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갈 만한 전시장은 강북, 특히 광화문 근처에 몰려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국립중앙박물관이 있던 자리의 고궁박물관, 민속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을 비롯해 인사동 예술거리 주변 소소한 갤러리들까지 합쳐져 거대한 아트 센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화문 근처 못지 않게 감각적이고 재미있는 전시를 선보이는 공간들이 서울 곳곳에 많다. 문화예술 공간이 많은 강남의 핫플레이스는 물론, 그렇지 않은 곳에서도 흥미로운 전시가 늘 열리고 있다. 이번에는 추운 12월을 유럽발(發) 감성으로 훈훈하게 해 줄 전시회 3가지를 꼽아봤다.

 

★’샤넬을 그린 여인’ 마리 로랑생 전

 

 

12월 9일부터 2018년 3월 1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한국 최초로 프랑스의 화가 마리 로랑생을 조명하는 '마리 로랑생 특별전-색채의 황홀'이 열린다.

‘야수파의 소녀’로 불리는 마리 로랑생은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화풍뿐 아니라 디자이너 코코 샤넬, 화가 파블로 피카소, 동명의 화장품 회사를 키워낸 헬레나 루빈스타인 등 다양한 유명인들과의 인연으로 더욱 유명하다. 코코 샤넬이 마리 로랑생에게 초상화를 의뢰하고도 마음에 들지 않아 돌려보냈다는 일화가 가장 유명하다. 

일러스트로도 유명한 마리 로랑생은 루이스 캐럴이 지은 세계적인 명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북 커버와 일러스트를 담당한 작가이기도 하다. 

천재적인 남성 예술가들이 활발히 활동하던 시대에 여성 화가로 활약하며 그들 못지 않은 재능을 보여주었지만, 마리 로랑생 자체에 대해서는 피카소나 마티스에 대한 것만큼 엄청난 관심이 쏟아지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마리 로랑생 특별전에선 마리 로랑생의 복잡했던 생애뿐 아니라 유명인사들과의 예술적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색채로 삭막한 세상을 끌어안았던 대표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꽃과 빛의 향연’ 모네, 빛을 그리다 시즌2

 

 

지난해 개막해 큰 사랑을 받았던 ‘모네, 빛을 그리다’ 전시를 컨버전스 아트로 재해석해 ‘시즌2’로 선보이는 ‘모네, 빛을 그리다 시즌2’가 서울 광진구 본다빈치뮤지엄에서 내년 3월 4일까지 열리고 있다.

인상파의 거장으로 누구보다 꽃을 사랑하고 많이 그렸던 화가 클로드 모네가 지베르니를 중심으로 그려낸 다양한 꽃의 향연을 소개한다. 모네의 뮤즈인 아내  카미유의 다양한 모습과 모네 특유의 화려한 색감으로 장식된 꽃들이 마음까지 따뜻하게 한다.

여기에 컨버전스 아트는 물론 초청 작가들이 함께하는데, 유럽과 중국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오른 한국인 조형설치 미술가 다니엘 경과 예술그룹 콜라쥬플러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모네의 삶과 작품사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어린이들과 함께하기에도 좋은 인터랙티브 미디어 놀이터가 있어 세대를 막론하고 즐길 수 있다.

 

★’우아한 벗은 몸’ 테이트 누드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영국 국립미술관 테이트 명작전-NUDE가 12월 25일이면 종료를 앞두고 있다. 영국까지 가지 않으면 쉽게 보기 힘든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 만큼 바쁜 연말이지만 짬을 내서 가볼 만하다.

영국 테이트미술관이 소장한 작품 중 인간의 몸을 주제로 한 작품 총 120점이 공개되는데, 분야는 회화, 조각, 드로잉 등 다양하다. 피카소, 마티스, 로댕, 르누아르, 드가 등 현대 미술의 거장이라 꼽히는 예술가들의 대표작들을 선보이는데, 특히 오귀스트 로댕의 대리석 조각 ‘키스’가 포스터에서부터 눈길을 끄는 ‘간판스타’이다.

현실적이기보단 이상적으로 표현된 고전적 누드부터, 여성의 시각에서 건조하게 그려진 여성의 누드 등 인간의 몸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만날 수 있다. 

 

사진출처=한가람미술관, 본다빈치뮤지엄, 소마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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