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가족 혹은 친구와 함께, 아니면 나 혼자만의 여행.

내게도 항상 계기는 있었다. 그 계기가 무엇이고, 어떻게 생겨나든, 여행을 하면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현실의 고단함을 잊게 된다. 나는 그 순간의 기분들이 좋아서 더더욱 여행을 가려고 하는 걸지도 모른다.

 

첫 사진은 런던. 한국 지하철 안을 촬영하는 외국인들을 보며, 왜 찍는 걸까 궁금했는데. 내가 타국에 가보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카메라는 다른 잡념 없이, 온전히 여행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여행을 하며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내겐 DSLR 보다 필름카메라로 순간들을 포착하는 게 잘 맞는다.

그래도 사진을 찍는 데엔 욕심이 생겨나더라. 나홀로 떠난 첫 유럽 여행에선 DSLR과 필름카메라 두 개 모두 챙겨 갔더랬다.

하지만 한 장소에서 DSLR로 찍고, 또 필름 카메라를 꺼내서 똑같은 장면을 찍고, 또 휴대폰을 꺼내서 찍어보고… 이렇게 무의미하게 세번이나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내 스스로를 보며, 너무 '사진'이라는 틀에 갇혀 찍는 기분이 들게 됐다.

 

밤 아홉시의 빅벤. 역에서 나와 빅벤을 마주하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내가 영국에 온 걸 실감한 순간.

여행을 갈 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카메라만 들고다니며 찍는 게 최고다. 그러다 보니 DSLR은 자연스레 캐리어에 넣어두게 됐다. 포토샵으로 보정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필름카메라로 지나다니며 풍경을 담고, 기념 촬영은 핸드폰으로 찰칵. 그냥 내가 봐도 멋지고 예쁜 것들은 필카로 담아냈다.

첫 글이라 얘기가 길었지만…

영화 ‘이프온리’의 배경으로 나온 런던 아이. 사람 관찰을 좋아하는 나는, 런던 아이 옆에 서 있던 어느 커플을 발견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찍은 사진들을 훑어 보면 그때의 마음, 심리 상태가 고스란히 나타나는 듯 하다. 사진 속 세 명은 같은 공간에 머무르고 있지만 각각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어서인지,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외로움이 느껴진다.

내가 이 상황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진을 찍은 이유도 아마, 내가 그 순간 외로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행을 하면서 찍는 데 이유 없는 사진은 없다. 틀에 박히지 말고, 그저 내가 느끼고 있는 걸 찍으면 되니까.

천천히 여행하다 보면 보이는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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