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과 ‘고양이’는 왜 잘 어울리는 조합일까. 늘 놀아주기를 갈구하는 강아지와 달리 혼자서도 외로워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이 놀아달라고 해야 눈길 한 번 주는 고양이가 좀 더 시크해 보여서일지도 모른다. 그 쿨한 모습이 이상적인 싱글라이프와 겹치는 까닭일 수도 있다.

많은 나홀로족들이 고양이 입양을 결정하고 ‘냥이집사’로 거듭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우리 주변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어서 한국, 일본, 그 외 서양권에서 우후죽순으로 ‘고양이 만화’들이 탄생했는데, 흥미롭게도 대다수가 싱글 주인공(고양이 주인)과 고양이들의 조합이다. ‘냥이집사’들이 어느 정도 검증한 고양이 관련 만화 7편을 뽑았다.

 

★쿠루네코

 

 

2008년 국내에 출간된 ‘쿠루네코’는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가는 책으로, 많은 고양이 소재 만화 중에서도 꽤 오래됐다. 작가 쿠루네코 야마토는 자신을 ‘슬슬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나 미래가 어두운 35살 독신 프리랜서’로 소개한다.

고양이에 대한 무한한 애정 때문에 집에 들여온 고양이들을 내보내지 못하고 점점 늘리기만 하며 살아가는 싱글 여성과 본가 식구들의 담백한 일상을 담고 있다. 시초는 새끼 길고양이 분양을 위해 블로그에 만화 형식 에세이를 올렸던 것이라고 한다. 혹자는 '고양이 만화의 최고봉'이라는 찬사까지 한 바 있다. 

 

★고양이와 할아버지

 

 

같은 싱글이라도 노년의 1인 가구, 그것도 할아버지의 일상을 그렸다는 점에서 소재가 독특하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대신 고양이 ‘타마’와 식구가 되어 살아가는 할아버지 ‘다이키치’가 주인공이다.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아내와의 추억, 그리고 홀로 살아가면서도 주변과 맺어가는 따뜻한 관계 등을 고양이와 함께하는 일상 속에 훈훈하게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일본의 부부 일러스트레이터 ‘네코마키’로 이 작품 외에도 ‘콩고양이’, ‘동물원 고양이’ 등 고양이 소재 만화로 인기를 끌었다.

 

★팥경단과 찹쌀떡

 

 

‘혼자 사는 여성이 고양이를 키우면 결혼 못한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아니라도 뭔가 가슴에 탁 박히는 말이 나오는 ‘팥경단과 찹쌀떡’은 ‘고양이 키우기의 실상을 알려주는’ 책으로 유명하다.  나이 많은 수컷 ‘부’와 어리고 깜찍한 암컷 ‘피코’, 두 마리를 키우는 30대 싱글 여성의 이야기다.

‘팥경단과 찹쌀떡’는 이 두 고양이의 무늬를 형상화한 별명이다. 제목만 보면 귀여운 이야기뿐일 것 같지만 건강이 나빠지고 늙어가는 고양이의 뒷바라지 및 언젠가 찾아올 이별 준비까지, 현실적으로 고양이를 키우며 겪게 되는 어려움과 슬픔까지 생생하게 담고 있다.

 

★뽀짜툰

 

 

한국 작가 채유리가 5마리의 반려묘를 키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 작품인 만큼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작품보다 좀 더 한국의 실상에 특화된 배경이 공감을 자아낸다. 제목은 반려묘 '뽀또'와 '짜구'의 이름을 합성해 지어졌다. 

고양이들의 서열 다툼, 발정기에 주인이 대처하는 방법, 주변 사람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시각 등 일상적이면서도 고양이를 키우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들로 채워져 있어 고양이를 입양하기 전에 읽어봐야 할 만화로도 꼽힌다. '짜구'를 비롯해 키우던 고양이들이 세상을 떠난 뒤의 헛헛한 마음과 애프터 스토리 또한 마음을 울리는 여운이 있다. 중국에도 수출돼 그 인기를 입증했다.

 

★옹동스

 

 

2000년대 초반 ‘혼자 놀기’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고 자신을 고양이화한 캐릭터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작가 ‘스노우캣(권윤주)’의 만화다. ‘옹동스’란 반려묘 ‘나옹’과 ‘은동’의 이름 끝자를 조합한 제목이다. 스노우캣 특유의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그림과 고양이에 대한 애틋한 애정이 돋보인다.

아주 최근(2017년 12월 9일) 작가가 직접 블로그를 통해 약 4년 간의 연재를 마치고 완결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작품 역시 작품 연재 중 반려묘 ‘나옹’이 세상을 떠났다. ‘은동이 이후에는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않을 것’이라며 깊은 슬픔을 담담히 알리는 화법이 눈길을 끈다.

 

★빵 굽는 고양이

 

 

'싱글 여성+고양이'라는 조합이 다른 수많은 고양이 만화들과 같지만, ‘요리’라는 또다른 키워드가 있는 것이 이채롭다. 주인공은 20대 여성 ‘정미’로, 흔히 말하는 ‘88만원 세대’를 대표한다. 공무원 시험에 실패하고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정미가 혹독한 현실 속에서 반려묘들 및 취미로 하는 요리를 통해 마음의 안식을 찾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작중 정미가 만드는 빵 레시피는 직접 따라할 수도 있다. 1990년대부터 순정만화가로 높은 인기를 누려온 한혜연의 첫 웹 연재 만화로 화제를 모았다.

 

★고양이가 봉투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이른바 ‘고양이 만화’는 한국과 일본의 작품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작가 제프리 브라운의 ‘고양이가 봉투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한국-일본 웹툰 형식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신선한 작품이다. 내용은 그가 직접 키웠던 고양이들의 ‘관찰기’로, 길고양이 ‘미스티’를 작가가 집으로 데려오면서 시작된다.

고양이가 자연적으로 가진 습성에 집중해 마치 한 편의 영상처럼 고양이의 일상을 묘사했다. 제목 또한 봉투를 좋아하고 봉투를 보면 몸을 집어넣고 싶어하는 고양이의 습성에 착안했다. 펜 선이 살아있는 손 그림은 컴퓨터 작업으로 완성되는 웹툰이 많은 시대에 또 하나의 매력으로 작용한다. 

 

사진출처=각 도서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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