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전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 꼽혔던 한화 이글스가 끝 모를 추락에 빠졌다. 심지어는 KBO리그 초유의 100패 팀이 될 걱정까지 해야 할 판이다.

한화는 지난 주말 KIA와의 원정 3연전을 모두 내주며 4연패에 빠졌다. 어느새 시즌 성적은 9승 26패 승률 0.257. 1위 두산에 15경기, 9위 삼성에 7.5경기 뒤진 독보적 꼴지다. 지금껏 단일 시즌 승패 마진 -17을 극복하고 가을 야구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선수 공백 후 감독 공백

부상선수들의 공백으로 4월 한 달 간 6승 17패 승률 02할6푼1리란 악몽 같은 스타트를 끊은 한화는 주축 선수들이 돌아오는 5월에 반격을 다짐했다. 그러나 5월에는 3승 9패를 승률 2할5푼을 기록, 더 나쁜 성적을 남기고 있다. 희망의 끈으로 생각했던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가 돌아왔지만, 그가 나선 2경기 모두 패할 정도로 힘이 빠졌다.

설상가상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할 김성근 감독마저 불의의 허리 디스크 수술로 자리를 비웠다. 김광수 수석코치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1승 8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5월 반격마저 공수표가 된 한화는 현재까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10승을 거두지 못했다.

  

희망이 있을까?

마땅한 반등 요소가 없다는 게 한화를 더욱 절망에 빠뜨린다. 주축 최진행, 안영명, 김민우등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들 모두 복귀 시점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코치 역할 월권 행사로 구설수에 오른 김성근 감독의 아들인 김정준 전력분석 코치에 대한 논란도 쉬이 잦아들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외국인 투수 마에스트리를 대신할 교체 카드, 김성근 감독의 복귀가 남아있지만 무너진 팀 상황을 수습하긴 쉽지 않다.

  

연봉 값만 해!

보살로 불리던 한화 팬들이 가장 실망하고 있는 건, 팀 고액 연봉자들의 잇따른 부진이다. 리드오프 이용규와 정근우는 최근 부진에서 탈출해 제 몫을 다해주고 있지만, KBO 연봉 1위 김태균(연봉 16억 원)은 중심타선에 무게감을 싣지 못하고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자랑하던 타율도 현재 2할 중반대로 떨어져 버렸다.

지금(16일)까지 홈런 1개 15타점을 기록 중인 김태균은 자신보다 30배 이상 적은 연봉을 받는 두산 김재환(연봉 5천만 원)의 11홈런 31타점과 비교되며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계투로 나서는 정우람(1승 4세이브 era 1.61), 권혁(1승 5홀드 era 4.50)이 제 몫을 해주고 있다는 것 뿐. 베테랑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퀵후크 논란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이후 한화 야구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단어는 ‘퀵후크’(3실점 이하 6회 이전 강판)이다. 선발투수의 조기 강판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김성근식 벌떼야구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승리를 위한 집착이 낳은 전략이지만, 올 시즌엔 그렇게 신통하지 못하다.

올 시즌 한화는 35경기를 치르며 18차례나 퀵후크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선발투수들이 안타 하나, 볼넷 하나에도 위축돼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 연거푸 터져 나오고 있다.

  

달성 유력 기록들

지금 이대로라면 한화는 산술적으로 약 107패를 당하게 된다. 역대 KBO리그 한 시즌 최다패는 1999년 쌍방울, 2002년 롯데가 기록한 97패. 당시 쌍방울은 해체 직전 마지막 시즌으로 주축 선수를 트레이드로 팔아넘긴 후였고, 롯데는 구단 투자가 미비했던 최악의 암흑기였다. 하지만 한화는 지난 몇 년간 역대 최다인 500억 가까이 쏟아 부었다는 점에서 비교하기 힘들다. 구단 역사로 봐도 2013년 기록했던 최다 85패는 무난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승률로 따지면 2000년대 최저 승률 팀인 2002년 롯데(35승 97패 1무) 2할6푼5리에도 미치지 못한다. 1982년 삼미(15승 62패)의 1할8푼8리도 깰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말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이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초유의 100패 시즌도 각오해야할 판이다.

 

사진출처= 뉴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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