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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억의 밤' 장항준, 명품 스토리텔러의 컴백 토크 9

시나리오 작가와 드라마 및 영화 연출을 오가며 매체를 가리지 않고 두각을 드러낸 장항준(48)은 알아주는 스토리텔러다. 그는 영화 '라이터를 켜라'를 연출하고 '박봉곤 가출 사건' 등의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코미디를 잘 하는 영화인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됐다.

 

 

케이블 TV용 영화인 2008년 '음란한 사회' 이후로는 장항준의 작품을 영화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그의 마지막 극장 영화는 2003년 '불어라 봄바람'이었다. 오랜 공백기 끝에 그가 드디어 '기억의 밤'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기억의 밤'은 납치된 후 기억을 잃고 변해버린 형(김무열 분)과 그런 형의 흔적을 쫓다 자신의 기억조차 의심하게 되는 동생(강하늘 분)의 엇갈린 기억 속 살인 사건의 진실을 담은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1. 스크린에서는 공백기가 길었다. 영화가 많이 그리웠을 것 같다.

"그동안 내가 드라마를 세 갠가 네 갠가 했더라. 연극을 한 편 무대에 올렸고, 영화 각색을 두 개 했다. 영화 준비하던 것도 엎어지고, 영화가 잘 안 됐다. 공백기 동안 돈은 많이 벌었다. 드라마가 많이 주더라. 어렸을 때부터 꿈이 영화였다. 한 번 하면 계속하고 싶어지는 게 영화다. 감독은, 정말 거장들 빼면, 살면서 만들 수 있는 작품 편수가 많지 않다. 대부분 수명이 짧다. 백 명이 시작하면 50대에도 감독을 하는 사람은 두 명 남짓이다."

 

2. 오랜 시간 자신의 작품을 스크린에 올리지 못하면서도 영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영화를 사랑하게 된 계기가 뭔가?

"아버지가 영화를 좋아했다. 말도 못 할 때부터 아버지 손 잡고 극장을 갔다. 고등학교 때도 공부한다고 앉아 있으면 아버지가 방문을 두드려서 '주말의 명화' 할 시간이라고 하셨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공부를 못 해서 운이 좋았다. 공부 잘 했으면 의대를 가야 한다거나 하면서 반대했을 거 아닌가. 인생이 알 수 없다. 못했기 때문에 기회를 가지게 된 거다."

 

 

3. 유쾌하고 긍정적인 성격인 것 같다. 좀처럼 비관적인 생각을 안 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상황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는 거다. 자신의 처지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사람은 대부분 그걸 긍정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다. 나이 들어서 보면 정말 그렇다. 잘 된 사람들은 다 낙관적이다. 상대에게 부정적인 뉘앙스를 주는 사람은 잘 될 수 없다. 영화도 사람 장사니까, 이 사람하고 일하고 싶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 능력은 모르겠는데 왠지 끌리는 거지."

 

4. 영화감독을 하면서 집안의 반대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라고 들었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자기가 돈이 되게 많다고 하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뻥을 친 거다. 근데 그게 시간이 길어지니까 마음이 조이기 시작하셨다. 나중에 못 참고 와이프랑 같이 부르셨다. 사람이 살면서 못 이루는 것도 있다면서, 자기랑 같이 철공소를 하자고 하시더라. 안된다고 선뜻 말할 수가 없었다. 우리 와이프한테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셨는데, (김)은희가 항준이 오빠는 영화감독이 될 거라고 조금만 더 믿어 달라고 그랬다."

 

 

5. '기억의 밤'이 전반부의 서스펜스에 비해 뒷부분은 설명이 많아 다소 힘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만들 때도 그런 말이 약간 있었다. 원래 (설명이) 더 많았다. 내 성격인 것 같다. 말을 너무 많이 한다. 근데 그게 필요한 부분이다. 관객들을 보면서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한다. 설명을 안 하면 의미 없는 것들이 많아진다. 결정적인 오류가 생길 수도 있었다. 반전이 하나면 설명 하나로 끝내면 되는데, 큰 반전이 밝혀지는 순간부터 설명할 게 워낙 많았다. 최대한 줄였어야 했는데…."

 

6. 장항준 하면 코미디로 많이 알려져 있다. '싸인'을 연출한 뒤로 스릴러에 대한 애정이 생긴 건가?

"애정이 생겼다기보다는 재미를 안 거다. 그 전부터 스릴러는 좋아했다. '싸인'의 아이템도 내 아이템이었고, 은희를 추천한 것도 나였다. 당시 은희가 완전 무명이었으니까 방송국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근데 김은희가 멋지게 써낸 거다. 현장에서 연출하면서 되게 재밌었다. 그때부터 스릴과 서스펜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7. 코미디와 스릴러는 톤이 완전히 다른 장르다. 작품을 다룰 때 감각이 많이 달랐을 것 같다.

"청춘이 할 수 있는 장르가 있다. 코미디처럼 나이에 민감한 장르가 없다. 유행이 중요하거든. 한 달만 지나도 웃음은 코드가 바뀐다. 젊은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거다. 나이 있는 사람은 젊은이와 웃음 포인트가 다르다. 이해를 못 하게 된다."

 

 

8. 아내인 김은희 작가와 함께 창작자 부부로 유명하다. 남편으로서, 아내 김은희는 어떤 사람인가?

"정말 좋은 창작자고, 좋은 종료다. 좋은 아내나 좋은 엄마는 잘 모르겠다. 가정적인 스타일은 아니다. 나랑 반대다. 나는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집 꾸미는 걸 좋아한다. 가족중심이다. 은희는 혼자 하는 걸 좋아한다. 그러니까 같이 사는 거다.

 

9. 영화가 반전이 많아서 스포일러 없이 인터뷰하기 참 힘들다. 스포를 피하면서 '기억의 밤'을 소개해 달라.

"새로운 형식의 스릴러다. 비슷한 건 없을 거다. 보통 스릴러 영화는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했느냐가 중요하다. '기억의 밤'은 이유가 중요한 작품이다. 템포도 다르다. 보통은 앞이 느리고 뒤가 빠른데, 이건 반대다. 정통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

 

사진 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에디터 진선  sun27d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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