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영화 '왕의 남자'부터 '사도' '평양성'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박열'까지. 이준익 감독하면 '시대극 스페셜리스트'라는 말이 어울린다. 이번엔 영화 '자산어보'를 흑백으로 그려내며 또 하나의 명품사극을 완성해냈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간 학자 정약전과 청년 어부 창대의 우정 이야기를 그린다. 1814년 정약전에 의해 쓰여진 어류학서 '자산어보'에 적힌 '장창대'라는 이름에 주목해 영화로 탄생했다. 많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왜 정약전인가' '장창대는 누구인가'였다. 

"정약전이 살던 그 시기가 우리나라 역사에서 정리가 가장 덜 된 부분인 것 같아요. 현대에 이르기 직전 근대 태동기였잖아요. 근데 그것을 거대한 국가사나 공동체의 역사로 바라보면 무엇을 결정하든 그 자체가 오류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그 시대에 존재했던 개개인들을 나눠 살피다보면 그 안에도 수많은 개인차가 있죠. 그 중에서 개인의 근대성이 드러난 존재를 영화나 소설로 하나씩 밝힐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사극을 많이 찍다보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정약전에 꽂혔죠"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바탕으로 했으니 보통의 사람이라면 정약전 한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방식을 택했을 법하다. 하지만 윤동주 옆 송몽규, 박열 옆 후미코를 다루듯 '자산어보' 서문에 적힌 장창대라는 이름을 주목했다. 상놈 신분인 창대를 무시할 수 있지만 굳이 적어넣었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엔 감독이 우리 삶 속에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도 담겼다.

"모든 인간은 어느 시대나 혼자 가는 사람은 없죠. '자산어보'는 해양 백과사전같은 내용이에요. 신분상 상놈인 창대를 무시할 수도 있지만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굳이 창대를 언급하고 인용을 해뒀어요. 그건 정약전의 인품을 증명하는거라고 볼 수도 있죠. 이번 영화도 어보 속 창대가 언급한 것에 주목해서 활용했어요"

정약전 역할은 '소원'으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배우 설경구가 연기했다. 30년 가까이 연기생활을 이어온 베테랑이지만 이번이 첫 사극이었다. 배우로서 느끼는 부담이 컸다고 밝혀지만 이준익 감독은 "그 자체로 정약전이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설경구 배우가 사극을 처음 해봤어요. 상남자 스타일로 보이지만 굉장히 조심스러운 사람이에요. 수염을 붙이고 한복 입고 이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두려웠나봐요. 근데 처음 분장하고 나왔는데 설경구가 아닌 다른 사람 같았어요. 그냥 정약전이었죠. 연기 콘셉트, 캐릭터 설정 그런거 없이 그냥 '조선의 선비' 약전이었어요"

창대 역을 맡은 변요한과 가거댁 역 이정은에 대한 칭찬도 이어갔다. 시사회에서 눈물을 흘린 변요한에 대해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 줄 몰랐다"며 연신 감탄사를 남발했다. 또한 이정은에 대해서는 "어머니같은 분이에요. 가거댁 집에서 약전과 창대가 별의 별 것들을 다 해요. 근데 그게 이상하지 않아요. 이정은이란 배우 때문이죠"라며 사람을 대하는 감각이 타고난 배우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류승룡, 조우진, 강기영, 최원영, 김의성 등 다수 배우들이 조연, 우정출연으로 함께 했다. 배우들이 이 감독, 그리고 그의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준익 감독은 "그런 선택 해준 것에 대해 존경을 표한다"고 감사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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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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