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자산어보'에서 설경구는 창대 역 변요한과는 친구 혹은 사제지간처럼 호흡을 선보였고 가거댁 역 이정은과는 의외의 로맨스를 형성했다. 또한 류승룡, 최원영 등 다수 배우들이 우정출연으로 함께 힘을 보탰다. 이들 명품배우들의 조합엔 설경구가 끼친 영향이 적지 않았다.

"변요한 배우는 '감시자들'에서 같이 출연은 했지만 친분이 있지는 않았어요. 근데 감독님이 창대를 찾으실때 변요한 생각이 났어요. 낯가림이 심하지만 좋고싫음도 분명하고. 저와도 다른 듯 비슷한 게 많아요. 촬영하면서 '쟤가 창대구나' 하는 생각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추천했나봐요. 이정은 배우는 최고의 로맨스 대상이었어요. 평소에도 친해서 편했어요. 그 편함에서 오는 장점이 있었고요"

"처음에 감독님이 제작비 문제도 있고 해서 주연들 빼고는 덜 알려진 배우를 쓰려고 하셨어요. 근데 전 좀 다른 의견이 있다고 말씀을 드렸죠. 사실 정약전도 많이 알려진 인물은 아니잖아요. 그러다보니 좀 친숙한 배우들이 나오는게 좋지않을까 싶더라고요. 감독님은 잠깐 찍으러 섬까지 부르는게 미안해서 못하겠다고 하셨어요. 근데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줘보라고, 할거라고 말씀드렸고 진짜로 다들 한다고 해주셨어요"

앞서 변요한은 '자산어보'와 관련한 인터뷰에서 설경구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매일 아침 줄넘기로 하루를 시작하는 자기관리와 더불어 후배들과 친근하게 어울린다는 점에서 '좋은 어른'으로 꼽기도 했다.

이에 쑥스러워하던 설경구는 "선배로서의 마음으로 대하기보다 그냥 동료로 대하려고 해요. 후배들 만나면 무조건 형이라고 부르라고 시켜요. 임시완도 처음에 불편해하다가 지금도 형이라고 해요. 그러면 사이가 좀 가까워지거든요. 저도 가까이 가려고 하지만 변요한도 가까이 와주려고 노력해줬던 것 같아요. 영화를 같이하는 친구라는 느낌으로 하는거죠.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라고 답했다.

설경구가 후배 배우들을 대하는 태도에는 정약전의 사상과도 맞닿은 지점이 있었다. 흔히 말하는 '꼰대'에 대한 부정. 신분과 나이를 뛰어넘어 사람 대 사람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그에 대한 존경심을 불러오는 기반이 아닐까 싶다.

"약전은 참된 스승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요. 꼰대같은 모습의 스승은 참 싫어하거든요. 자기의 허물을 과감하게 꺼내보이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모습. 그런 사람이 참된 스승이죠. 약전은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창대에게 솔직히 알려달라고 하고 스승이 돼 달라고도 부탁해요. 서로에게 좋은 스승인거죠. 스승이 꼭 나이 많은 사람은 아니라고 봐요. 어린 사람한테도 배울 것이 분명 많거든요"

흑산도에서 촬영을 하면서 세 차례의 태풍을 겪었다. 숙소가 흔들릴 정도의 강한 바람을 맞고 전기가 끊긴 상황에서 고립을 경험하기도 했다. 반면 태풍이 지나간 뒤 맑은 하늘과 수많은 별을 바라보는 선물을 얻기도 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 어느 때보다 즐거웠다는 설경구. 그는 "현장에서의 분위기, 그때의 기억들이 지금도 또렷이 남아요. 숙소, 동네 골목까지요. 그게 '자산어보' 전체에 대한 기억이 아닐까 싶어요"라며 '자산어보'의 모든 것을 오래도록 기억될 '자산'으로 여겼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