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함께-죄와 벌'이 펼친 일곱 지옥도가 한국형 판타지의 새 장으로 떠올랐다.

 

 

'신과함께-죄와 벌'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웹툰 '신과함께'에 적을 두고 있다. 원작은 촘촘한 세계관과 감동적인 이야기로 누리꾼들로부터 선풍적인 호응을 이끌었다. 특히 메인 캐릭터인 진기한 변호사는 망자 김자홍을 인도하며 뛰어난 말솜씨와 기상천외한 변호 방법, 인간적이고 관용적인 마음씨를 보여 팬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최고 인기 캐릭터를 하차시키는 모험을 시도했다. 원래 진기한 변호사의 성격과 그가 맡은 역할은 강림, 해원맥, 이덕춘 등에게 나누어 졌다. 일부는 삭제됐다. 140분이라는 러닝 타임 안에 이승과 저승을 아우르는 거대한 이야기를 집어넣느라 진기한 변호사 실종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각색 과정에서 일어나는 생략과 통합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특히 이야기를 담는 그릇인 매체가 달라질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 같은 이야기를 다뤄도 만화의 접근 방식과 영화의 접근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진기한 캐릭터의 삭제는 옳은 선택이었을까. 원작에서 그의 역할은 망자를 변호하면서 주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토리텔러였다. 이는 다른 캐릭터들이 충분히 나눠 가질 수 있는 역할이다. 다만, 변호사라는 직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에 고전의 현대적 변용이 가능했다는 점은 짚지 않을 수 없다. 원작의 그런 매력이 사라진 것은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신과함께-죄와 벌'은 화재 사고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고 정의로운 죽음을 맞이한 소방관 김자홍(차태현)이 저승에서 삼차사인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이덕춘(김향기)와 함께 일곱 번의 재판을 받는 과정을 그린 판타지 영화다.

 

 

영화는 무엇보다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화려한 비주얼로 관객을 압도한다. 저승과 이승, 심판과 환생이라는 한국 설화를 화려한 CG를 통해 성공적으로 구현한다. 살인지옥, 나태지옥, 거짓지옥, 불의지옥, 배신지옥, 폭력지옥 등 특색 있게 꾸며진 일곱 지옥도의 풍경은 판타지 영화에 거는 시각적 즐거움에 대한 기대를 아낌없이 충족한다. 그 안에서 고통받는 죄인들이 모습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명쾌하게 전달한다. 각 지옥의 심판관인 대왕들도 짧은 분량이지만 개성 있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반면 후반부의 신파는 영화의 호불호를 극명하게 가르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작 웹툰에서도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영화의 수위는 더 높다. 갈등이 절정에 달하면서 상당히 노골적인 신파가 후반부에 연속으로 몰아친다. 신파가 끝나면 사건이 순식간에 마무리된다. '신과함께-죄와 벌'이 인간의 삶을 통해 권선징악과 가족애를 다루기로 한 순간부터 예견된 일이었으나, 후반의 드라마에 너무 많은 것을 의지했다.

 

 

배우들의 면면이 다채롭게 빛나지만 세계관을 설명하는 데 빠져 김자홍과 삼차사의 매력을 살리는 데에는 힘이 떨어진다. 김자홍은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급급하고, 삼차사는 세계관을 설명하는 도구로만 쓰인 듯하다. 출연하는 캐릭터들의 설정적 개성은 뛰어난 편이나 분량의 압박으로 세세하게 그려지진 못했다. 한편, 김자홍의 동생 김수홍을 맡은 김동욱의 열연은 예상치 못한 관람 포인트다.

속편의 내용을 예상하게 하는 장면과 마동석이 깜짝 등장하는 쿠키 영상 등은 2부를 기대하게 한다. 1부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강림의 과거 이야기가 김수홍의 재판을 거치며 자세히 풀어지리라. 원작의 세계관이 탄탄하고 1부의 떡밥이 풍성하니 영화를 보고 난 관객이라면 속편을 예매하게 될 것이다. 러닝 타임 140분. 12세 이상 관람가.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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