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청춘들이 일명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에 머물 수 밖에 없을 만큼 주거난이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주거빈곤 600만명 시대에 보다 실질적인 주거복지 정책이 요구되는 가운데 '부담가능주택(일명 저렴주택)'이 숨통을 틔여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자취 생활 7년차인 송인학(26)씨는 대학교 기숙사, 옥탑 월세를 거쳐 최근 고시원으로 들어갔다. 월세 계약이 만료되고, 또 급하게 직장을 잡느라 제대로 알아볼 겨를도 없이 고시원에 새 살림을 꾸렸다. 한 달에 30만원씩 내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문제는 고시원이 30만원의 값어치도 못한다는 것이다.

송씨는 “벌집 같은 방을 비롯해 공용 화장실을 써야하는 건 둘째 치고, 방음이 너무 안 돼서 힘들다. 일 때문에 일찍 자야하는데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게 일상이다”고 토로했다. 이런 고충에도 그가 고시원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수백, 수천만원씩 하는 보증금을 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주거빈곤은 단지 송씨의 개인적 일만이 아니다. 임세희 서울사이버대 교수의 2016년 발표논문에 의하면 최저 주거기준 미달가구는 전체 가구 가운데 무려 13.3%에 이른다. 지하, 반지하, 옥탑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 거주하는 가구도 3%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이곳에는 높은 보증금을 감당할 수 없는 청년들, 저소득 노년층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임기 동안 추진하게 될 주택정책이 집약된 '주거복지 로드맵'을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청년주택, 맞춤형 전월세 대출 등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과 당장 지낼 곳이 없는 이들을 위한 긴급임대주택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급여 등은 큰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청년층을 위한 주거복지 차원의 셰어하우스나 저렴주택 같은 정책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난달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사회적 저렴주택 이념을 넘다' 세미나를 개최해 주거복지 정책의 양적·질적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저렴주택'은 고시원처럼 무조건 가격이 싼 주택이나 저급품이 아닌, 최저 주거기준 이상(1인가구 14㎡ 이상)이면서 거주하는 사람이 주거비를 감당할 수 있는 주택을 의미한다. 기존의 주거복지정책은 저소득층과 값싼 임대주택에 한정된다는 한계가 있었으나, 저렴주택은 저소득층 이외에도 주거문제를 겪는 계층을 광범위하게 포괄하면서 각 계층이 부담 가능한 주택을 늘리는 개념이다.

이미 이런 형태의 주거복지정책은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와 같은 정책이 부재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 양극화, 고령화, 근로빈곤, 임대료 상승 등으로 임대료 보조만으로 주택을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시장 임대료 상승은 곧바로 정부 재정부담으로 이어져 주거 양극화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토지+자유연구소의 전은호 시민자산화지원센터장은 “주택정책의 목표가 공공임대나 공공분양의 양을 늘리는 데에서 질적인 수준을 높이는 데로 변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저렴주택’의 질적인 기준도 구체적으로 다뤄야 할 때가 됐다”면서 “공동체 토지신탁이나 상호소유주택과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정책의 목표와 가치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픽사베이, 김현아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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