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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인터뷰] 양조아의 경계를 허무는 삶...나홀로 혹은 다함께

“주체적으로 내 인생을 산지 얼마 안됐어요. 연기가 내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너무 많은 도움을 줬죠.”

문화예술계에 독신자들은 부지기수다. 작품에 매달리느라, 날 선 긴장과 오롯이 나에 집중하느라 그런 삶을 선택한 경우가 많다. 연극배우 양조아 역시 마찬가지다. 2017년은 그에게 새로운 경험을 잔뜩 안겨준 한 해였다. 30대 싱글우먼 양조아에게 말걸기를 시도했다.

 

 

지난 9월 개봉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동기 남연우 감독·주연의 독립영화 ‘분장’에 연극 조감독으로 출연한데 이어 9월 말부터 3주에 걸쳐 런던 판험 맬팅즈 극장 초청으로, 연극 ‘여직공’의 영국 6개 극장 투어에 참가하고 돌아왔다. 가을을 셰익스피어의 나라에서 보낸 셈이다. 특이한 점은 무대에 선 배우가 아니라 무대 뒤의 스태프로 참여한 대목이다.

‘여직공’은 유진오의 단편소설로 일제 강점기 제사공장에서 이라는 조선인 여공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2015년 초연 이후 올해 9월 성수동 언더스탠드 애비뉴에서 재연무대를 올렸다. 연출가와 배우의 경계를 허무는 공동 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손상규 박지혜 양종욱 양조아)’가 2011년 다자이 오사무의 ‘개는 맹수다’ 이후 현진건의 ‘새빨간 얼굴’, 김동인의 ‘마음의 오류’ 등 지속적으로 시도해오고 있는 소설의 무대화 작업의 일환이다.

“그동안 중국 베이징 프린지 페스티벌, 일본 돗토리 새극단 페스티벌 등에 가봤지만 영국은 처음이라 기대와 설렘이 컸어요. 무게감을 잔뜩 짊어져야 하는 배우가 아니라 조력자인 스태프로 참여해서 다소 홀가분한 느낌도 들었고요. 연극의 본고장인 그곳에서 무대를 사랑하는 관객들의 태도와 열기에 감동을 느꼈고, 다양한 형식의 연극작품들을 보며 자극을 많이 얻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캐릭터에 동화돼 천연덕스레 ‘단짠’ 연기를 해내는 양조아는 동덕여대 실용음악과를 졸업하고 한예종 연극원에 입학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아버지가 택시운전사였는데 실용음악과를 권유해 주셨어요. 자유롭게, 재미나게 살고 싶었던 제 마음을 읽으셨나 봐요. 노래를 못한 건 아니었는데 가수를 할 만큼 재능과 열정이 있진 않아서 공부를 해야 할 이유를 몰랐어요. 외모 콤플렉스가 심해서 가수보다는 보컬 트레이너를 생각했고요. 그때는 정확히 내가 뭘 하고 싶었는지를 몰랐던 거죠. 그러다가 어떤 대형 뮤지컬을 보고 배우들이 연기, 노래, 춤을 너무 못해서 열이 받았어요. 난 못 생겨서 못하는데 저 배우들은 너무 훌륭한데 저 정도 밖에 못하나, 싶었던 거죠.”

폭발한 감정과 연기를 하고 싶은 욕망에 바로 휴학하고 한예종에 지원했다. 한예종 음악원을 졸업한 친척 오빠로부터 들은 ‘실기 강하고, 학비 싸고, 상하관계 덜하다’는 조언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배우 장인섭 강기둥 김민재 남연우 허지원 등이 06학번 동기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 드라마 보면서 따라하는 걸 좋아했어요. 마음이 아팠던 적이 있어서 주변의 고통 받는 사람들을 내가 잘 그려낼 거야란 욕구가 샘솟더라고요. 공감 능력이 있어서인가 봐요. 예종 다니는 내내 어떤 장르를 할지는 전혀 고민하지 않은 채 나와 인간, 내가 원하는 인생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를 알아서 원하는 모습으로 관리할 수 있으니까.”

 

 

한예종 졸업 직후 연출가 박지혜와 배우 손상규 양종욱으로부터 공동 창작을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한번 해보자’란 생각에 흔쾌히 수락했다.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게 어떤 작품, 환경, 팀이든 내가 상대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얼마나 즐겁게 이 사람들과 일할 수 있을까,였어요. 해보니 너무너무 즐겁더라고요. 솔직하게 자신의 내면을 까발려버려야 나를 더 잘 알아갈 수 있잖아요. 반복해서 논쟁하고 설득하고 이해하는 관계 속에서(오래 연애할 때처럼) 새로운 나의 모습을, 상대의 새로운 모습을 아주 많이 보게 돼요.”

그의 대표작인 ‘죽음과 소녀’는 초연 당시 강렬한 파장을 일으켰다.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희곡인 이 작품에서 양조아는 칠레의 군사독재정권 시절 고문을 당한 뒤 15년이 지나서도 악몽을 떨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빠울리나 역을 맡아 신들린 듯한 연기를 보여줬다.

 

연극 '죽음과 소녀' 무대장면[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빠울리나를 얘기하면 마음이 굉장히 무거워지는데...다른 인물들도 마음에서 출발해야 하죠. 이 인물이 할 법한 것들에 대한 공감, 엄중한 자세에서 시작해야 하는 듯해요. ‘죽음과 소녀’는 제 내면의 분노, 원망, 억눌림을 분출하기 바빴기에 공연 후 수치스러웠고 죄송했고 한편으론 치유가 됐어요. 큰 무게가 있을 땐 나를 위해서 연기하면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죠.”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 자신의 모습을 캐릭터로 소모시키기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을 배려해서 최대한 나 아닌 다른 인물로 보여지게 하고 싶다.

“배우라면 연기 잘하는 거, 중요하죠. 그런데 어떤 삶을 선택해서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지 싶어요. 품격 있고 아름답게 살라는 게 아니라 다양한 실수도 하고, 고민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가고 성장해 가는지를 대중에게 보여주는 게 의미있다고 여겨요. 앞으로도 과감하게 실수 많이 할 거고, 옳다고 생각하면 열심히 할 거고, 내가 원하는 방향을 찾아나가면서 살고 싶어요.”

 

 

에필로그. 풍요로운 혼삶을 유지하는 3가지 가운데 하나는 ‘나를 둘러싼 환경을 만드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인간상이 되는 것’이다.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뭘 가져도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자기 인생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정 부분을 벤치마킹하려 노력한다.

또 하나는 ‘자유로운 인간’이다. 자기방어기제가 강했던 그는 예전엔 막연하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자유로운’ 인간이 되는데 가치를 부여한다. 마지막으로 순간의 쾌락을 가.급.적. 많이 추구한다. 마음앓이를 혹독하게 했던 과거 탓에 하루하루 많이 웃고, 행복함을 만끽하며 살려 노력한다.

 

사진= 한제훈(라운드테이블)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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