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다가올 연말 성수기에 다수의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출격을 예고한 가운데, 외국 거장들의 작품도 연이어 영화팬들을 찾아온다. 블록버스터만큼의 통쾌함은 없지만, 언제나 따스한 작가관으로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보자.
 

‣ 빛나는 - 가와세 나오미 감독

시력을 잃어가는 포토그래퍼 나카모리(나가세 마사토시)는 앞을 볼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영화 음성 해설을 만드는 모임에 참여하고, 해설을 쓰는 초보작가 미사코(미사키 아야메)를 만난다. 사사건건 의견이 부딪히던 두 사람은 점점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고, 그렇게 함께 아름다운 라스트 신을 써내려가는데...

칸영화제 황금촬영상 수상작 ‘수자쿠’(1997), 심사위원대상작 ‘너를 보내는 숲’(2007)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상실과 부재라는 자기고백적 메시지를 그려왔던 가와세 나오미 감독이 ‘빛나는’으로 돌아온다. 시력을 잃는 포토그래퍼라는 드라마틱한 설정에 얹힌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가와세 나오미 특유의 메시지를 더더욱 강하게 빛낸다. 러닝타임 1시간42분. 12세 관람가. 23일 개봉.

 

‣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 에드워드 양 감독

14세 소년 샤오쓰(장첸)는 성적이 나빠 중학교 야간부로 반을 옮기고, 거기서 소공원파와 어울리게 된다. 그러던 중 소공원파 보스 허니의 여자 밍(양정이)을 사랑하게 돼버린다. 하지만 허니는 경쟁조직인 217파의 보스를 죽이고 은둔 중이다. 보스의 부재로 통제력을 상실한 소공원파는 217파와의 대립이 격해지고, 밍을 사랑하게된 사요쓰도 이 싸움에 휘말리고 만다.

대만 뉴웨이브의 대표주자였던 에드워드 양 감독의 대표작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이 해외개봉 26년 만에 국내에 첫 선을 보인다. 195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한 소년의 쓰라린 성장담과 대만의 역사를 겹쳐낸다. 양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였던 청년시기의 고민과 현실의 폐쇄성에 대한 심도 깊은 비판메시지를 전한다. 러닝타임 3시간57분. 15세 관람가. 23일 개봉.

  

‣ 시크릿 레터 -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세계 각국을 돌며 강연을 여는 교수 에드(제레미 아이언스)는 목숨만큼이나 사랑하는 오랜 연인 에이미(올가 쿠랄렌코)에게 언제나 화상통화와 편지로 애틋한 사랑을 전한다. 그리고 평소와 다름없던 어느 날, 에이미는 갑작스레 그의 사망소식을 듣는다. 하지만 그 후에도 도착하는 에드의 사랑 가득한 편지들은 에이미를 혼란스럽게 만드는데...

'시크릿 레터'는 ‘시네마 천국’ ‘베스트 오퍼’ 등을 통해 명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신작이자, 탁월한 연기력의 제레미 아이언스와 올가 쿠릴렌코가 주연을 맡아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 하모니를 연기한다. 여기에 ‘시네마천국’ ‘피아니스트의 전설’ ‘헤이트풀8’ 등의 음악을 책임졌던 세계적인 음악감독 엔니오 모리꼬네가 가세, 최고의 로맨스영화의 탄생을 알렸다. 러닝타임 2시간2분. 12세 관람가. 23일 개봉.

  

‣ 세 번째 살인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자신을 해고한 공장 사장을 살해한 혐의를 받은 미스미(야쿠쇼 코지). 그는 자백했고 사형은 확실했다.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는 데만 관심 있는 냉철한 변호사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 하지만 그는 사건에 다가가면 다가설수록 혼란을 느낀다. 그리고 번복되는 미스미의 진술, 이제 모든 것에 의심이 가기 시작한다.

'걸어도 걸어도'(2009),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등 가족 드라마로 명성을 쌓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세 번째 살인’으로 돌아온다. 이번엔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법정 스릴러이기에 더욱 기대를 모은다. 고레에다 감독은 “사람이 사람을 심판한다는 것에 대해 파헤쳐보고 싶었다”며 변신의 이유를 설명했다. 러닝타임 2시간4분. 12월14일 개봉.

 

‣ 패터슨 - 짐 자무쉬 감독

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의 이름은 패터슨(아담 드라이버)이다.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패터슨은 일을 마치면 아내와 저녁을 먹고 애완견 산책 겸 동네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그리고 일상의 기록들을 틈틈이 비밀노트에 시로 써내려 간다.

‘천국보다 낯선’ ‘커피와 담배’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로 일상의 무료함과 그 속에 숨은 예술성에 대해 지극히 집중해온 짐 자무쉬 감독도 컴백한다. ‘패터슨’ 역시 단조롭지만 아름다운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면서 삶의 아름다움은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소소한 것들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짐 자무쉬 감독의 비주얼 연출력도 역시 빛을 발한다. 러닝타임 1시간58분. 12세 관람가. 12월21일 개봉.

 

사진=각 영화 스틸컷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