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변화하고 화려한 이미지들이 넘쳐나는 요즘, 자신만의 속도와 색깔을 지키며 살기란 쉽지 않다. 글로벌 감성매거진 킨포크의 작가 겸 프로듀서였던 줄리 포인터 애덤스의 신간 ‘와비사비 라이프’(윌북 펴냄)는 삶의 지향을 다시금 고민하게 한다.

와비사비(WABI-SABI)란 일본어 와비와 사비가 합쳐진 말이다. ‘와비’는 단순한 것, 덜 완벽한 것, 본질적인 것을 의미하고 ‘사비’는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인 오래된 것, 낡은 것을 뜻한다. 이 두 가지가 어떤 사물, 풍경, 예술 작품에 깃들어 있을 때 ‘와비사비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와비사비는 부족해 보이지만 그 안에 깃든 깊이를 문득 깨닫는 미학적 개념이다. 디자인, 인테리어, 예술 분야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와비사비를 추구하는 흐름이 있어왔고 이제 ‘와비사비’는 삶의 태도와 라이프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자가 일본, 덴마크, 캘리포니아,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만난 와비사비 생활자들은 속부터 겉까지 모두 소박하고 단순하며 고요하고 느긋한 삶을 추구한다. 투박한 음식과 오래된 물건, 어스름의 산책, 누군가와 나누는 속 깊은 대화, 어슬렁거리는 일요일 오후 등 그들은 와비사비를 일상에서 실천하며 삶의 여유를 느끼게 된다.

책에는 인테리어부터 물건 고르는 법, 집 꾸미는 법, 손님 초대하는 법, 휴일 보내는 법 등 와비사비스러운 삶이 무엇인지 찬찬히 짚어주는 글과 함께 와비사비 정서가 깃든 그들의 식탁과 집, 삶의 풍경이 250여 컷의 사진에 담겼다. 오래된 의자, 나무, 심플한 꽃꽂이, 간소한 식탁 차림, 뒷마당, 들판까지 곳곳에서 와비사비다운 그윽한 멋을 느낄 수 있다. 간결하면서도 담백한 저자의 글마저 와비사비스러워 마음이 평온해진다.

빠르고 번잡한 세상 속 잠시나마 차분한 정서를 느끼고 싶다면, 물질적 풍요에서 더 이상 행복을 느낄 수 없다면, 진짜 멋이 무엇인지 찾고 싶다면, 와비사비를 만날 시간이다.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게, 즐겁게 나를 아끼며 살아갈 수 있다. 264쪽. 1만4800원.

 

■ 와비사비 생활자, 한번 해볼까요?

1.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정하고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2. 사소한 일은 그대로 흘러가게 두라.

3. 나에게 의미 있는 물건만 소유한다. 되도록 소유하지 않는다.

4. 부족해도 덜 완벽해도 그게 인생이라 믿는다.

5. 한 번에 오직 한 가지에 집중한다.

6.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솔직해진다.

7. 다 잘될 거니 마음은 언제나 느긋하게.

8. 산책은 필수.

9. 겉치레보다 본질을 선택한다.

10. 물질적인 것에 휘둘리지 않는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