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설경구가 영화 '자산어보'로 연기 인생 첫 사극에 도전했다.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십편의 작품에 참여하면서도 사극을 한 번도 안 했다니 의외다. 설경구는 "언젠가 할텐데 조금 더 나중에 하자고 미루면서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가 '자산어보'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이준익 감독의 존재였다. 두 사람은 지난 2013년 영화 '소원'으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준익 감독과 다시 작업을 하고싶던 차에 마침 사극이라는 장르가 주어졌고 정약전으로 변신하게 됐다.

"감독님께 시나리오 준비한 거 있으시면 보여줄 수 있는지 물었더니 사극이었던거죠. 자연스럽게 합이 맞은 것 같아요. 나이 들어하니 더 좋아요. 기존의 사극 작품들과 배경이나 색감같은 것들이 달라서 더 좋았고요"

"감독님은 '소원' 때와 비교해서도 똑같으세요. 모든 배우를 똑같이 대하고 포장해서 장점만 잘 말씀해주세요. 스태프들도 하나하나 다 관심갖고 보시고. 호기심많은 소년 같아요"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설경구는 실존 인물인 정약전을 연기하면서 그의 생각들을 들여다봤다. 

"그 시대 양반들과는 다른 것 같아요. 사실 약전에 대해 알려진게 많지 않아요. 정약용의 형이라는 정도? 약전은 약용과 달리 사물에 대해서도 명료한 것, 눈에 보이는 것, 그것의 활용가치에 집중해요. 사람의 관계도 수평적으로 모두 평등해야 한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더 흑산도 주민들과 잘 어울리지않았나 생각하면서 촬영했어요"

"양반도 상놈도, 임금도 필요없는 세상.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게 그 시대에는 위험하죠. 근데 한편으론 그 말을 뱉을 수 있다는게 참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도 했어요. 부드러움속에 강골같은 느낌이 그 캐릭터의 매력이지않나 싶어요"

첫 사극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실존인물. 연기 베테랑이라도 여러모로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설경구는 이준익 감독의 "그 자체로 정약전이다"라는 칭찬에 힘입어 자신감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걱정이 제일 어려움이었어요. 감독님이 그리는 약전의 모습과 다른게 나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죠. 근데 감독님은 배우들의 장점을 과대포장해서 말씀해주세요. 그렇게 용기 주시고 자신감 주셨죠. 연기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해요. 그 덕에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한번 익숙해지니까 또 재밌더라고요. 한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요즘 많이 나오는 퓨전사극 같은 것 보다는 그 시대의 색감에 잘 맞는 것으로요"

②에서 계속됩니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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