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가 오스카 시즌 메이저 시상식 스타트를 성공적으로 끊었다. 지난 1일(한국시각) 열린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한국어 대사가 50% 이상 차지해 골든 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규정에 따라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지만 값진 성과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미나리’가 메이저 시상식 평가를 받는다.

사진='미나리' 포스터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시작으로 수많은 메이저 시상식이 ‘미나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SAG) 영화부문 앙상블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조연상(윤여정) 후보에 올랐고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10개 부문 노미네이트를 기록해 ‘미나리’의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후보 지명 가능성은 높아졌다. 오스카 후보 지명이 문제가 아니라 몇 개 부문에 이름 올릴 것인지가 더 중요해졌다.

현지시각으로 3월 7일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가 열리고 4월 4일 미국배우조합상이 개최된다. 그 사이에, 8일 미국제작자조합상(PGA, 24일 개최), 9일 미국감독조합상(DGA, 4월 10일 개최)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4월 11일 개최) 후보가 발표된다. 가장 중요한 15일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가 공개된다. 3월에 ‘미나리’의 운명이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나리’는 지난해 ‘기생충’과 닮아있었다. 한예리가 인터뷰에서 “제2의 ‘기생충’으로 불리지만 우리만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했지만 ‘미나리’를 이야기할 때 ‘기생충’을 빼놓을 수가 없다. 작품이 비슷해서가 아니라 오스카 시즌 행보가 닮았기 때문이다. ‘기생충’은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후 미국배우조합상 앙상블상을 받았으며 그 기세로 오스카 작품상 포함 6관왕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미나리’도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미국배우조합상 앙상블상 후보에 올랐다.

사진='미나리' 인스타그램 캡처

‘미나리’의 할리우드 내 영향력은 크다.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작품상에 해당하는 관객상을 수상했으며 골든 글로브의 작품상 후보 제외로 할리우드 영화인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받았다. 관객, 영화인 모두를 사로잡은 것이다. 여기에 외신들도 골든 글로브 수상 이후 ‘미나리’를 극찬했다.

AP통신은 올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빛낸 사실상의 ‘우승작’ 가운데 하나로 ‘미나리’를 꼽았다. dpa 통신도 “’미나리’는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오른 유일한 미국 영화였다”고 골든 글로브를 비판하면서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을 중심에 둔 본질적으로 미국적인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나리’ 출연진도 연기상 후보에 오를 자격이 있었다”고 배우들의 연기력에도 찬사를 보냈다.

오스카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배우들의 지지를 받은 것도 ‘미나리’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케 한다. 미국배우조합상은 오스카와 직결되며 스티븐 연과 윤여정의 노미네이트는 오스카에서 한국 출신 배우의 첫 후보 지명 가능성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오스카는 배우조합, 제작자조합, 감독조합 등 조합원들이 많이 멤버로 소속돼 있는 만큼 조합상에서 상을 받는 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사진=골든 글로브 시상식 SNS 캡처

다만 골든 글로브가 보여준 ‘이변’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모리타니안’ 조디 포스터의 여우조연상,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vs. 빌리 홀리데이’ 안드라 데이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오스카 시즌 변화를 예고했다. 예년 같으면 연초에 끝났을 시상식들이 코로나19 여파로 4월까지 이어지면서, 뒤늦게 개봉한 영화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미나리’가 잊혀지지 않고 계속 시상식에서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4월 25일 열리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한달 보름 넘게 남았다. 이제부터 ‘미나리’의 오스카 시즌은 시작됐다. 크리틱스 초이스에서도 낭보를 전하며 ‘미나리’가 역사를 써내려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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