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종 국가인 미국에 뿌리를 내리는 한국계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미나리'가 28일(현지시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자 외신들은 일제히 "외국어영화상이 아닌 작품상감"이라며 주최측을 비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외신들은 골든글로브 주최 측이 ‘대사 규정’ 때문에 미국 영화인 ‘미나리’를 작품상 후보에 올리지 않고, 외국어영화상 후보로만 선정해 논란이 됐던 사실을 자세히 전하면서 "미나리는 작품상을 놓고 경쟁했어야 할 가장 미국적인 이야기"라고 전했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제작사 '플랜B'가 만든 작품이다. 하지만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골든글로브 규정에 따라 외국어영화상만 받았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EPA)가 "비영어권 대사 때문에 미나리의 작품상 수상 자격을 박탈해 비판을 받았다"며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빛낸 사실상의 '우승작' 가운데 하나로 미나리를 꼽았다.

dpa 통신도 "미나리는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오른 유일한 미국 영화였다"고 꼬집으면서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을 중심에 둔 본질적으로 미국적인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나리’가 "강인함을 상징하는 한국의 전통 약초에서 제목을 따왔다"면서 "미나리는 (한인 이민자) 가족이 고난 앞에서 찾아낸 끈기와 신뢰에 대한 은유"라고 소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나리를 연출한 정 감독은 미국 감독이고, 미국에서 영화가 촬영됐고, 미국업체 투자를 받았음에도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만 올라 작품상 부문에서 경쟁할 수 없었다"고 골든글로브를 비판했다. 이어 "출연진도 연기상 후보에 오를 자격이 있었지만 상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극중 할머니 순자 역을 맡은 윤여정이 미국 내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26관왕을 휩쓸고, 주연 스티븐 연과 한예리가 오스카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CNN 방송도 골든글로브가 미나리를 작품상 후보에서 배제한 것에 대해 "할리우드의 인종차별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게 했다"며 "미국은 인구의 20% 이상이 집에서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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