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글로브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오스카 시즌 메이저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다.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개최 전 미국제작자조합상(PGA), 미국배우조합상(SAG),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등 큰 시상식이 남아있다. 특히 국내 영화 팬들에겐 ‘미나리’ 윤여정의 한국 배우 첫 오스카 수상 여부가 관심사다. 윤여정이 오스카를 접수하기 위해선 그 무엇보다 미국배우조합상이 중요하다.

사진='미나리' 스틸컷

한국시각으로 4월 5일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이 개최된다. 영화, TV 부문으로 나눠 진행되는 이 시상식은 오스카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배우조합원들이 곧 오스카 투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골든 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미국배우조합상이 오스카 배우 부문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배우조합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수상자 중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지 못한 배우는 단 한 명(2019년 ‘콰이어트 플레이스’ 에밀리 블런트) 뿐이다. 2019년 당시 에밀리 블런트는 오스카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이는 오스카, 미국배우조합상 후보에 동시에 오른 배우는 무조건 수상했다는 것이다.

윤여정에게 미국배우조합상 수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올해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을 ‘모리타니안’ 조디 포스터에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는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에게 돌아갔다. 윤여정은 오스카 시즌 32관왕을 차지했지만 메이저 시상식에서 아직 트로피가 없어 오스카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 이에 미국배우조합상을 윤여정이 거머쥔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사진='미나리' 인스타그램 캡처

여우조연상 부문은 혼돈 그 자체다. 뚜렷한 독주 체제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배우조합상 후보에 오른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헬레나 젱겔, 골든 글로브를 수상한 조디 포스터는 오스카 후보 지명에 실패했다. 반면 미국배우조합상 후보에 이름 올리지 못한 ‘맹크’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오스카 노미네이트에 성공했다.

현재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마리아 바칼로바가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 유력 후보인 건 확실하다. 다만 오스카가 마리아 바칼로바를 선택할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오스카는 코미디 영화를 외면해왔다. 1995년 ‘브로드웨이를 쏴라’ 다이앤 위스트가 여우조연상을 받은 이후로 코미디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경우는 없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미국배우조합상 영화부문 앙상블상을 받았다. 올해는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개인상 후보에 올랐고 오스카 후보까지 지명돼 새 역사를 썼다. 최근 미국 내 아시아인 차별 논란으로 ‘#StopAsianHate’ 해시태그 운동이 SNS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인 차별에 반대하는 할리우드 배우들의 선택을 받아 윤여정이 미국배우조합상을 접수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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