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말하는 대로 이뤄지는 것 같아요.” 배우 우도환(25)은 긍정의 힘으로 똘똘 뭉쳐있는 배우다. 2011년 드라마 단역으로 처음 데뷔한 그는 몇 년 간 단역을 전전하다 올해 드디어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언젠간 꼭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의지로 차분히 달려온 덕이다.
 

올 여름 OCN 주말드라마 ‘구해줘’에서 석동철 역으로 분해 대중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후, 지난달 30일 종영한 KBS2 드라마 ‘매드독’에서는 거리의 사기꾼 김민준을 연기하며 선배 유지태에 밀리지 않는 내공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약간은 자만할 법한데도 그는 이 모든 공을 타인에게 돌렸다.

“너무 좋은 작품을 연달아 만났어요. 시작할 때 걱정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덕분에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늘었어요. 조금 부끄럽지만, 참 감사해요.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나마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남은 2017년은 그동안 바빠서 뵙지 못했던, 감사했던 분들을 찾아뵙고 인사드리려고 해요.”
 

우도환은 지금 이렇게 ‘라이징 스타’로 주목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예전부터 늘 생생하게 꿈꿔왔던 것”이라 말했다. 연기자를 꿈꾸기 시작했던 19살 때부터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말에서 그의 의지와 긍정파워를 느낄 수 있었다.

“저는 무명이라고 할 만한 기간이 길진 않았지만, 물론 20대 초반에는 고민이 있었어요. 하지만 한 번도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많은 선배님들이 1~2년 안에 빛을 보지 않으셨던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냥 생생하게 꿈꿨던 것 같아요. 언젠가 TV와 영화 스크린 속에서 크게 연기하는 제 모습을 상상했어요. 조금씩 그 모습을 향해 나아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물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었다. 우도환은 스스로 본인의 연기에 대해 아쉬움을 전했다. 시청자들의 호평과는 반대로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는데’하는 패기로운 아쉬움이었다.

“‘구해줘’ 촬영이 막바지에 들어갔을 때 조재윤 선배께서 ‘내가 작품을 하나 들어가게 됐는데, 감독님이 널 보고 싶어 하셔’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게 ‘매드독’이었죠.(웃음) 대본이 너무 인상적이라서 합류하게 됐습니다.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든 거지요. 그런데 다 지나고 보니까, 준비기간이 너무 짧았던 게 아쉬움으로 다가와요. ‘구해줘’ 끝나고 딱 일주일 쉬고 바로 들어갔거든요. 제가 민준이를 조금 더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우도환은 ‘구해줘’와 ‘매드독’을 연달아 촬영하면서 올 한 해를 쉼 없이 달려왔다. 데뷔 후 처음으로 일복이 터진 셈이다. 한창 놀고 싶을 때인 20대 중반 나이에 일만 한다는 게 참 힘든 일이었을 텐데도 그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힘듦을 즐기고 있었다.

“2016년 연말에 새해 소원으로 ‘내년엔 단 하루도 쉬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정말 말대로 이뤄졌죠. 올 한 해가 힘들기도 했지만 사실 무척 재밌었거든요. 지금까지 배우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요.

‘매드독’ 8부쯤부터는 많이 자면 3~4시간 잔 것 같아요. 못 잘 때는 그냥 씻고만 나왔죠. 그런데 제가 선택한 일이고, 또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열심히 하는 건 저를 기다려 주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죠. 그런데 추위는 조금 힘들더라고요. 촬영하면서 추위를 덜 타는 한약을 지어 먹었어요. 먹어도 효능이 없길래 의문스러웠는데, 촬영이 끝나니까 효과가 나타나더라고요.(웃음) 요즘 참 안 추워요. 덕분에 따뜻한 연말 보내고 있습니다.(웃음)”

 

이제 막 연기파 배우로서 제대로 된 발걸음을 내디딘 우도환은 2017년을 넘어 앞으로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앞서 무거운 장르 드라마 두 편을 자신만의 색채로 표현해낸 그는 꾸준한 도전을 약속했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늘 새로운 삶 속으로 가는 게 연기니까요. ‘구해줘’에선 사투리를, 또 ‘매드독’에서는 냉철한 도시남자 역할이었는데, 사실 두 작품 다 제게 도전이었습니다. 딱히 ‘어떤 작품을 하고 싶다’라는 목표는 없어요. 단지 한 가지 ‘연기로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원래 배우라는 게 그런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늘 겸손하고, 팬분들께 동네 친구나 동생, 형 같은 느낌으로 소통하는 우도환이 되려 합니다.”

 

우도환이 2017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는 건 누구나 인정할 만한 사실이다. 이제 곧 다가오는 시상식 시즌을 맞아, 혹시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그는 “정신없이 살다보니 상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미소 지었다.

“사실 예전에도 시상식에 가본적은 있어요. ‘마스터’를 찍고 나서 백상 예술대상 영화 부문 신인상 후보에 오른 적이 있거든요. 물론 전혀 기대는 안 했습니다.(웃음) 저보다 훨씬 대단한 분들이 즐비했으니까요. 그냥 시상식에 참석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예요. 상은 안 받아도 돼요. ‘매드독’ 식구들과 함께 시상식장에 들어가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요.”

  

추운 겨울이 조금 더 무르익으면 이제 2018년 새해가 시작 된다. 2017년을 열심히 달려온 우도환의 새해 소망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을 이어갔다.

“내년에도 딱 올해처럼만 보냈으면 좋겠어요. 연말이 됐을 때 ‘올해 참 행복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삶이요. ‘매드독’을 통해서 작품에 대한 책임감을 배우게 됐어요. 아주 조금은 더 좋은 배우가 되지 않았을까요. 요즘 시나리오나 대본이 몇 편 들어오고 있는데, 더 좋은 연기, 더 좋은 도전으로 늘 팬들을 찾아가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제 소망은 그것 뿐이에요.”

 

사진 최교범(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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