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롭 감독이 이끄는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이 좀처럼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반면 리버풀 레전드 스티븐 제라드는 레인저스FC를 이끌고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리버풀 팬들로서는 상반된 두 감독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7일(한국시각) 리버풀 홈 구장 안필드에서 열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7라운드에서 원정팀 풀럼이 1-0 승리를 거뒀다. 극강의 승률을 자랑하던 안필드에서만 벌써 6연패다. 홈 6연패는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최초의 기록이다. 리그 순위도 8위까지 추락했다. 두 경기 덜 치른 아스톤빌라가 승리를 추가한다면 9위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

여전히 부상 악령에 시달리고 있는 리버풀이다. 반 다이크, 조엘 마티프, 조 고메즈는 물론 새로 영입한 오잔 카박도 부상으로 결장했다. 이날 풀럼전 선발 수비진은 네코 윌리엄스, 리스 윌리엄스, 나다니엘 필립스, 로버트슨으로 꾸려졌다. 로버트슨을 제외하고는 주전과 거리가 먼 유스급 선수들이다. 주중 챔피언스리그 라이프치히전을 염두에 둔 로테이션이기도 하지만 백업자원마저 부족한 현실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공격진도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안필드에서의 115개 슈팅 중 PK와 자책골을 제외하고 모두 골문을 빗겨갔다. 홈과 원정을 포함해 리그 전체로 보더라도 지난 첼시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무득점이다. 마네-피르미누-살라로 이어지던 삼각편대의 전술도 상대에게 간파당한 느낌이다.

일부 팬들은 클롭 감독의 경질을 입에 담기도 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대다수 리버풀 팬들은 팀의 전성기를 다시 열어젖힌 감독에게 여전한 믿음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수비진 줄부상이라는 악재가 겹친 이유로 감독의 능력만을 탓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AFP=연합뉴스

반면 리버풀의 레전드 스티븐 제라드는 레인저스FC를 이끌고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 7일(한국시간) 2020-21 스코티시 프리미어리그(SPL) 우승을 확정했다. 28승4무(승점88)가 된 레인저스는 던디 유나이티드와 0-0 무승부에 그친 셀틱(20승8무4패 승점68)과의 격차를 20점으로 벌려 남은 6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챔피언에 등극했다.

레인저스의 10년 만의 리그 우승이자 제라드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 사상 첫 우승이다. 한때 재정난으로 4부리그까지 추락했던 레인저스다. 그동안 라이벌 셀틱이 리그를 장악하고 있었지만 이번 우승으로 팬들은 자존심을 세울 수 있게 됐다.

리버풀 레전드인 제라드가 언젠가 리버풀 감독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팬들 사이에선 기정사실이다. 문제는 시기다. 리버풀과 클롭 감독은 오는 2024년까지 계약돼있다. 클롭 감독이 내년에도 이같은 흐름을 이어가지 않는 한 계약기간은 지킬 것으로 보인다. 물론 도르트문트 감독 시절 극도의 부진 이후 스스로 팀을 떠난 사례가 있어 이 마저도 장담할 순 없다.

사진=레인저스 구단 홈페이지

제라드도 성급하게 리버풀을 찾진 않을 것 같다. 레인저스와 리버풀은 리그 수준도 팀 규모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초보 감독인 만큼 좀 더 경험을 쌓는 편이 양쪽 모두를 위해 나아보인다. 제라드의 계약기간 역시 공교롭게도 클롭과 같은 2024년까지다.

레인저스 역시 당장 그를 보낼 생각은 없다. 영국 언론 이브닝스탠다드는 "제라드가 리버풀 합류를 위해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레인저스의 전 회장은 제라드가 올 여름 리버풀로 돌아갈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장기적 감독후보인 제라드의 승승장구는 리버풀 팬들에게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클롭 감독과 함께 부진 탈출을 기원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말이다.

한편 리버풀은 오는 11일 새벽 5시(한국시간) 라이프치히와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 경기를 갖는다. 1차전은 리버풀이 2-0으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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