품 속에 호퍼를 초대했다.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은 순간순간 숨을 고르게 되는 호퍼 작품의 퍼레이드다.

 

 

익숙하고 반복적인 근대미술의 거물이 두 배우 옆에 앉으니 작품이 귀여운 한 편 속물스러워졌다. 이런 감상도 ‘쓱’ 휘발되겠지만.

에디터 안은영 eve@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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