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있어서 아무래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날씨다.

이유는 당연하다. 걸어다니기도 좋고, 날이 좋을수록 더 드라마 같은 사진이 나온다. 당연히 사진이 맑고 깨끗하게 나오는 게 좋다.

하지만 겨울의 유럽은 해가 네 시부터 저물기 시작하고, 날씨가 좋은 날이 드물다. 한달동안 아홉 국가에 머물렀는데 날씨가 좋았던 날이 손에 꼽힐 정도다.

평소에 햇빛을 좋아하는 나는 볕이 좋은 날이면 사진을 더 많이 찍게 된다. 기분 탓이다. 특히 겨울에 깊고 진한 빛이 더 따뜻하게 느껴져 좋아하는데, 필름이 그 느낌을 극대화시켜주는 것 같아 더욱 필름카메라를 쓰게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두번째 이야기 역시 런던이다.

 

방안에 들어온 햇빛

타지에서 맞는 아침은 특별하다. ‘아,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이네’가 아닌 ‘오늘은 뭐하지? 어디가지? 뭘먹지?’로 바뀌는 아침이기에 그 특별함을 사진을 찍으며 시작하곤 한다.

런던에 머물던 하루는 때마침 근위병교대식을 하는 날이었다. 그날 역시 날씨가 오락가락 했고,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이 버킹엄 궁전을 둘러 싸고 있었다. 사람들 틈 사이로 파고들어 앞쪽으로 들어갔다. 금방이라도 비가올거같은 날씨 속에서 근위병교대식이 시작됐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딱 시작하는 노래가 들리더니 하늘이 갑자기 맑아지는 것이였다. 구름사이로 나오는 햇빛을 보는 순간 하늘이 활짝 열렸다. 그동안(여행오기전) 심적으로 힘들었을 내게 위로의 손길을 내미는 듯한 기분이 들어 코끝이 찡해지기까지 했다.

갑자기, 지금 여기 있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한 나머지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찍은 사진이다.

 

사람들 틈 사이로 비추는 햇빛

이렇게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찍은 사진들은 나중에봐도 그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래서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이 있나 보다. 별 거 아닌 상황에도 내가 느끼는 그대로를 사진으로 보여주면 특별한 사진이된다.

소소한 행복은 내 사소한 일상에서 찾아가는거 같다. 감정을 공유 할 순 없으니, 혼자 느끼기엔 아쉬운 것들이(감정들이) 많아 사진으로 말해본다.

여행에서 찾는 소소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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