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 경쟁이 치열해졌다. ‘미나리’ 윤여정이 비평가협회상을 휩쓸고 있지만 메이저 시상식에서 다른 배우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윤여정의 강력한 오스카 경쟁자들을 알아본다.

사진='미나리' 스틸컷

3월 15일(현지시각)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가 발표된다. ‘미나리’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을 높였다. 비평가협회상 30관왕을 차지했고 메이저 시상식인 제26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SAG)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9일 발표되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후보에도 오르면 한국 배우 첫 오스카 후보 지명 확률은 더욱 올라간다.

스크린랜트는 올해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를 수 있는 10명의 배우를 선정했다. 윤여정과 ‘맹크’ 아만다 사이프리드,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보랏2)’ 마리아 바칼로바, ‘더 파더’ 올리비아 콜맨, ‘모리타니안’ 조디 포스터,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즈, ‘그녀의 조각들’ 엘런 버스틴, ‘암모나이트’ 시얼샤 로넌, ‘주다스 앤 더 블랙 메시아’ 도미니크 피쉬백, ‘뉴스 오브 더 월드’ 헬레나 젱겔 등이다.

윤여정은 할리우드 내에서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미나리’가 한국어 대사 50% 이상 포함으로 규정상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없게 되자 할리우드 영화인, 매체들은 시상식을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를 비판하고 나섰다. “’미나리’는 작품상에 올라야 하며 윤여정도 여우조연상 후보에 지명됐어야 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사진='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예고편 캡처, '모리타니안' 스틸컷

#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마리아 바카로바(수상), ‘그녀의 조각들’ 엘런 버스틴,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즈, ‘더 파더’ 올리비아 콜맨, ‘맹크’ 아만다 사이프리드, ‘미나리’ 윤여정

# 골든 글로브 시상식

모리타니안’ 조디 포스터(수상),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즈, ‘더 파더’ 올리비아 콜맨, ‘맹크’ 아만다 사이프리드, ‘뉴스 오브 더 월드’ 헬레나 젱겔

# 미국배우조합상(4월 4일 개최)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마리아 바카로바,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즈, ‘더 파더’ 올리비아 콜맨, ‘미나리’ 윤여정, ‘뉴스 오브 더 월드’ 헬레나 젱겔

하지만 메이저 시상식에서 윤여정의 수상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골든 글로브에선 ‘모리타니안’의 조디 포스터가 받았고 크리틱스 초이스에선 ‘보랏2’ 마리아 바칼로바가 수상했다. 그만큼 여우조연상 후보군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더 파더’ 올리비아 콜맨이 후보에 올라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 배우가 영국 시상식에서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즈는 올리비아 콜맨과 함께 현재까지 메이저 시상식 후보에 다 올라갔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다. 다만 오스카 지명 가능성이 높은 건 확실하다. 윤여정은 오스카 후보 지명과 수상을 노리기 위해선 미국배우조합상 수상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다.

코미디 영화가 오스카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보랏2’ 마리아 바칼로바의 행보는 그 벽을 깰 가능성을 보여줬다. 마리아 바칼로바는 1996년생, 불가리아 태생으로 ‘보랏2’를 통해 일약 할리우드 라이징 스타가 됐다. 영화에서 보랏(사샤 바론 코헨)의 딸 투타 역을 맡아 모든 걸 내려놓은 코믹 연기로 관객, 언론, 평론가들을 사로잡았다.

수년간 수용소에 갇혀 있던 한 남자의 첫번째 재판을 준비하는 변호사 낸시(조디 포스터)와 군검찰관 카우치(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은폐되어 있던 국가의 기밀을 마주하는 충격 실화 바탕 드라마 ‘모리타니안’에서 조디 포스터는 테러 핵심 용의자의 변론을 위해 굳은 신념으로 당당하게 대응하는 낸시 역을 맡아 또 한번 인생 연기를 펼쳤다. ‘피고인’ ‘양들의 침묵’으로 2년 연속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가 30여년 만에 다시 한번 오스카 수상을 노리고 있다.

사진='더 파더' '힐빌리의 노래' 스틸컷

오스카에서 아시아계 또는 아시아 배우가 수상한 적은 3번밖에 없었다. 1956년 ‘왕과 나’의 율 브리너(러시아/몽골)가 아시아계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수상까지 거머쥐었으며 1982년 ‘간디’의 벤 킹슬리(영국/인도)도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시아계가 아닌 아시아 배우로는 1984년 ‘킬링 필드’는 하잉 S. 은고르(캄보디아)가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여우조연상 부문에서는 미요시 우메키(미국/일본)가 ‘사요나라’로 1957년 수상했다. 이후 여우조연상에서 아시아계, 아시아 배우가 후보에 4번 올랐다.

그만큼 오스카에서 아시아계, 아시아 배우가 후보에 지명되고 수상까지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외국어 영화 최초, 아시아 영화 최초, 한국 영화 최초로 오스카 작품상을 받아 할리우드와 전세계를 놀라게 했듯 윤여정도 ‘기생충’의 기적을 또 한번 이뤄낼 수 있을지 앞으로의 오스카 시즌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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