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고백부부'의 최고 수혜자는 역시 남길 선배 역을 맡은 장기용이다. 장기용은 20살로 되돌아온 마진주(장나라)에게 반한, '츤데레' 같은 든든한 선배를 연기했다. '고백부부'는 진주와 반도(손호준)의 재결합으로 마무리됐으나, 남길을 지지하는 시청자 역시 많았다. 

 

 

장기용을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만났다. 모델로 데뷔해 연예계에 입문한 장기용은 점차 연기자로서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고백부부'에선 든든한 선배였지만, 실제로 만난 그에게선 올해 26세의 풋풋함이 묻어났다.

'고백부부'는 장기용에게도 잊지 못할 작품이다. 그동안 전작에서 조연을 주로 맡았지만, 처음으로 주연 반열에 올라섰다. 그만큼 장기용은 처음엔 부담감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연기자 중 실제로는 가장 어린데 극중에선 선배였어요. 촬영 초엔 어렵고 부담감도 심했죠. 보다 편하게 풀어질 수 있었던 건 모두 감독님과 (장)나라 누나 덕분이에요. '우리 믿고 가자'란 한 마디에, 이 드라마에 내가 속해있단 느낌을 받게 됐어요."

아내인 진주를 바라보는 반도의 사랑도 절절하지만, 남길의 마음 역시 가벼운 것은 아니다. 늘 차갑고 무뚝뚝했던 그는 처음 느껴보는 낯선 첫사랑에, 설레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겐 보여주지 않았던 귀여운 면도 드러낸다. 

"나라 누나는 '나 아줌마야, 나이 많아'라고 장난스럽게 말씀하시는데, 워낙 동안이시고 아담하셔서 제가 오히려 오빠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누나의 눈만 봐도 괜스레 설렜죠. 더 자연스레 연기하기 위해 네이버에 '장나라'를 검색해서 예쁜 사진을 프린트해 집안 곳곳에 붙였어요. 거실 TV, 신발장 등등, 쉬거나 집을 나설 때나 언제든 볼 수 있게요. 나라 누나가 곁에 있다고 상상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죠."

 

 

장기용은 정남길에 대해 "겉으로는 시크하지만 가정불화 등으로 인해 속은 아픈 아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던 남길이 좋아한다고 고백할 정도로, 진주는 그에게 소중한 존재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남길 캐릭터의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영화, 드라마 속 장면을 찾아봤다. 

"차갑던 남길이 사랑에 빠지는데,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작품들을 찾아봤어요. 영화 '김종욱 찾기'의 공유 선배님, 그리고 김우빈 선배님의 이미지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었어요."

장기용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제법 많았던만큼, 본인 역시 작품을 위한 노력을 회상하며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엔딩을 찍을 땐 뭔가 기분이 이상했어요. 그 때까지 몰입을 잘 했다는 거겠죠?(웃음) 제 연기에 만족한다는 건 아니지만, '고백부부'를 통해 많이 편해진 건 맞아요. 그전까지는 갈 때마다 다른 촬영장 분위기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고 감 찾는 데도 오래 걸렸거든요. 다음 작품 땐 보다 빨리 습득하고 집중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장기용은 2014년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오소녀(이성경)의 남자친구 샘 역을 맡으며 연기를 시작했다. 이어 '최고의 결혼' '선암여고 탐정단' '뷰티풀 마인드'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로우 톤의 목소리와 반듯한 인상, 훤칠한 187cm의 키까지. 라이징 반열에 오를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기를 하고 싶단 생각은 원래 없었어요. 화보, 뮤직비디오에 이어 드라마를 찍고… 그렇게 자연스레 흘러온 것 같아요. 모델과 연기 둘다 너무 매력적이에요. 패션쇼, 화보 촬영 때는 얻는 에너지가 크고요. 연기는 아직 많이 어렵지만 선배님과 호흡을 맞추고, 연기적으로 도움을 구하고 결과물이 생각보다 잘 나왔을 때의 보람이 있더라고요. 이 키를 주신 엄마께 감사드려요."

 

 

"연기생활 4년차가 됐더라"라고 말을 건네니 장기용은 얼떨떨해했다. 벌써 그만큼 시간이 흘렀냐며 반문했다. 

"처음엔 진짜 막 했던 것 같아요. 아는 것도 없고 시키니까 하는 느낌? 그런데 점차 연기하다보니 생각도 많아지고 캐릭터에 대해 연구하고 알아봐야 하는 게 많더라고요. 하면 할 수록 연기가 어렵다는 대선배님들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고백부부'의 남길과 장기용은 사뭇 다르다. 연인에게 무뚝뚝한 편이고,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점 정도는 비슷하다. 실제로는 형, 누나들을 좋아해 살갑게 연락도 하고 애교도 부린다. '고백부부' 촬영을 앞두고선 전작을 함께한 조은지, 최우식 등에게 연락하기도 했다.

남길은 부모와의 불화로 아픔을 겪었지만, 장기용은 가족관계가 화목하다며 자신에게 큰 힘이 된다고도 언급했다. 장기용은 울산 출신으로 혼자 서울살이 중이다.

"혼자 서울에 올라와 사는데,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세요. 하지만 엄마아빠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내죠.

저희 친형과 항상 말하는 건데, 아빠처럼만 살자고 해요. 아빠가 깡촌에서 태어나 혼자 힘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셔서 회사에 들어가셨고,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시곤 했어요. 할아버지가 굉장히 엄하셨어서 아버지는 부자 간 추억이 아예 없으신 터라, 저희 아들들에게만큼은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려 하세요. 꼭 주말은 비워두고 가족끼리 등산, 온천을 가곤 하죠. 저 또한 아빠와 똑같이 하고 싶어요.

연초마다 가족 모임이 있는데, 엄마, 아빠, 형과 함께 그해 목표를 말하는 시간을 가져요. 올해 초엔 '신인 연기자로서 주력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서 뿌듯해요. 2018년에도 목표를 이뤘으면 좋겠어요."

 

 

사진=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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