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울어야 할 때가 있어. 억지로 참지 말고 그냥 울어.” 세상 모든 역경을 혼자 이겨내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아픔을 속에 꾹 눌러 담고 어떻게든 버텨 살아보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 내가 힘을 내야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 ‘파이터’는 하루하루 어떻게든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영화다.

# 1PICK: 임성미, 부산국제영화제가 찾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과 올해의 배우상을 동시에 거머쥐고 칸과 베니스와 더불어 세계 3대 영화제로 권위 있는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 14플러스 섹션에 공식 초청된 ‘파이터’의 보물은 탈북자 진아 역을 맡은 임성미다. 그는 북한 사투리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민낯에 강렬한 눈빛을 쏘며 스스로 벽을 만든 진아 그 자체가 됐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은 한없이 여린 진아는 영화에서 탈북자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힘들게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표본이 된다. ‘매우 값진 관심의 대상’이란 뜻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작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두 영화는 복싱 소재의 이야기라는 것도 닮았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 이옥섭, 구교환 감독의 단편 ‘연애다큐’,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스타트업’ 등 영화, 연극, 드라마를 넘나들며 내공을 쌓은 데뷔 13년차 배우 임성미를 ‘파이터’에서 보고 있으면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힐러리 스웽크가 떠올려진다. 가장 평범한 얼굴로 가장 보통의 인물을 표현해내는 임성미의 매력이 스크린을 장악하며 보는 이들을 빠져들게 한다.

# 2PICK: 백서빈 X 오광록 X 이승연, 든든한 ‘파이터’의 버팀목

‘파이터’는 임성미와 함께 극을 든든히 받쳐주는 이들이 있다. 진아의 성장을 묵묵히 지켜봐주는 복싱 코치 태수 역의 백서빈은 따뜻한 온기를 전한다. 탈북자 진아가 낯선 한국에서 적응하기 힘들어할 때 먼저 손 내밀어준 이가 바로 태수다. 노랑 머리, 문신으로 겉만 보면 세 보이지만 태수만큼 착한 사람은 ‘파이터’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만큼 백서빈이 연기도 따뜻하게 전해진 것이다.

복싱 체육관 관장 역을 맡은 오광록은 ‘파이터’에서 묵직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대사가 많지는 않지만 말 한마디에 카리스마가 묻어나며 눈빛 만으로도 진아의 마음을 이해해준다. 진아의 엄마로 분한 이승연은 극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안정적인 연기로 작품에 몰입도를 높인다.

# 3PICK: 혼자서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영화 오프닝에 토마스 머튼의 “사랑이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운명이다. 혼자서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삶의 의미는 다른 이들과 함께 할 때 찾아지는 것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파이터’에서 진아는 어떻게든 혼자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고 자신도 모르고 부탁하는 건 물론, 남을 신경 쓰게 된다.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하려는 이들에게 필요한 건 용기다.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하기보다는 주변을 둘러보며 어려움도, 사랑도, 행복도 같이 나눠야 자신감은 두 배가 된다. “나는 계속 싸울 것이다”는 진아의 말이 보는 이들의 마음속에 강력한 한방을 선사할 것이다. 러닝타임 1시간 44분, 12세 관람가, 3월 18일 개봉.

사진=‘파이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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