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530만 시대다. 통계청은 1인가구수가 2019년엔 다인가구수를 앞지르고 2025년에는 전체 30%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부터 소비, 문화와 철학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사회현상이자 유니버스로 자리잡은 1인가구, 그들에게 올해 가장 화제가 됐던 이슈들은 뭐가 있을까. '대박 사건'들을 정리했다.

 

★ 박근혜 탄핵

사진= 청와대 제공

연말을 맞아 각종 단체·기관에서 발표하고 있는 ‘올해의 사건’ 수위에 오른 ‘박근혜 탄핵’은 1인가구 시민들 사이에서도 단연 최고 이슈였다. 비혼여성 1인가구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선실세, 대기업 뇌물 수수 의혹 등으로 인해 지난 3월10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일치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지난해 겨울부터 “이게 나라냐”를 외치며 광장을 뒤덮은 시민들의 촛불혁명으로 인해 권좌에서 물러나게 됨으로써 조기 대선과 함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게 됐다. 재임기간 내내 독선과 불통, 오만으로 ‘마이웨이'를 걸었던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과 함께 헌정 사상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태를 벌여 깊은 충격을 안겨줬다.

 

★ 욜로 열풍

사진 출처= 픽사베이

‘YOU LIVE ONLY ONCE’, 인생은 딱 한 번 사는 거라는 뜻의 ‘욜로(YOLO)’는 올해 들어 ‘인기스타’가 돼 드라마, 예능, 광고, 출판, 유통 영역에서 맹위를 떨쳤다. 원래 욜로는 싱글 라이프와는 무관한 용어였다. 그러나 2017년 한국에서는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각박한 사회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1인가구의 증가, 여기에 이들이 주도하는 현명하면서도 자신을 아끼는 삶의 태도가 ‘욜로’라는 신조어에 수렴되면서 ‘이상적인 싱글 라이프’로 의미가 바뀌었다. 특히 나를 위한 아낌 없는 소비가 강조되며 '스몰 럭셔리'가 덩달아 소비 욕구를 자극했다.

 

★ ‘짠테크’ 전도사 ‘김생민의 영수증’

사진 출처= KBS2 '김생민의 영수증' 방송 영상 캡처

지난 8월 KBS2TV에서 파일럿 방송으로 첫 출발한 ‘김생민의 영수증’은 시청자들의 영수증을 보며 재무상담을 해주면서 ‘절실한 사람’이 어떻게 돈을 아껴야 하는지 진정한 ‘짠테크’를 상세히 전해줬다. 욜로 열풍 이후 ‘나를 위한 소비’가 생활화된 상황에서 현재보다 미래에 투자하는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시청자가 돈을 쓰는 행태를 거론한 김생민의 "그뤠잇~' "스튜핏"은 일약 유행어로 부상했으며 “돈은 안쓰는 것이다” “음악은 1분 미리듣기만” “커피는 선배가 사줄 때만 마시는 것” 등 상상 이상의 짠돌이 어록도 화제가 됐다.

 

★ 초소형 전기차

사진=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1인가구의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주목받으며 지난 6월 르노 삼성자동차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가 출고됐다. 1~2인승이라 차체가 작아 도심에서도 간편하게 운행할 수 있고 원룸, 오피스텔 등을 선호하는 1인가구에 적합하게 주차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가격적인 강점도 커 정부·지자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다 고속도로 반값 통행 등 추가혜택을 받을 수 있다. 쎄미시스코의 유럽형 2인승 초소형 전기차 ‘D2’가 이달 중 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창모터스 ‘다니고’는 늦어도 내년 초에는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할 계획이다. 현대차 또한 초소형 자동차 개발·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1인용 가전

소용량 냉장고 / 사진 출처=스메그(왼쪽), 캐리어에어컨(오른쪽)

‘미니’를 넘어서 아예 1인용을 표방하며 1인가구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가전제품들이 속속 등장했다. 전통 가정에선 미처 생각 못했던 가전제품들이 인기 목록에 올라 8병 정도가 들어가는 와인셀러, 와인 냉장칸이 결합된 김치냉장고 등이 ‘혼술’을 즐기는 싱글들에게 사랑받았다. 또 2인분 정도만 밥을 지어주는 미니 밥솥, 방석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크기의 1인용 전기요 등이 ‘핫클릭’을 받았다. 의류관리 시간을 줄여주는 스타일러나 빨래 건조기는 편의성을 생각하는 나홀로족들의 격한 사랑을 받아 늘어난 매출을 자랑했다.

 

★사물인터넷·AI...스마트 가전

사진= SK텔레콤 AI스피커 '누구'

‘나홀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이들을 위해 안전 및 오락, 생활편의 기능을 갖춘 스마트 가전제품이 속속 선보여졌다. 이동통신사들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탑재한 가전제품으로 1인가구 거주자에게 범죄예방, 안전사고 방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스마트홈 열림감지센서’와 KT ‘기가 IoT 홈 열림감지기’, LG유플러스 ‘IoT 열림알리미’ 등이 있다. 또 전력차단, 가스잠금, 온도조절 등을 스마트폰 앱으로 외부에서 원격 제어할 수 있다.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스피커는 날로 진화하는 추세다 KT ‘기가지니’, 카카오의 ‘카카오미니’ 등은 서비스 제시, 이용자의 수요파악, 대화 기능 등으로 베스트 프렌드 역할을 거뜬히 해낸다.

 

★ 셰어하우스

셰어하우스에서 거주하는 청춘들의 삶을 다룬 JTBC 드라마 '청춘시대2'

치솟는 주거비용에 싱글족들은 늘 고민하며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에 내몰리곤 한다. 최근엔 1인가구가 함께 모여 생활하는 셰어하우스가 JTBC 드라마 ‘청춘시대’ 등에서 싱글들의 눈길을 끌며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러 사람이 한집에 살면서 지극히 개인적 공간인 침실을 따로 사용하지만, 거실과 화장실, 욕실 등은 공유하는 형태로 이웃과 함께 고독을 나눌 수 있다. 과거 민간주도의 셰어하우스 중심이었지만, 요즘엔 서울시에서도 노후된 고시원, 여관 등을 리모델링해 ‘사회주택’ 사업의 일환으로 셰어하우스형 주택을 제시하고 있다.

 

★ 반려동물 천만시대...'개통령' 강형욱 신드롬

사진= MBC 제공

혼자 사는 1인가구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집에 들이는 일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반려견 훈련에 애를 먹고 있는 이 때, 강형욱 훈련사의 등장은 영웅의 탄생과도 같았다. 국내 최초 반려견 영상교육 회사인 보듬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올바른 강아지 훈련법을 소개하는 EBS 프로그램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 출연했다. 다양한 훈련 팁을 공유하고, 문제 반려견을 이해하고 적절한 교정법 및 훈련을 통해 ‘개과천선’ 시키는 모습이 전파를 타며 펫팸족의 영웅으로 군림했다.

 

★ ‘택배서비스’ 진화

사진= 이베이코리아 제공

나홀로 족은 제때 택배를 수령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택배 도착 시 집에 사람이 없거나 제품을 대신 보관해 줄 경비원이 없는 곳에 사는 고객이 많은 탓이다. 이에 ‘편의점 택배 픽업 서비스’와 ‘무인택배함’이 등장해 활발히 이용된 한 해였다. ‘편의점 픽업 서비스’는 1인 가구가 24시간 언제든 편의점에서 자신이 주문한 상품을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서비스다. '무인택배함'은 사람 없이 기계만으로 택배를 받고 보낼 수도 있어 싱글족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 '혼술'에 수입맥주 인기

사진 출처= 픽사베이

이마트가 지난 5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1월부터 11월까지 이마트의 수입맥주 구매 고객수는 627만3000명으로, 생수 구매 고객수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수입맥주가 생수만큼 팔리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몇 년 새 수입맥주가 국내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1인가구 증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혼술' '홈술'이 트렌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는 4캔에 1만원 전략을 펼치며 혼술족, 혼맥족들을 적극적으로 유혹하고 있다. 1인용 안주도 속속 출시되는 추세다. 수많은 싱글족들의 밤을 알딸딸하게 물들인 혼술 열풍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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