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스타의 등장을 기대하던 시청자들을 단숨에 매혹한 남자가 있다. 97년생 어린 나이지만, 또렷한 이목구비와 탄탄한 연기력을 두루 갖춘 배우 이서원(20)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서원은 최근 종영된 MBC 드라마 ‘병원선’에서 한의사 김재걸 역을 맡아 다소 냉소적인 듯한 외형과 츤데레스러운 반전매력으로 뭇 여성팬들의 애정을 듬뿍 끌어 모았다. 지난 2015년 JTBC 드라마 ‘송곳’으로 데뷔한지 겨우 2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스타로서 발걸음을 차근히 내딛고 있다. 특히 이번 ‘병원선’은 그에게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

“종영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마음속에 ‘병원선’이 남아 있어요. 병원선이란 배를 타고 잠깐 다른 세상에 넘어갔다가 돌아온 느낌이랄까요.(웃음) 꿈을 꾼 것 같아요. 몇몇 작품을 했지만, 이번처럼 크고 중요한 역할을 맡은 건 처음이라서 그런가 봐요. 하지만 이제 또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내디뎌봐야지요.”
 

첫 주연의 영광을 안겨줬다는 점에서 ‘병원선’은 시작부터 설레는 작업이었지만, 스무 살의 나이에 서른두 살 캐릭터를 맡았다는 점, 그리고 어려운 용어가 난무하는 한의사 직업의 역할이라는 점에선 깊은 고민이 필요했다.

“우선 제가 겪어보지 않은 나이라서 고민이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다보니까, 포스터에도 나와 있듯 이 작품은 ‘청춘과 어른 사이’를 조명하는 느낌이더라고요. 재걸이는 물론이고, 은재(하지원), 현(강민혁) 모두 상처가 있어서 스무 살에 머물러 있는 사람인 것 같았어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고민이 해결되더라고요.(웃음) 제가 더 이상 정신적으로 크지 않고, 몸만 삼십대가 됐을 때 어떻게 살게 될까가 캐릭터 해석 방향이었어요.”

  

그의 짙은 고민이 보상이라도 받는 걸까. 종방 후 네티즌들은 “재걸이가 진주인공이다”라는 반응을 끊임없이 보내고 있다. 이에 연신 “참 감사한 일이죠”라며 수줍게 미소를 짓는 이서원에게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전했다. 그는 “러브라인이 이뤄지지 않아서”라는 다소 의외의 대답을 전했다.

“드라마나 영화 연극을 보는 이유가 사람들이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법한 이야기를 보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속에서도 현실의 모습을 찾으시지요. 재걸이가 은재를 좋아하지만 그 사랑이 이뤄지지 않잖아요. 사실 우리가 사랑을 하면 대부분 실패하는데, 거기서 공감을 받으신 게 아닐까요. 약간은 동정일 수도 있지만요.(웃음)”
 

‘병원선’ 속에서 러브라인을 구성했던 배우 하지원과는 나이와 데뷔년도 모두 꼬박 19년이나 차이가 난다. 누구라도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대선배’다. 하지만 이서원은 “차이를 느낄 새가 없었다”며 상대 하지원에게 감사한 마음을 내비쳤다.

“일단 감정이입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선배님이 엄~청난 동안이시잖아요.(웃음) 도리어 너무 편했지요. 친누나처럼 하나하나 세세하게 챙겨주시기도 했고요. 연기 내공도 엄청나셔서 신 하나하나 함께 만들어갈 때는 배울 점이 참 많았어요. 덕분에 슛 들어갈 때도 거리낌이나 어색함 없이 했죠.”

 

이서원은 촬영 당시를 되돌아보며 “힘들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촬영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특히 몇 달 간 머문 거제도의 좋았던 점을 이야기하면서 ‘홍보대사’ 급 예찬론을 펼쳤다. “열흘만 휴가가 있다면 거제도에서 머물고 싶어요”라는 말은 덤으로 붙었다.

“맨 처음 거제도에 도착해서 눈을 뜨자마자 바로 ‘해외로 왔나?’ 싶었어요. 동남아 휴양지 같은 분위기였지요. 풍경이... 아름답다는 말도 부족해요.(웃음) 국내에서 해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제주도 말고 거제도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느꼈어요. 음식은 또 얼마나 맛있던지. 제가 가장 추천하는 곳은 몽돌해수욕장이에요. 자갈이 쫙 깔려서 파도가 부서지는데... 안보시면 후회하실 걸요.(웃음)”

 

이서원은 데뷔한지 3년차의 신인이지만, 올해에만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JTBC 웹드라마 ‘막판로맨스’, MBC ‘병원선’ 등 세 편의 드라마와 영화 ‘대장 김창수’까지 열일을 이어가고 있다. 한창 놀고 싶은 스무 살 청년이기에 걱정스런 마음에 휴식이 필요하진 않은지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꽤나 프로페셔널 했다.

“아쉬운 건 딱 하나예요. 준비가 조금 더 길었으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거요. 텀 없이 작품이 이어지다보니까 준비가 부족했어요. 휴식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냥 쉬는 것보다도 나를 갈고 닦는 시간을 조금 갖고 싶어요. 촬영을 안 하는 시즌이 오면 고생을 사서해보고 싶어요.(웃음) 배우에게 무언가 새로운 걸 경험해보는 건 중요하잖아요.

사실 국토종주를 떠날 계획을 하고 있어요. 아직 누구랑 갈지 정하진 않았지만, 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떠날 거예요. 올해가 가기 전에요. 요즘 너무 추워져서 텐트에서 자긴 무리가 있을 것 같고요.(웃음) 이미 회사에서 허락해주셨어요. ‘뮤직뱅크’를 해야 해서 딱 일주일의 시간만 주어져있지요. 많은 분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경험하고 싶어요. 하하.”

 

이서원은 지금의 열일을 견딜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팬들의 사랑”이라고 전했다. 자책이 많고 늘 후회하는 자신의 마이너스 성격을 팬들의 애정이 플러스로 바꿔주고 있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팬들에 대한 마음을 밝혔다.

“팬분들께 보답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해요. 요즘엔 편지도 많이 주시는데, 받은 날 꼭 다 읽어요. 대기실에서 자주 훌쩍이곤 하죠.(웃음) 사실 편지를 써주시는 것도, 현장에 찾아와 주시는 것도 다 저를 위해 시간을 써주시는 거니까요. 보답해드릴 수 있는 건 열심히 연기하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존재자체만으로도 감격이지요. 아무리 힘들어도 ‘팬이에요’ 소리만 들으면 자동으로 웃음 짓게 만들어주시니까요. 늘 감사합니다.”

 

사진 지선미(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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