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으로 향하는 메이저 시상식이 드디어 시작한다. 그 첫번째는 바로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이다.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오스카 시즌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골든 글로브에서 수상 소식을 들려줄 수 있을까.

사진='미나리' 포스터

3월 1일(한국시각)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방식으로 개최된다. 골든 글로브를 시작으로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SAG),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그리고 오스카까지 이어진다.

메이저 시상식은 오스카 시즌 비평가협회 시상식과 차이를 보인다. 비평가들에겐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다. 비평가들이 주는 크리틱스 초이스나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주최하는 골든 글로브는 성격이 다르지만 이외의 조합시상식, 아카데미 시상식은 영화인들이 투표에 참여한다. 즉, 골든 글로브 수상이 오스카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골든 글로브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 외국어영화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 영화 첫 후보 지명이자 수상이었다. ‘기생충’은 이 기세로 미국배우조합상 영화 부문 앙상블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수상 그리고 오스카 작품상 포함 4관왕을 달성했다.  

사진=골든 글로브 인스타그램 캡처

‘기생충’의 뒤를 이어 ‘미나리’가 골든 글로브 수상에 도전한다. 앞서 ‘미나리’는 한 차례 논란에 휩싸였다. HFPA가 ‘미나리’를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지난 4일 HFPA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나리’가 덴마크 ‘어나더 라운드’, 프랑스·과테말라 ‘라 요로나’, 이탈리아 ‘더 라이프 어헤드’, 미국·프랑스 ‘투 오브 어스’와 함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미나리’ 제작 국가는 미국임에도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지명됐다. HFPA는 규정상 영어 대사가 절반 이상 나오지 않으면 외국어영화로 분류한다. 이에 ‘미나리’는 작품상 심사 대상에서 배제됐다. ‘미나리’에선 대부분 대사가 한국어다. 이에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이 골든 글로브의 규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 후보라는 건 바뀌지 않았다.

할리우드 내에서 ‘미나리’에 대한 이 같은 반응이 심상치 않게 흘러나오면서 올해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유력 후보로 ‘미나리’가 지목되고 있다. 로튼토마토, 인디와이어 등은 ‘미나리’의 수상을 예측했다. ‘미나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어나더 라운드’다. 인디와이어는 “HFPA가 비영어권 영화들을 작품상 후보 제외해 논란을 일으킨 만큼 ‘미나리’에 트로피로 보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진='미나리' 스틸컷

‘미나리’가 골든 글로브에서 수상하는 건 오스카로 가는 길목에서 중요하다. 예년 같으면 오스카가 열릴 시점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오스카는 4월 말로 연기됐다. 그 기간 만큼 출품작이 늘어났다. 현지 분위기, 오스카 캠페인에 의해 수상 여부가 크게 좌우되는 만큼 ‘미나리’를 바라보는 메이저 시상식, 할리우드 영화인들의 시선이 어떤지 골든 글로브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미 미국배우조합상에 앙상블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조연상(윤여정) 후보로 오른 것만으로도 ‘미나리’는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 중이다. 지난해 ‘기생충’은 미국배우조합상 앙상블상을 받고 파죽지세로 오스카까지 접수했다. 메이저 시상식에서 배우조합의 파워는 크다. 또한 오스카의 다양성 정책으로 다양한 인종, 국가의 영화인들이 멤버로 선정됐다. 여기에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미나리’의 이민자 이야기도 있다.

현재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 애런 소킨 감독의 ‘트라이얼 오브 시카고 7’ 그리고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등이 오스카 작품상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미나리’가 3월 15일 오스카 후보 발표 전 골든 글로브에서 3.1절 낭보를 들려줄 지 기대가 된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