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미는 배우라는 길을 14년 동안 묵묵히 걸어왔다. 그 결과 18일 개봉한 영화 ‘파이터’로 생애 첫 장편영화 주연을 맡았고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연기는 계속 욕심나는 것”이라는 임성미는 ‘파이터’ 속 진아처럼 계속 무언가에 도전하고 있다.

‘파이터’는 복싱을 통해 자신의 삶과 처음 직면해 비로소 삶의 동력을 얻게 된 진아(임성미)의 성장의 시간을 담은 작품이다. 2008년 데뷔한 임성미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 이옥섭, 구교환 감독의 단편 ‘연애다큐’ 등 영화는 물론, 연극 무대와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스타트업’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해온 데뷔 14년차 배우다. 그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온전히 영화제를 누리지 못했지만 제가 배우로서 처음 거둔 성과라 뿌듯했어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것 자체로 저를 토닥여주고 싶었죠. 영화제 레드카펫에 서지 못해 아쉬웠지만 다음에 기회가 또 다시 온다면 절대 놓치지 않을 거에요.(웃음)”

“전 소속사에서 시나리오 미팅 제안이 들어와서 ‘파이터’를 만나게 됐어요. 윤재호 감독님 전작들도 찾아보고 재미있게 봤어요. ‘이 감독님과 같이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솔직히 진아라는 캐릭터에 욕심이 났어요. 이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쉽게 접할 수 없는 여성 복싱 영화였으니까요. 평범하지 않잖아요. 그만큼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임성미가 진아를 만난 건 운명이었을까. 북을 떠나 한국에 오게 된 진아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꿋꿋하게 하루를 살아가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려고 한다. 경제적인 이유, 무언가에 부딪히고픈 열망 때문에 우연히 만난 복싱에 빠져들게 된다. 쓰러져도 계속 일어나는 진아. 임성미는 그런 진아가 되고 싶어했다.

“감독님과 첫 미팅 후 세 번째 만나는 날 촬영에 들어갔어요. 서로 파악하고 탐색할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죠. 제가 본 감독님은 카리스마가 짙으세요. 말수도 많지 않으시고. 명확하고 명쾌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해주세요. 그런 면에서 막연하게 믿음이 생겼어요. 다른 인터뷰들을 보면 감독님이 저를 왜 캐스팅했는지 말씀하셨더라고요. ‘이 친구라면 할 수 있겠다’라고. 감독님이 저를 믿어주신 거죠. 그 믿음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파이터’에 임했어요.”

“진아를 만나고 ‘파이터’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그의 과거, 역경 등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오직 시나리오에서 벌어지는 현재 상황에 집중했죠. 진아를 억누르고 있는 부분, 방해하는 물리적인 장치, 엄마와의 갈등, 이복동생과의 짧은 다툼 등 디테일하고 명확한 장면들이 진아를 옭아맨다고 생각했어요. 현장에서 순간순간 체득할 수 있는 선에게 최대한 진아라는 인물을 찾아가려고 했어요.”

‘파이터’의 촬영 기간은 넉넉하지 않았다. 독립영화가 그렇듯, ‘파이터’는 짧은 프리프로덕션에 13회차 촬영으로 만들어졌다. 임성미는 “시간이 더 늘어났다고 해도 제가 만족하지 않았을 거예요. 정해진 기간에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노력을 하려고 했죠”라며 촬영 기간이 짧으면 짧은대로, 길면 긴대로 북한 사투리, 복싱 등 자신의 맡은 바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실제로 체육관 다니면서 복싱 훈련을 받았어요. 훈련시간 이외에는 개인적으로 운동을 했죠. 사투리는 ‘파이터’에서 부동산 매니저로 나오는 이문빈 배우에게 도움을 받았다. 이문빈 배우가 실제로 연변 출신이에요. 그 가르침 덕분에 나중에 ‘사랑의 불시착’에서 잘 사용할 수 있었어요. 사투리마다 톤이 달라 ‘파이터’와 ‘사랑의 불시착’의 사투리는 조금 다르죠. 영화를 위해서 복싱을 준비했지만 지금도 계속하고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잠시 쉬고 있지만요. 복싱은 자기 수련하는 느낌을 줘요. 꾸준히 하면 좋은 스포츠인 것 같아요.”

“언젠가 제대로 액션 연기하고 싶어요. 체계적으로 액션을 배워서 다치지 않게. 멋있을 것 같거든요. 할 때는 힘들겠지만요.(웃음) 영화에서 김윤서 배우와 스파링을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파이터’에서 복싱하는 장면 중 길게 나오는 것이라 감독님, 배우들, 스태프분들이 준비를 많이 했죠. 윤서 배우랑 제가 감독님께 잠깐이지만 진짜 스파링하는 것처럼 해보겠다고 했죠. 다행히 다치지 않았고 좋은 장면이 나온 것 같아 뿌듯했어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인디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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