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늦덕의 행복과 불행이 공존하는 덕질 일기, 가슴이 오덕오덕

월급은 통장을 그저 스쳐지나갈 뿐… '월급=사이버머니'설에 그저 웃고 말았던 에디터 역시 덕질을 시작한 후로 그 말을 뼈저리게 실감 중이다. 덕질에 돈을 쏟아붓기 시작한 2017년, 에디터가 만난 가장 최악의 상대는 바로 '옥션 대행 사이트'였노라고 확신한다.  

 

물론 사전에 옥션대행 서비스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도 불찰이다. 그러나 나는 7750엔(현재 기준 한화 7만 6000원)에 직접 낙찰한 피규어를 최종적으로는 12만 9000원을 결제해서 받아보는, 그런 황당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뭐지? 어안이 벙벙해진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눈만 꿈뻑이며 결제를 하는 것밖엔 없었다. 그들(대행 사이트)은 "자, 내가 널 위해 피규어를 입찰해줬으니 피규어 가격의 70퍼센트에 육박하는 수수료를 가져갈게~" "이 금액 결제 안 하면 10만원이나 받아간 입찰보증금 안 돌려준다~?^^"와 같은 느낌으로 내 통장에서 5만 3000원을 빼간 것이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에디터가 눈 깜짝할 사이에 강탈당한 그 5만 3000원의 행방을 찾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우습게도 이 어마어마한 부가금액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하나둘씩 붙어있었다.

에디터는 기뻤다. 일마존(일본 아마존)에서 거의 1만 5000엔에 육박하던 피규어를 7750엔에 낙찰했다. 대충 절반 가격 아닌가. 끝까지 입찰 전쟁을 붙는가 했던 경쟁자가 쉽게 포기한 덕에 정가에도 못미치는 7750원에 입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간과한 게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어마어마한 일본의 '소비세'였다. 나는 외국인이지만, 입찰 대행을 사용한다고 면세 따위가 적용될 리는 없었다. 

 

지금에서야 뒤늦게, 소비세 8370엔이 콩알만한 글자로 쓰여있는 걸 발견했다

그렇게 7750엔에 입찰한 피규어는 소비세가 붙으며 8370엔으로 가격이 뛰었다. 한화로 대략 8만 2000원 정도였다. 이 역시 정가보다도 저렴했으니, 아무렴 어떤가 싶어 기분 좋게 룰루랄라 결제 창을 띄웠다. 입찰을 하고나면 예상무게를 적고 국제운송방법을 선택한 뒤에 1차 결제를 하는 게 수순이었다. 하지만 나는 결제창에 뜨는 1차 비용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얼른 결제하라는 듯 시뻘겋게 표시돼 있던 예상 비용이 무려, 11만 6596원인 것이다.

대략 1만~1만 5000원 정도의 배송비만 붙을 줄 알았던 나는 너무 놀라서 혀를 깨물뻔 했다. 왜일까. 왜 가격이 이만치나 뛴 걸까. 가까스로 진정하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를 살폈다. 

현지운송료의 예상비용이 500엔이었다. 이는 판매자가 옥션대행 업체로 물건을 보내는 택배 비용을 뜻한다. 2500~3000원이면 승부를 보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일본의 택배 비용은 이렇게나 비싸다.

항공특송 비용이 950엔(500g 기준)이었다. 포장무게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단 나는 가장 가벼운 500g을 기입해 예상비용이 950엔 정도였다.

상품검수비가 500엔이었다. 상품확인용 물품검사란다. 난 이런거 필요없다고 주장하고 싶었지만, 상품가 5천엔 이상 물품들은 검수가 필수라는 대행사이트의 악법을 따라야 했다. 물론 이 악법은 이 사람들이 일하는 데 순기능을 하고 있을테다. 그러나 주머니가 가벼운 에디터에게는 피눈물을 흘리게 했다.

대행수수료가 1000엔이었다. 이건 대행사이트의 아이디를 빌려 입찰한 가격을 뜻한다. 아이디 한번 빌려 쓴 값이 1만원이라니… 물론 내가 이 대행사이트에서 레벨이 쪼렙이라 이렇게 비싼 수수료를 내야했던 것이다. 모든 대행사이트들은 등급이 높은 회원에겐 낮은 수수료를 부과한다.

 

적용환율이 10.3이었다. 말해보지만, 내가 결제를 할 때만 해도 그 시기가 엔화 9.7원대인... 가히 엔화 쇼핑 대황금기였다. 하지만 대행사이트만이 어쩐 일인지 10.3의 터무니없는 환율을 적용하고 있었다. 왜일까. 나는 이유가 궁금해서 사이트를 뒤져봤다. 예상비용 미리보기 페이지에 "적용환율은 낙찰/주문일 기준환율을 예상/정산시 일괄적용합니다"라고 기재돼 있었다. 그러니까, 순전히 환율은 업체 멋대로인 셈이었다. '예상=우리 맘^^'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나는 피규어 입찰가인 8350엔부터 ①~④ 금액까지 대행서비스가 멋대로 적용한 환율로 결제해야 했다. 그래서 1차 예상 비용만 11만 6596원인 참사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울며 겨자먹기 식까진 아니지만, 사이트에 대해 철저히 숙지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입찰대행 서비스를 사용한 스스로를 타박하며 1차 비용을 결제했다. 그래도 막상 결제를 하니 슬금슬금 기대감과 함께 희열이 피어올랐다. 하루카가 내 품에 오게 되잖아? 그거면 됐지! 그토록 간절히 염원하던! 하루카가! 물총 하루카가! 내 품에!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11만 6596원은 그저 '1차 예상 비용'이었을 뿐이다. 또 한번의 비극은 하루카가 입찰대행 업체에 도착한 순간 음습했다. 입찰대행의 늪! 피규어가 업체에 도착하는 날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건만, 잔인한 폭격이 몇 방 더 대기를 타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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