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연우진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창석으로 분해 김상호, 이지은(아이유) 그리고 윤혜리, 이주영과 만난다. 그는 윤혜리, 이주영과 함께 연기하며 짧은 순간이었지만 인상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동료에 대한 진심이 묻어나왔다.

“윤혜리 배우는 제가 선배여서 불편하셨을 수도 있는데 스토리에 잘 녹아들어 주셔서 감사했어요. 윤혜리 배우 목소리 듣고 허스키함에 매력을 느꼈죠. 나름의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해요. 제가 생각했을 때 일을 대하는 태도도 독특하시더라고요. 캐릭터를 준비하는 방법도요. 몰래 엿들어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자기 연기의 세계관이 뚜렷해서 앞으로 무엇을 만나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아요. 기대가 정말 많이 돼요.”

“이주영 배우는 희소성이 있는 연기자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에피소드를 찍으면서 되게 놀란 점이 많았어요. 이주영 배우와 리딩을 가장 많이 해서 익숙함이 올 수 있는데, 그걸 깨부수고 가장 독창적으로 호흡을 주고받는 느낌을 받았어요. 리딩 때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죠. 이주영 배우 특유의 유연함이랄까. 날 것을 그대로 잘 담아대신 배우였어요.”

‘아무도 없는 곳’ 창석은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의 길목에 놓여있다. 그가 만나는 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똑같고 그 시간 속에 아픔과 행복이 존재한다.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저마다의 인생이 달라지지만 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는 건 똑같다. 연우진은 그 시간 속에서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순리대로 사는 인생을 택했다.

“제가 창석을 연기했지만 창석을 연기한 연우진의 소설을 읽은 느낌? 창석의 소설을 읽고 내 인생을 이야기 해보고 정의하고 싶거든요. 창석과 이 영화를 통해, 정답과 해답을 주진 않지만, 그렇지 않아서 어려울 수 있지만 반면에 내 삶의 다른 면을 끄집어낼 수 있어서 잔잔하게 느껴졌어요. 저는 창석처럼 누군가의 이야기르 잘 듣는 편이에요. 말을 해도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하고 고민도 삭히는 편이에요. 제가 원래 그런 줄 알았는데 코로나 시국이 돼서야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알게 됐어요. 영화에 나오는 상실, 결핍, 삶과 죽음도 붙어있듯 지금 힘든 이 시기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필연적이었다면 잘 맞서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배우님들 뵙고 어떤 고민이 있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요. 제 속내를 배우님들에게 드러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다들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각자의 성장통을 이 시기에 겪지 않을까. 나중에 해소의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고뇌의 시간과 삶을 되돌아보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하필 코로나 시기와 맞물려서 마음속에 크게 자리잡을 뿐이지 누구에게나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한다고 봐요. 좋은 지점으로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시간. 저는 순리대로 사는 걸 좋아하니까요.”

연우진에게 중요한 건 현재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창석과 다른 네 사람은 과거의 아픔과 기쁨을 이야기하지만 현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연우진은 과거 자신의 작품들을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자기 나이에 맞는, 현재 자기 감정에 어울리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무도 없는 곳’도, 첫방송을 앞둔 JTBC 드라마 ‘언더커버’에서도 현재에 충실한 연우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멜로 로맨스) 작품들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돌아다니는 짤들 보면서 ‘무슨 생각으로 이런 연기를 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은 그때와 비교해 생각의 변화가 확실히 있어요. 다시 하라고 하면 잘 못 할 것 같아요. 지금 받아들이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지, 그때 감정을 끄집어내려고 하면 어려운 숙제 같아요. 예전엔 연기를 하면서 즐거움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반성과 책임감을 느끼게 돼요. 저도 모르게 연기뿐만 아니라 인생도 물질적인 게 아닌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멜로 로맨스든 로코든 지금 제 감정에 따라 연기하고 싶어요. 로코에서 저를 불러줄까요?(웃음) 으레 겁먹은 건지 모르겠지만 어떤 작품이든 저한테 제안 주시면 정말 감사하죠. 그 전 같이 연기는 못할지언정 지금의 저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건 자신있어요. 제가 캐릭터에 스며드는 게 아닌, 캐릭터에 나를 투영하는 방법으로요. 저는 저한테 후한 평가를 내리지 않아요. 정답이 아닐지언정 제가 그것에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죠. 내가 하고자 하는 고민들이 작품에 담겼으면 해요. 좋은 자극이 저한테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좋은 자극을 받으면 그 영향을 받아 제 연기로 관객분들에게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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