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가수 출신의 연기 도전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영화 '불량한 가족'으로 스크린 첫 주연에 데뷔한 에이핑크 박초롱부터 '애비규환' 정수정(크리스탈), '용루각: 비정도시' EXID 박정화, 베리굿 조현, 스텔라 임소영, '스웨그' 틴탑 니엘까지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하지만 '애비규환' 정수정을 제외하곤 작품 자체의 완성도에서도, 배우 개인으로서도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올해 도전에 나서는 이들의 결과는 어떨지 주목된다.

가장 먼저 레드벨벳 아이린(배주현)이 지난달 17일 개봉한 영화 '더블패티'를 통해 스크린 데뷔를 가졌다. 아나운서 지망생으로 변신해 2030 청년들의 현실을 대변했다. 특출나지 않아도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이다.

가수 뿐 아니라 배우로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아이유(이지은)는 31일 개봉하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영화팬들을 만난다.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연우진)의 길 잃은 마음의 이야기를 그린다. '조제' '더 테이블'의 김종관 감독 신작이다. 아이유는 넷플릭스 '페르소나' 속 에피소드 '밤을 걷다'로 만난 김 감독과 인연을 이어간다. 

그룹 엑소 찬열은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더 박스'에서 주연을 맡았다. 박스를 써야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지훈(박찬열)과 성공이 제일 중요한 폼생폼사 프로듀서 민수(조달환)의 기적 같은 버스킹 로드 무비다. 찬열은 콜드플레이의 'A sky full of stars'를 비롯한 명곡들을 노래하며 눈과 귀를 사로잡을 전망이다. 연기력 '만렙'인 조달환과의 케미도 기대 포인트다.

EXID 하니(안희연)는 4월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 출연한다. '박화영'으로 주목받은 이환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산부 세진(이유미)이 가출 4년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안희연)과 함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앞서 웹드라마 '엑스엑스(XX)', MBC 'SF8 - 하얀 까마귀', 카카오TV '아직 낫서른'을 통해 연기력을 다져온 만큼 스크린 연기도 기대를 모은다. 

CIX 승훈 역시 장기를 살리는 역할로 스크린 데뷔에 나선다. 3월 개봉하는 '턴: 더 스트릿'은 꿈과 현실 사이 방황하는 청춘들이 춤을 목표로 뭉쳐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다. 승훈은 댄스 그룹 멤버인만큼 실제 연습생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베리굿 조현은 지난해 '용루각'에 이어 재차 스크린을 찾는다. 24일 개봉하는 공포 스릴러 '최면'에 출연한다. '최면'은 최교수(손병호)에 의해 최면 체험을 하게 된 도현(이다윗)과 친구들에게 시작된 악몽의 잔상들과 섬뜩하게 뒤엉킨 소름 끼치는 사건을 그린 공포 스릴러 영화다. 

조현은 현직 아이돌이면서 대학 생활을 하는 현정 역을 맡았다. 인기스타지만 대학 내에서는 친구들의 시기 질투로 괴롭힘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그동안 못박힌 섹시한 이미지를 탈피해 수수한 여대생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찬열과 승훈의 경우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음악영화를 택했다. 부족할 수 있는 연기력을 커버하고 작품과 시너지를 얻으려는 시도다. 배우의 길로 들어서는 첫 걸음을 무난하게 내딛을 수 있다는 의도도 있겠다. 영화 측에서도 주연 배우의 팬덤을 통해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 다만 그동안 영화계에서 아이돌 가수와 음악의 만남이 썩 좋지 못했다. 배우의 인기에만 의존한 안일한 연출로 혹평받는 일이 반복될 우려가 없지 않다.

하니와 아이유, 조현은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자 한다. 아이유와 하니의 경우 앞서 다수 드라마를 통해 연기를 꾸준히 시도하며 어느정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조현 역시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선택한 작품들은 독립영화 성격이 강하다. 영화 측에서는 배우들의 이름값으로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다.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각 영화 포스터 및 스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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