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키드'를 애정하는 배우들이 모두 모였다. 그만큼 무대 안팎으로 이들이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엄청나다. 삶에 지친 관객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하는 이들의 진심을 느낄 수 있다.

23일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뮤지컬 '위키드' 공동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은 옥주현, 정선아, 손승연, 나하나, 서경수, 진태화가 남경주의 진행으로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위키드'는 2003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18년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블록버스터 뮤지컬이다.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초연에 이어 또 한번 호흡을 맞춘 엘파바 역 옥주현과 글린다 역 정선아는 이번 시즌 역시 "쿵짝이 잘 맞는다"는 말로 여전한 호흡을 자랑했다.

"20kg 넘는 옷을 입고 해야한다. 대사와 퀵체인지도 많다"며 어려움을 토로한 옥주현은 '위키드'를 가장 어려운 작품으로 꼽았다. 정선아 역시 "살도 좀 빼고 나이도 들고 해서 예전과 달리 힘들었다. 또 빈 관객석을 채워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서 이전보다 에너지를 더 쓰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상황과 겹쳐 더욱 쉽지 않은 공연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배우들이 버틸 수 있는 건 작품이 가진 힘, 관객들이 전하는 에너지 덕분이었다. 정선아는 "관객분들 눈이 반짝거린다. 손이 부러져라 박수 쳐주신다. 너무 재밌게 보고 계시는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옥주현 역시 "그래도 공연을 보기 위해서 어려운 과정을 겪고 오신 분들이다. 앉아서 많이 자제하시면서 소중함을 더 크게 느끼고 계실 것이라는 추측을 한다. 그게 큰 힘이 된다"고 마스크를 뚫고 전해지는 응원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이번 시즌 새로운 엘파바로 손승연, 글린다로 나하나가 캐스팅됐다. 옥주현과 정선아라는 선배의 존재가 벽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두 배우는 오히려 선배들 덕에 편하게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가수로서 앨범을 준비하던 중 합류하게 됐다던 손승연은 "부담스러웠지만 그럼에도 '위키드'이기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한 "어린 시절 모습이 엘파바와 닮은 구석이 많았다"며 엘파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글린다의 대표 넘버 'Popular'의 어려움을 새삼 실감했다는 나하나 역시 글린다를 맡게 된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위키드'의 팬이었다는 그는 "상상조차 못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작품이다. 연습때는 부담도 있고 역할을 찾아가는게 힘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역할에 피해 안드리고 잘 수행하는게 목표였다"는 그는 스태프와 선배 배우들의 도움을 힘에 업고 '선한 글린다'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에로 역의 서경수와 진태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13년전 군 복무 시절 휴가를 나와 처음 '위키드'를 접했다는 진태화는 "그땐 뮤지컬배우가 될 줄도 몰랐다. 개막하고 공연 모니터했는데 관객분들이 박수로 에너지를 전달해주고자 하는 감정들이 전해졌다. 공연 내내 밝은 에너지를 전달해드리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자유로운 영혼인 피에로처럼 자유분방하게 자랐다는 서경수는 자신과 닮은 캐릭터를 편하게 연기하고 있다고 했다. 남경주 역시 실제 "피에로와 닮았다"는 말로 싱크로율을 인정했다. 성경수는 또한 "연습실에서부터 많이 울고 소름이 많이 돋았다. 왜 '위키드'인지 알게됐다"는 말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배우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건 '위키드'가 가진 메시지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전세계 유일 한국에서만 공연된다는 점에 자부심과 책임감이 있다"는 옥주현은 "살아가면서 많은 선택의 지점에 놓인다. 그리고 책임이 따른다. 때문에 열심히 헤쳐나가는 삶을 산다. 엘파바의 책임의 깊이가 깊어졌다"는 말로 이전과 달리 더욱 깊게 캐릭터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정선아는 '위키드'를 "배우를 꾸며주는 작품"으로 표현했다. "화려한 무대 속에 겹겹이 쌓여있는 메시지가 깊다"는 말로 기대감을 더했다. 또한 공연계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찾아주는 관객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어떻게 문화공연 즐겨야하는지 새 역사 쓰고 있는 것 같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나하나는 "'위키드'를 사랑하시는 분들이 다 모였다는 걸 느꼈다"는 말로 '위키드' 팀의 호흡을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배우들 모두 진심으로 작품을 애정하고 있는 것이 무대 안팎으로 느껴진다. 인생에 대한 메시지, 화려한 무대와 유쾌한 음악과 더해져 지친 관객들에게 힘을 전할 수 있는 이유다.

한편 '위키드'는 지난 16일 개막해 오는 5월1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구 인터파크홀)에서 공연한다. 

사진=싱글리스트DB,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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