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최근의 유행어처럼, 펭귄도 울 만한 본격 추위가 도래했다. 바깥 활동이 많지 않더라도 출근길, 등굣길이 유난히 춥게 느껴진다. 이럴 때 꼭 필요한 것이 원조 1인 난방도구 손난로다.

 

여러 사이즈로 출시되는 가루식 손난로(핫팩).

손에 꼭 쥐기만 하면 당장은 두려울 게 없고, 크기가 작아 목에 대거나 옷 속에 집어넣는 것도 자유자재인 효자 아이템 손난로는 시대에 맞춰 진화해 왔다. 그러나 가격, 지속성, 발열효과, 편리함까지 전부 다 만족시키는 완벽한 손난로는 아직 없다. 어렸을 때 문방구에서 팔던 저렴이부터 멀티 기능을 가진 스마트한 최신 손난로까지, 손난로의 발자취를 되짚어본다.

 

★가루식 손난로, 일회용만 아니면 딱 좋은데

흔히 핫팩이라고 부르는 가루식 손난로는 대부분 학창시절 등굣길에서 많이 쥐고 가던 물건이다. 부직포 안에 쇳가루와 염화나트륨, 수분이 들어있는 형태이다. 공기에 노출시켜 흔들면 쇳가루가 산화하면서 열을 발생시키는데, 지속시간이 약 24시간 정도로 상당히 오래 간다. 속옷 안에 붙일 수 있게 접착면이 있는 형태로도 많이 출시돼 있고 편의점, 마트 등 다양한 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단점은 일회용이라 한 번 쓰면 버려야 해서 환경오염 문제가 있고, 손에 쥐고 있으면 쇳가루 냄새가 날 수 있다. 집에 몇 팩 비상용으로 갖춰두면 요긴할 때가 있다.

 

★액체식 손난로, 지속력이 아쉽다

쇳가루가 든 핫팩만큼이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액체식 손난로는 따뜻하기도 하지만 열을 내는 과정이 신기해 초등학생들이 좋아한다. 보통 비닐 팩 안에 물처럼 투명한 액체 상태의 아세트산나트륨(sodium acetate)과 똑딱 소리가 나게 꺾을 수 있는 꺾쇠가 들어 있다.

꺾쇠를 살짝 꺾으면 불안정하게 과포화상태로 물에 녹아 있던 아세트산나트륨이 반응하면서 고체로 변하기 시작한다. 고체로 변하면서 발열 현상이 일어나고, 발열이 다 된 뒤 물에 넣어 끓이면 다시 액화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여러 번 쓸 수 있다.

그러나 이 액체식 손난로는 지속시간이 한 시간 이내로 무척 짧고 발열도 약한 편이다. 또 다 쓰고 물에 넣어 끓이는 게 ‘귀차니즘’에 빠진 이들에겐 매우 번거로워 방치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디자인이 귀여운 것도 많아 여러 명에게 돌릴 겨울 선물이나 초등학생 연령대의 아이들 선물로 유용하다.

 

발열을 마치고 하얗게 고체화된 액체식 손난로. 물에 끓이면 다시 투명해진다.

 

★기름식 손난로, 멋지지만 비싸고 귀찮다?

왠지 중후한 신사가 들고 다닐 것만 같은 기름식 손난로도 있다. 이런 인상인 것은 필시 라이터용 기름을 쓰기 때문일까. 기름을 손난로에 채워 넣으면 이것이 솜에 젖은 뒤 천천히 기화된 상태로 연소하며 열을 발생시키는 원리이다. 흔히 생각하듯이 손난로 안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지는 않다. 지속시간도 24시간 이상으로 매우 길다.

그러나 제품 자체가 비싼 편이고 기름을 사야 해서 연료값도 추가로 계속 들어간다. 금속으로 된 몸통에 고급스러운 천으로 된 커버를 가진 디자인이 많다. 중간에 전원을 끌 수 있거나, 모기 퇴치용 매트를 끼우면 여름에 모기 퇴치 훈증기로 변신하는 멀티 제품도 등장했다.

 

겨울에는 기름식 손난로, 여름에는 모기 퇴치용 훈증기로 쓰이는 코베아 손난로.

 

★충전식 손난로, 조금만 더 뜨거웠으면

USB 충전이 보편화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인기가 좋은 손난로의 형태이다. 고장만 안 나면 반복해서 쓸 수 있는 데다 연료 투입도 필요없이 충전만 하면 되고, 귀여운 디자인이 많아 선물용으로도 인기다.

전기 충전식인 만큼 휴대폰 보조 배터리, 손전등 등의 다른 기능이 추가된 것들 것도 많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또 핫팩이나 액체식 손난로와는 달리 일정 온도가 계속 유지되며, 켜고 끌 수도 있어 좋다. 그러나 지속시간은 3~4시간 정도로 길지 않고, 금방 뜯은 핫팩처럼 후끈한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는 게 단점이다. 가격도 살짝 비싸다는 점을 참고하자.

 

보조 배터리 기능이 있는 충전식 손난로.

 

사진=코베아, 슈피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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