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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입덕' 부르는 배우 이이경 키워드 11

이번 가을은 단언컨대 이이경에게 '입덕'하기 좋은 계절이다. KBS 2TV 드라마 '고백부부'에서 장발을 휘날리며 대체불가한 '코믹 감초'로 활약한 데 이어, 영화 '아기와 나'에선 아이만 두고 사라져버린 아내를 찾아나서는 청년 도일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고백부부'에서 미친 존재감을 뽐냈다면, '아기와 나'에선 갓난아이를 홀로 돌보는 젊은 아빠를 연기했다. 눈에 띄는 것은 훌륭한 연기력뿐만이 아니다. 쾌활하고 즐거운 성격이지만 연기에 대한 칭찬을 들으면 긁적긁적,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매력적인 배우.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고 울고, 고양이 알러지가 있는데도 반려묘와 함께 살며, '금수저 이슈'에 대해선 툭툭 털어 버린다.

곁에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친구 '고독재'처럼, 들을수록 흥미로운 배우 이이경(29)의 이모저모를 보다 친근하게 반말로 옮겨본다. 인터뷰를 읽고 나면 분명 빠져들게 될걸?

 

눈물 

눈물이 많은 편이야. '고백부부'는 물론이고 '나는 자연인이다' 보면서도 울어. 사업에 실패하고 혼자 산 속에 들어가서 사시는 분들이 나올 때가 있는데, 그건 극본이 아니라 실제 경험이잖아. 그곳에 가기까지 사정이 오죽했을까 싶어. '아기와 나' 역시 대본을 봤을 때부터 눈물이 났어. 도일(이이경)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입하게 됐어.  

애드리브 

'아기와 나' 중, 기억나는 애드리브는 순영(정연주)을 보고 놀라서 맨발로 뛰어나가는 장면이야. 감독님은 다치면 어쩌냐고 신발 신으라고 하셨는데 "괜찮아요. 발 숏 타이트하게 따 주세요. 유리조각 박히면 더 리얼하죠, 뭐" 했지. 형에게 맞는 신에선, 상황적으로 도일이 더 세게 맞으면 좋겠단 생각에 "아휴, 괜찮아요. 목 돌아가게 때려주세요" 했는데 헉, 정말 이명이 울렸어. 손이 크신 배우 분이셔서 얼굴을 쫙 덮더라고.

 

 

술담배 

'아기와 나'는 감독님 지인의 실화야. 친아들도 아닌 아기만 둔 채 아내는 떠나버리고 엄마는 아프고… 도일의 답답함만큼이나 술, 담배 신이 많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 평소 술 먹는 장면에선 실제로 먹고 연기하는 편이어서, '아기와 나' 때도 그렇게 했어. 그게 '진짜'니까. 아기 배우와 함께 촬영할 땐 당연히 아무도 담배를 피지 않았고, 핀 후에도 아기 전용 손 세정제로 꼭 씻었지. 

영화작업 

드라마는 쪽대본을 봐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는 시동을 거는 시간이 주어지니 배우에겐 고마운 작업이야. '태양의 후예' '커튼콜' '진짜 사나이'에 이어 '아기와 나'를 찍었는데, 네 현장 중 가장 편했던 것 같아. 촬영 이전부터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어. 겨울이라 추위를 많이 타는 내겐 수월친 않았는데도 열정은 가장 뜨거웠던 것 같아. 

내가 도일이라면?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더 무섭다고 하잖아. 책임감도 있고, '칼을 뽑았다면 무라도 썰어야지'란 생각이 있어서, 나라면 아마 키우지 않을까? 다른 사람이 키우는 걸 나라면 못 볼 것 같아. 같이 살며 울고불고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아이가 사고를 치더라도 내 곁에서 사고쳤으면 좋겠단 생각이 클 것 같거든. 

 

 

코미디 연기 

영화 '괴물들'을 찍고 있을 땐데, 김휘 감독님께서 "코미디를 하면 좋겠다. 코미디 호흡이 있다"고 하셨어. 이미지와 인상이 세서 그런가, 내게 그런 말을 해 주는 분이 없었거든. '고백부부'를 만나고 그때의 감독님 말씀이 생각나더라.

이왕 망가지는 거 좀더 세게 하고, 콘셉트도 세게 잡으려 했어. 레옹 선글라스, 의상 같은 건 직접 아이디어를 낸 거야. 원래는 좀더 웃긴 장면도 있었어. 초고에서 없어진 신이긴 하지만, 술 마신 후 반도(손호준)와 함께 잘 때, 어머니가 뒷모습만 보시고 여잔 줄 알고 놀라서 나가시는 장면도 있었지. 하하. 

금수저 아버지?

아버지와 같이 안 산지 12년이 넘었어. 18살 때부터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옥탑방, 공용화장실이 있는 고시텔에 살았지. 옛날 브라운관의 TV 하나, 행거 하나 있는, 팔을 못 뻗을 정도로 좁은 곳이었어. '아버지가 도와주겠지' 생각하겠지만, 근데 막상 그렇게 되니 아버지 생각은 잘 안 나더라. 안 도와주실 것도 알고.

친구 4명이서 "네가 오늘 네모 해라" 하면서 테트리스하듯 구겨서 자고 그랬는데, 지나고 보니 재밌는 추억이야. 어머니께선 "네가 검정고시 출신인 게 콤플렉스일 수 있는데, 연기하는걸 보니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경험이 된 것 같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했어. 

다작배우

예전엔 '학교보다 카메라 앞에서 배우는 게 많다'는 생각이었어. 모든 게 경험이란 생각에 드라마, 영화, 예능을 두루 찍었는데 세어 보니 40개가 넘더라. 작품을 하고 나면 지쳐서 재충전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그 말이, 지금은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은데 그 당시엔 습득하기 바빴지. 하지만 그 경험으로 더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나의 30대 

오디션이든 미팅이든 촬영이든, 보다 여유가 생긴 것 같아. 20대 때 이런 것들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지금도 떨고 있지 않았을까? 난 처음 아르바이트할 때, 너무 떨려서 '손님이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거든. 근데 6개월 이상 되니까 오히려 우리 가게에 들어왔으면 좋겠고 먼저 다가가서 붙임성있게 말도 하게 되더라. 그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축구와 게임

평소 취미는 축구와 게임이야. 축구는 경기 요일이 다 다른 4개 팀에 속해 있지. 이번 '아기와 나'를 하면서는 오희준 배우와 친해져서 매주 같이 축구를 차. 참 심성 좋은 친구야. 

 

 

반려묘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가 아팠어. 한번 사주를 봤는데 강아지와 내가 안 맞다는 거야. 그 이후로 두 마리를 또 키웠는데, 지방 촬영이 많아져 친구들에게 한 마리씩 잠시 부탁했어. 그런데 다시 데려오려하니 친구가 키우던 또다른 강아지가 헤어지기 싫어해 우울증이 걸렸고, 다른 강아지는 친구와 산책하던 중 교통사고로 죽었어.

그렇게 못 키우게 된 후에도 거리에서 반려견 숍을 보고선 나도 모르게 계단을 오르는데, 그 바로 밑층이 반려묘 숍이어서 들어가게 됐어. 고양이들이 다들 경계하는 와중, 한 마리만이 잘 안기더니 꼭 강아지처럼 행동하는 거야! 그길로 고양이를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어. 너무너무 예쁘고 귀여워. 헤헤. 근데 정말 신기한 게, 하지 말라는 건 안 하고 말을 잘 들어. 난 고양이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자주 대화를 시도하는 편이지.

내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보니 촬영이 있을 땐 따로 자지만, 아닐 땐 고양이가 내게 안겨 자곤 해. 이름은 '럭키'야. 강아지와 안 좋게 이별했다보니 행운을 담아 지었는데 서로에게 좋은 것 같아.

 

사진=KAFA/CGV아트하우스 

 

에디터 오소영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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