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화가 조영남이 대작 의혹에 휘말렸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16일 강원도 속초에서 활동하는 무명작가 A씨(60)가 조영남의 그림 300여점을 2009년부터 8년간 대신 그려줬다는 제보를 받고 조영남의 소속사와 갤러리 등 3곳을 압수수색 했다고 밝혔다.

가수 겸 화가 조영남[사진출처=뉴스엔]

A씨는 “화투 그림을 중심으로 조씨 작품의 90% 정도를 그려주면 조씨가 나머지 10%를 덧칠하고 사인을 넣어 자신의 작품으로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씨가 필요한 주제의 작품들을 의뢰하면 해당 작품을 똑같이 2~3점씩 또는 10~20점씩 그려서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네티즌과 미술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다양한 시선이 분출하고 있다.

 

1. 진중권

시사평론가이자 미학 교수인 진중권은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사기죄 수색은 오버액션이다.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콘셉트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한 관행이다. 미니멀리스트나 개념미술가들도 실행은 철공소나 작업장에 맡겼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은 작품의 콘셉트를 누가 제공했느냐다. 그것을 제공한 사람이 조영남이라면 별 문제 없는 것이고, 그 콘셉트마저 다른 이가 제공한 것이라면 대작이다. 하지만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념은 고루하기에 여론재판으로 매장하기 딱 좋은 상황"이라며 "조영남이 훌륭한 작가는 아니다. 그림 값은 그의 작품의 미적 가치보다는 다른 데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진단했다.

 

2. 조영남

조영남은 이날 중앙일보와 전화통화에서 “화가들은 조수를 다 쓴다. 저도 몇 명 있었는데 (A씨는) 그중에 한 명인데 먹고살 게 없으니까 최후의 방법을 쓴 것 같다”며 “조수는 내가 시간이 없으니 날 도와 주는 사람이다. 내가 시키는 것만 하는 게 조수다. 내가 먼저 그린 샘플을 주면 똑같이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샘플은 누가 그린 것이냐는 질문에 “오리지널은 내가 그린 것으로 내가 갖고 있다. 그걸 찍어 보내 주면 똑같이 그려서 다시 보내 준다. 그리고 내가 손을 다시 봐서 사인을 하면 내 상품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판화 개념도 있고 좋은 것을 여러 사람이 볼 수 있게 나눈다는 개념도 있다”고 주장했다.

 

3. 프리랜스 라이터 한모씨

30대 프리랜스 라이터 한모씨는 “누구의 도움 없이 글을 직접 쓰는 입장에서 유명 작가와 화가들, 교수들의 대필, 대작활동이 용납하기 힘들다. 왜 관행이 돼야 하는지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예술은 시간과 고민의 산물이다. 바쁘다, 단순작업이다란 이유로 자신이 만드는 창작물의 일부를 타인에게 맡기는 건 작가로서의 자존심을 실추시키는 행위이자 태도의 문제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러다보니 교수들의 제자 논문 가로채기 및 대필 스캔들이 거리낌 없이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4. 미술작가 장고운

10년차 미술작가 장고운씨는 상당수 유명 작가들과 교수들이 어시(Assistant)를 고용해 대작을 시키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2가지 경우로 봐야 한다.

작품의 콘셉트 자체가 중요해서 자신이 직접 그리지 않아도 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붓칠 자체가 중요해 그리는 사람의 감정이나 상황이 반영돼야 하는 작품이 있다. 예를 들어 천경자 화백의 작품은 붓칠과 색감이 중요하므로 작가 자신이 전체 작업을 완수하는 케이스다. 대작을 하는 경우에도 이를 오픈하고, 콘셉트 구상 및 마지막 단계에서는 자신의 ‘터치’를 넣는 게 기본이다.

장 작가는 “연예인의 작품은 그 사람이 그린 것 자체를 높이 평가해서 고가로 거래가 이뤄진다. 작품이 뛰어나거나 철학적 완성도가 높아서가 아니다. 그런데 대작을 시켰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5. 직장인 김혜진

20대 직장인 김혜진씨는 “자신의 그림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팔리는데 대필작가에게 점당 10만원을 줬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며 “대작이 관행이라고 이해한다 쳐도 상업적으로 성공한 조영남씨가 무명작가에게 그 정도 액수를 지불했다는 건 열정페이에 다름 아니다. 노동착취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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